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여행기 1 소말리아에서 아디스아바바를 향하여 (Harar, Awash 2007.1.16~17)

1월 16일(화)

소말리아에서 이번 여행의 5번째 방문국인 에티오피아로 넘어간 시각은 오후 9시 45분이다.

분쟁지역의 국경지대라 삼엄할 줄 알았는데 국경수비대는 보이지 않고 Immigration 오피스는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에티오피아 입국 스탬프를 받고 은행에서 환전을 했다. 에티오피아 화폐단위는 빌(Birr)로서 환율은 1$에 8.803Birr이다.

국경에서 버스를 타고 지지가(Jijiga)로 이동한 뒤 이슬람 문화의 도시 하랄(Harar)까지 가는 것이 오늘의 여정이다.

지지가(Jijiga)까지 버스는 15Birr이다. 버스에 자리를 잡고 출발하기를 기다렸으나 무심한 버스는 출발을 할 줄을 모른다.

소말리아와 같이 승객이 다 차야 출발을 하기 때문이다. 승객을 하나라도 더 모으려는 듯 마치 금방 출발하는 모양새로 차의 시동을 거는데 마치 기다림에 목이 빠진 우리를 약 올리는 것 같다.

지지가(Jijiga)까지는 53Km에 불과하지만 결국 2시간을 기다려 오후 12시가 넘어서야 버스가 출발했다.

황량한 사막이 쭉 이어지다 점점 고도가 높아질수록 초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느리기 짝이 없는 버스는 도착하기 직전 타이어 펑크를 한번 내더니 결국 오후 1시 40분이 돼서야 지지가(Jijiga)에 도착했다.

론니플래닛에는 지지가(Jijiga)는 소말리아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미 소말리아에서 실컷 보고 나온 참이다.

곧바로 하랄(Harar)로 가는 버스(15Birr)를 탔다. 다행히 승객이 거의 꽉 찬 버스라 오래 기다리지 않고 출발 할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생활은 소말리아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집들이나 사람들의 생활을 지켜보면 빈곤함을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버스 안에서 가끔 말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말싸움은 이곳의 자연스러운 문화인 것 같다.

서쪽으로 가면 갈수록 고도가 높아지고 푸른 신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사람은 초록색을 봐야 마음이 안정이 된다고 했던가..

고물 버스는 비포장도로를 끝없이 내달린다. 설마 아디스아바바까지 이런 길이 이어진 건 아니겠지? 더구나 버스는 소변을 볼 시간을 주지 않는다. 결국 3시간 넘게 소변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하랄(Harar)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수많은 삐끼들과 거지들이 우리들에게 달라붙는다. 오늘 숙소는 Tewodros호텔로 정했는데 론니플래닛을 보고 길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마침 어린아이가 호텔 방향을 알려주며 따라오라고 한다. 이럴 때 삐끼를 이용해야지.. 나는 관심 없는 척 하며 아이가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길을 찾기 힘들면 1Birr 정도를 주고 삐끼를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Tewodros호텔은 방 하나에 50Birr 1인당 25Birr이면 3000원정도 하는 금액이다.

예멘에서부터 쭉 느낀 것이지만 이곳은 혼자서 여행하는 것보다 둘이서 여행하는 것이 숙박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차에 타느라 허기가 졌지만 식당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시장에 가서 빵과 과일을 샀는데 과일은 무척 저렴하다. 바나나 1Kg에 4Birr, 토마토, 오렌지도 가격대가 비슷하다.

호텔에서 고대하던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한 병에 4Birr을 하는데 20일 만에 목을 축이는 것이라 맥주 맛이 꿀맛 같았다. 그러나 맥주 맛이 생각보다 신통치는 않았다.

숙소에 샤워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샤워는 내일로 미뤄야 했다.

에티오피아의 첫날은 계속 되는 버스여행의 연속이었다. 내일도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를 향한 버스여행이 쭉 이어질 것이다.

1월 17일(수)

에티오피아 수출의 85%를 차지하고 산업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산업은 무엇일까?

바로 커피이다. 우리는 흔히 커피 하면 브라질을 연상하는데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원산지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디를 가든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가게들이 있으며 0.5Birr~2Birr이면 커피한잔을 하며 사색을 즐길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인스턴트커피와는 달리 이곳 커피는 깊이가 있다. 나는 설탕을 넣지 않은 우유 친 커피를 마시는데 너무나 맛있어서 3잔을 훌쩍 마시곤 한다.(그래야 우리 돈으로 400원정도..)

현지인들이 먹는 아침식사로는 계란, 토마토 볶음인 Emkulal tibs과 너트와 토마토소스를 친 Yinjern firfir를 추천할만하다. 둘 다 1$가 넘지 않는다. 에티오피아 음식은 우리입맛에도 딱 맞아서 음식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랄(Harar)은 언덕 전체를 감싸는 성벽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이슬람 왕국인 Harege의 수도였다.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에서 해마다 이슬람 축제가 벌어지는 전통적으로 이슬람 전통이 강한 곳이다.

에티오피아는 기독교를 받아들인 두 번째 나라이다.(첫 번째는 아르메니아)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자신들의 정교를 가지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45%가 에티오피아 정교를 믿는다.

이슬람의 발상지 중동과도 멀지 않아 당연히 이슬람의 영향도 많이 받았는데 전체 인구의 35%가 믿는 제 2의 종교이다. 엄밀히 말하면 에티오피아를 기독교 국가라고 절대적으로 부르기는 힘든 구성이다.

