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여행기 2 오랫만의 휴식 (아디스아바바 2007.1.18)

1월 18일(목)

최악의 호텔에서 모기에게 시달리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간밤에 잡은 모기만 거의 30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전 8시쯤 호텔을 나서 아디스아바바로 떠나는 버스를 잡았다. 길가에서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차를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몇몇 청년들이 우리를 도와주려 했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그런지 힘들다.

결국 어제와 같은 방법으로 나즈렛(Nazret)으로 먼저 가기로 했다. 미니버스(18Birr)를 타고 나즈렛(Nazret)으로 향했다. 30분쯤 달리다가 도중에 승객이 없는지 다른 버스로 옮겨 타라고 말한다. 나즈렛까지의 요금은 미니버스 기사들이 알아서 정산하니 걱정 않고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대신 자리가 불편했음)

125Km를 달려 오전 11시 45분에 나즈렛에 도착했다. 이제 99Km만 더 가면 아디스아바바이다.

미니버스를 갈아타려고 내리는 순간 영어가 유창한 청년이 토모미의 배낭을 메더니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버스를 안내해준다고 말한다.

미심쩍었지만 덕분에 곧바로 출발하는 미니버스(13Birr)를 탈 수 있었다.

미니버스가 출발하려고 하자 안내를 해준 청년은 토모미에게 15Birr을 요구한다. 역시 뭔가가 있었군.

토모미는 내가 언제 배낭을 메달라고 요청했냐며 한사코 거절하다. 결국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청년에게 1Birr을 줬다.

도로는 갈수록 넓어지고 집들과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1시간 뒤에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다.

아디스아바바는 에티오피아의 수도로서 ‘새로운 꽃’이라는 뜻을 가진 도시이다. 19세기에 수도로 정해져 오랜 에티오피아의 역사로 봤을 때는 비중이 작기는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최전성기였던 1960년대 아프리카의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했던 도시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아프리카연합(OAU)의 중심도시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미니버스(1.2Birr)를 타고 여행자들이 모이는 피아사(Piazza)지역으로 이동했다.

바로(Baro)호텔을 먼저 갔지만 방이 꽉 차서 타이투(Taitu)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타이투 호텔은 1907년에 지어진 낡은 호텔로서 방 하나에 46Birr을 한다. 1인당 23Birr이니까 우리 돈으로 2400원정도면 하루를 지낼 수 있다.

예멘과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도 혼자서 여행하는 것 보다는 2명이서 여행하는 것이 숙박 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침대가 아니라 방 개념으로 숙박비를 받기 때문에 혼자 자나 둘이 자나 요금이 갔다.

때문에 혼자 여행하는 배낭여행객들이 비슷한 사정의 동료를 찾아서 같이 여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옆방의 스위스 여행자가 있는데 처음에는 커플인줄 알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에티오피아에서 만났다고 한다.

짐을 내리자마자 타이투 호텔 근처의 Oslo 카페에 갔다. 이곳은 음식이 맛있기로 일본 여행자들에게 소문이 난 곳이다. 생과일주스(5Birr), 샐러드, 소고기 볶음, 스파게티를 시켜서 먹으니 배가 터질 지경이다.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인터넷 카페에 갔다. 거의 10일 동안 인터넷을 못해 답답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단 한 가지 비싼 것이 있다면 바로 인터넷 요금이다. 1분에 25센트로서 1시간에 15Birr이다. 또한 속도는 최악으로 느려서 메일 하나 보내는데도 10분 이상을 소비해야 한다.

느린 모뎀이기 때문에 인터넷카페에 손님이 많으면 그냥 포기하고 나오는 편이 좋다.(비용 면에서..)

다른 인터넷카페는 1분에 15센트(100센트가 1Birr)를 하는 곳을 찾았지만 한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유럽이나 동남아를 여행하는 여행자는 못 느끼겠지만 나 같은 오지 여행자는 우리나라 인터넷 사이트들이 해외 사용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음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다음(Daum)과 같은 경우는 페이지 열기도 벅찰뿐더러 메일을 보내려고 하면 계속 에러가 난다. 또한 카페에 들어가려고 하면 용량 많은 프로그램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접속이 불가능 할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네이버나 싸이월드도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외국 사이트인 Hotmail이 쓰기가 편하다.

홈페이지에 여행기를 올리기가 불가능해서 아는 후배에게 대신 올려줄 것을 부탁하는 메일을 보내는데 1시간 반이 걸렸다.(결국 파일이 깨져서 갔다고 함)

볼일을 마치고 호텔 앞에 오니 영어가 유창한 청년들이 접근한다. 아까 호텔에 도착할 때도 귀찮게 접근했다.

이들은 타이투 호텔 앞에 죽치고 않아 있다가 외국인만 나타나면 바로 붙어서 감언이설로 외국인을 꾄다. 만날 때마다 집요하게 붙기에 마치 파리가 달라붙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한 청년이 특별한 것이 있다며 나를 꼬시는데 바로 마리화나를 판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외국 여행자에게 어떻게 하든 돈을 뜯으려는 청년들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피아사 지역에서 먼저 영어로 말을 거는 청년이 있으면 귀담아 듣지 말고 간단한 인사만 하고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덜 피곤 할 것이다.

이곳에서 맥주를 파는 가게를 찾기가 힘들다. 물어물어 맥주가게를 찾으니 1병에 3Birr인데 병 채로 들고 가려고 하자 병 값 2Birr을 내라고 한다. 병 값은 다시 병을 가져오면 돌려주겠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알콜 갈증을 풀려고 4병을 샀는데 에티오피아의 맥주는 약간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애주가들은 참고 하도록)

타이투 호텔에서 오랜만에 더운물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예멘 사나를 떠난 이후로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는데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곳에서 잠깐 머물며 휴식과 정비를 한 후 이번 여행의 마지막 강행군이 될 에티오피아 북쪽 여행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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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와쉬 중심부에서 아디스아바바로 향하는 차량을 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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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로 향할수록 푸르름이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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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마차가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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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주의 표지판.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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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와쉬 국립공원의 작은 호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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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신기한지 예쁘게 웃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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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즈렛에서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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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사에서 바라 본 아디스아바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