그루지아 여행기 3 트빌리시 워킹투어 (05.8.3)

8월 3일(수)

 아침에 일어나니 9시반이다. 아직 아일랜드 애들은 여전히 잠에 빠져있다. 잠꾸러기들이네^^

 오늘의 미션은 트빌리시를 걸어서 관람하기이다. 론니플래닛 코카서스편에 워킹 투어 코스가 잘 나타나 있으므로 혼자 워킹투어를 해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숙소에 인접한 Marjanashvili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 쪽으로 한 정거장만 가면 Rustaveli역이 나온다. 트빌리시는 지하철 방송에서 맨 끝에 다음 목적지 역이름이 나오므로 그걸 듣고 목적지에 내리면 된다. 제일 편한 것은 현지인에게 물어보면 다들 친절하게 알려준다.

 Rustaveli역에 내리자마자 맥도널드가 보였다. 평소에 패스트푸드를 이용하지는 않지만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워킹투어를 하기 위해 맥도널드에서 빅맥세트를 먹었다.(8.75라리)

 식사를 마치고 론니에 나와 있는 코스대로 걸었다. 그루지아의 수도라고 하지만 인구가 150만 정도이므로 도시 규모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제일 먼저 당도한 곳은 Kashveti Church 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외국인인 내가 들어가서 교회 안을 보아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다음은 Janashia Museum‘s(입장료 3라리)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잘 된 박물관이다. 오래되고 가지각색인 금화가 많이 전시되어있는 것을 보아 트빌리시가 오래전부터 실크로드의 중계지였음을 알 수 있다.

 실크로드의 중계지이기도 했지만 지리적 위치상 많은 강대국들의 침략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폐르시아, 알렉산더, 로마, 비잔틴, 몽고, 오스만투르크, 러시아 등 당대를 호령했던 많은 강대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했었다.

 윗 층에는 오래된 원시인 두개골과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한가지 특이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초 인류가 아프리카에 살다가 유라시아로 영역을 확장하려 할 때 거쳐간 곳이 바로 이곳 그루지아라는 사실이다.

 특히 이 사실에 대해서 기고한 다른 나라의 잡지 표지를 전시하고 있는데 그중에 내셔널지오그래피 한글판도 있다.

 그루지아에서 서쪽으로 간 원인들은 유럽으로 가게 되고, 동쪽으로는 인도, 중국, 한국, 멀리는 당시 연결되었던 알레스카를 따라 남아메리카까지 인류의 발걸음이 닿게 되었다.

 내가 알기로는 당시 인류가 전진하는 속도가 1년에 4킬로 정도 되었다고 한다.

 박물관을 떠나 쭉 걸어가니 커다란 분수대로 이루어진 로타리가 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꺽어 중앙은행을 지나 바로 옆에 있는 Museum of Money(화폐 박물관)이 있다. 원래는 입장료를 받는 것으로 아는데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화폐 박물관에는 고대 화폐부터 각 나라의 화폐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화폐도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화폐는 크게 확대 복사 되어 전시 되어 있어서 뿌듯했다.(바로 옆의 일본 돈은 본래 크기로 전시 되어 있음)

 박물관을 지나 한적한 골목길 쪽으로 가니 평화로운 분위기이다. 뒤쪽에는 커다란 공원이 있고, 골목 양 옆에는 주거지역이다. 집의 형태를 보아서는 트빌리시는 아시아보다는 유럽에 가까운 것 같다.

 골목길을 쭉 따라 간 곳은 Jvaris Mama Church 이다. 도중에 길을 찾지 못해 좀 헤메기는 했지만 금새 교회를 찾을 수 있었다. 5세기때부터 지어져 지금의 모습은 16세기의 모습이라고 한다.

 트빌리시는 이렇게 오래된 교회가 도심 속에 자리 잡아 사람들의 정겨운 일상이 되곤 한다.

 다음에 간 곳은 Armenian Cathedral of st George 이다. 1251년부터 있었던 오래된 교회이고 지금의 모습은 18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아르메니아 식 교회이다.

 교회를 지나 언덕을 올랐다. 론니플래닛 코스에서는 벗어났지만 트빌리시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나리카라요새(Narikhala fortress)를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가파른 언덕이라 오르는데 힘겹기는 했지만 오르고 나서 보이는 트빌리시의 모습은 그러한 힘겨움을 단숨에 날려주었다.

 트빌리시는 그 어느 도시보다도 아름답다는 느낌 그 한 생각뿐이다. 시내 곳곳에 위치한 오래된 교회들과 그와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많은 사람들과 차들이 지나다니는 모습..

 요새에서 사진 한방 찍고 다음에 간 곳은 트빌리시를 한가운데로 관통하는 Mtkvari 강변에 있는 5세기에 세워진 시오니성당 (Sioni Cathedaral)으로 갔다.

 트빌리시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써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다음은 다리를 건너 강 언덕에 위치한 Metekhi Church 이다. 아마 이곳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 중에 하나일 것이다. 가파른 절벽위에 위치해 있고, 뒤로는 나리카라요새가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교회 안에는 집단 예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워킹투어를 하다 보니 목이 무척 말랐는데 그때는 길가에 파는 콜라나 쥬스를 사먹으면 된다.(0.5~1라리)

 골목을 지나 그루지아에서 가장 큰 츠민다 성당을 가려고 했지만.. 3시간의 워킹투어로 좀 지겨워지고 이정도면 충분히 봤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Avlavari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는 여행기를 정리하고, 다시 어제 찾았던 인터넷 카페에 여행기도 올리고 그동안 궁굼했던 한국의 뉴스를 봤다.

 숙소에 돌아오니 주인 할머니께서 다음 여행지를 물으신다. 숙소 주인 할머니는 나를 손자를 대하듯이 자상하게 대해주신다. 여기의 단 한가지 규칙이 있는데 그건 침대에서는 앉지 못한다는 것이다. 침대에 앉으면 어느새 할머니가 오셔서 의자에 앉으라고 하신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숙소에서는 여행자들끼리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제 친해진 폴란드 역사 선생님은 오늘 스탈린의 고향 Gori에 갔다 온 이야기를 해준다. 스탈린에게 많은 시련을 받은 폴란드인이니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또한 친해진 체코 청년은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서 5일짜리 트랜짓 비자를 받았다고 좋아하고.. 혼자 여행을 하고 숙소에서 말없이 혼자만 있는 프랑스 여자는 나한테만 자신의 여행이야기와 다음 코스를 이야기 한다.

 같은 방 룸메이트인 아일랜드 청년인 콜널과 코론과 함께 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오스트리아 여인과 이탈리아 남자가 보드카를 들고 우리방으로 온다.

 5명이서 보드카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말로만 듣던 보드카는 실제로 먹어보니 정말로 독하다.

 영어가 딸리는 나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지만 간간히 던져지는 질문에는 어느정도 대답은 할 수 있다.

 새벽 2시 모두들 졸릴시간에 나보다 1살 많은 이탈리아 남자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

 이탈리아인: ‘내가 2002년 월드컵 직후 TV에서 봤는데 한국 사람은 개고기를 먹는다며?’

 나 : ‘뭐?’

 순간 잠이 확 깨었다. 한국인이 서양인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문제를 이탈리아 남자가 꺼낸 것이다. 이탈리아 언론이 월드컵 16강에서 한국에 지고 난 후 어지간히 한국욕을 했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나 : ‘응 개고기를 먹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이건 우리의 문화야.’

 다른 서양 여행자들은 놀란다.

 나 : ‘인도에서는 소를 먹지 않고, 중국에서는 원숭이를 먹어, 또한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먹기도 해.. 이것은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문화야. 서양인의 시각으로는 안 맞을 수 있지.’

 오스트리아 여인 : ‘그러면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서양 사람들이 이야기 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니?’

 나  : 당연히 화가 나지. 사실 우리 정부에서도 서양인의 시각을 봐서 개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노력은 하지만 이건 우리 문화야.

 이탈리아 여행자 : 그럼 너도 개고기를 먹어봤니?

 나 : 응 3번 먹어봤어.. 사실 여기 다른 애들에게는 처음 만나서 축구 이야기를 했는데 이탈리아인은 너한테는 안 했어. 지난 월드컵 때문에 이탈리아인이 한국에 대해 이미지가 안 좋다고 생각해서 나 역시 조심하고 있었어.(너무 정곡을 찔렀나?)

 이탈리아 여행자 : 꼭 그런 것은 아니야.

 나 : 한국사람 입장으로 봤을 때 이탈리아의 많은 남자들이 게이가 되는 것 역시 이해가 가지 않아. 하지만 이건 문화적 차이겠지? 그것과 같아.(너무 공격적이군..)

 사실 난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수치스럽게 느낄 법한 무솔리니의 집권 시기를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까지는 참았다. (무솔리니는 히틀러를 흉내 내며 정권을 잡았지만 말만 요란했지 결국 2차 세계대전에서 한 번도 승리를 못했다. 결국 이탈리아는 처음 독일편에 가담했다가 눈치를 봐서 다시 연합군에 가담하는 1차 세계대전의 좋은(?) 전통을 다시 한번 이어가게 된다.)

 이탈리아 여행자 : 나 졸려.. 먼저 잘래~

 짜식 꼬리 내리는 군.. 통쾌하게 이기기는 했지만 기분이 영 찝찝했다.

 사실 개고기를 먹는 문제에 있어서는 단호하다. 하나의 우리 문화이고, 그것에 대해 서양 사람들이 간섭할 권리는 없다. 내가 바라보는 개고기 먹는 문제는 서양인이 동양인에 대해 갖은 우월감의 표출이라고 표현하고 싶다.(지들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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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빌리시 시내에 우뚝 선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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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트럭 위헤서 결혼 축하연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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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스타 벨리 역앞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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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타벨리 역 앞에 있는 인공 폭포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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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트빌리시 구 시가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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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에는 시원한 가로수들이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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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shveti 교회 안..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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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shveti 교회 외관.. 그루지아 교회의 외형은 거의 비슷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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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서적을 파는 잡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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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지아 국회의사당.. 웅장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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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앞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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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에서 우회를 하자 골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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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varis Mama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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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카서스 주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유태인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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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카라요새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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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카라요새 정상에서 바라본 성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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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빌리시를 관통하는 Mtkvari강의 한쪽 강변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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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빌리시를 바라보는 Kartils Deda 아름다운 여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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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카라요새 정상에서 바라본 트빌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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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한컷~ 이상하게 이 사진만 밝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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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빌리시 서쪽 시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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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앞에는 나리카라 요새 안에 있는 Church of st nich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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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사진을 찍었던 나카라과 요새 정상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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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에 세워진 아름다운 5세기에 세워진 시오니성당 (Sioni Catheda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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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시오니성당 (Sioni Catheda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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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당안에 예배를 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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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행사인 듯 많은 인파들이 성당안에 있었다.(다들 두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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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당앞에 우뚝 선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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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를 조금 벗어나 골목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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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빌리시는 유럽의 한 도시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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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여행자 콜널, 코론과 맥주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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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머문 나시 게스트하우스 주인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