최근 소말리아 상황이 좋지 않아 에티오피아로 넘어 온 많은 소말리아인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 거리를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쓰러져 자고 있는데 많은 수가 소말리아 인이다. 이곳 토박이에게 혹시 소말리아인지 물어보면 정색을 하며 아니라고 대답을 한다.

이곳 사람들은 동양인인 나를 보면 대부분이 중국인인지 물어보거나 한국 사람인지를 물어본다. 의외로 한국 사람들이 거의 여행을 하지 않는 지역임에도 다른 곳과 달리 일본 사람보다는 한국인인지를 먼저 물어본다.

그 해답은 바로 축구이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이고 특히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열광을 하는 수준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유명 클럽 유니폼(물론 가짜임)을 입은 청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지인과의 대화는 축구 이야기면 충분하다. 영국이나 이탈리아 리그 팀의 구성원만 알고 있어도 꽤 오랜 시간을 대화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구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다음은 아스날, 첼시, 리버풀 순인데 맨체스터의 인기가 타 구단을 압도한다.

맨체스터에는 산소탱크라 불리며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달리는 박지성이 뛰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이곳 사람들도 박지성이라는 이름은 모두 알고 있으며 그것이 곧바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축구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는 설기현과 이영표도 알고 있다.

축구에 관한 한 우리가 일본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축구 선수 덕분에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한국인이라고 뿌듯하게 말하고 다닐 수 있다.

하랄(Harar)시내의 교회와 모스크를 둘러보고 성벽을 따라 구 시가지를 보았다. 학교를 가는 아이들이 눈에 띄고, 저마다의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단지 골목을 걷다보면 당연하다는 듯이 돈을 달라고 손을 벌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돈을 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Money Money'를 외친다.

론니플래닛에도 나와 있지만 이곳에서 동냥하는 아이들에게 절대 돈을 줘서는 안 된다. 한번 인정을 베풀면 다음 외국인을 만나면 같은 수준의 베 품을 기대하게 되고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돈을 쥐어주는 것 보다는 펜이나 사탕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테지만 론니플래닛에서는 그마저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한다. 정 아이들을 돕고 싶으면 학교에 학용품을 기부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를 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Awash로 향하는 버스를 찾으니 지금은 차가 없다고 대답한다.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하나의 길만 통함으로 서쪽으로 같은 방향의 Asbetefarl까지 가는 버스(40Birr)를 탔다.

하랄에서부터 아디스아바바까지는 도로포장이 잘되어 있다. 우리나라 국도 수준의 도로가 이어져 있는데 우리 기업인 경남 건설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서쪽으로 갈수록 기온이 온화해지고 아름다운 초록빛 풍경이 나온다. 수채화로 그려놓은 것 같은 산맥이 이어지고 시골 풍경이 이어진다. 여태까지 사막만 봐서 그런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미니버스는 마을을 지날 때마다 손님을 모으려고 잠시 정차를 하는데 이때 시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시장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사람들의 옷 색깔이 매우 칼라풀하다. 사람들이 흥정하는 사이로 염소가 시장을 돌아다니며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Asbetefarl에는 오후 4시 45분이 되어야 도착할 수 있었다. 하랄에서 200Km 정도 왔다., 이제 100Km 떨어진 곧바로 아와쉬(Awash)로 가면 된다.

버스(25Birr)을 내고 아와쉬(Awash)로 향했다. 끝없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오후 7시 45분이 되어서야 아와쉬(Awash)에 도착했다. 오늘 300Km를 달려왔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버스 여행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 아니.. 계속되는 강행군에 더 지친 듯하다.

Meridian호텔에 가니 방하나에 60Birr을 부른다. 1인당 30Birr(3100원정도)이기에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고 체크인을 했는데 방안에는 모기떼가 그득하다.

계속 달려드는 모기를 잡느라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와쉬(Awash)는 에티오피아의 다른 지역보다 낮은 해발 900m라 더 극성인 것 같다. 차라리 근처의 좋은 호텔을 잡을 걸 후회가 된다.

이제 내일이면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한다.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하면 그동안 강행군을 하느라 지친 몸을 잠시 달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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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랜드 국경을 알리는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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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에 철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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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국경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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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게 생긴 배 나온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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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역시 끝없는 사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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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인가? 기묘하게 생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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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멀리 지지가(Jijiga)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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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직전 타이어가 펑크 난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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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다 고쳐질 때까지 한적하게 앉아 시간을 떼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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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를 고정시키느라 힘겨워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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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가(Jijiga)시내. 나무가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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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Harar)행 버스안에서.. 소말리아와 달리 여인들이 사진 찍는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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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가 높아지면서 산악지형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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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를 파는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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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Harar)의 한 카페.. 에티오피아인들은 아침 식사를 빵에다 커피를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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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도 노숙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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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 시내 중앙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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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를 모는 아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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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 교회와는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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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모양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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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중심의 영화 홍보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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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를 나르는 아줌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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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집 아래에서 아이들이 여러가지 오락거리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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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의 모스크. 외국인은 출입 금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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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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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잘 못했는지 매 맞고 있는 아이. 우리와 비슷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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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은 비교적 튼튼하게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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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농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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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외곽의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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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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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골목길. 낮이라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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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고등학생들. 아마 내가 잘생겨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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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를 모는 아줌마.. 으이그.. 말도 아닌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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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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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는 서민들의 삶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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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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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당나귀를 많이 찍네. 이 당나귀는 짐이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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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한 시장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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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를 향하여. 고도가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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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산악 마을. 한창 시장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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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에는 먹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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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를 파는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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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파는 아저씨가 즐겁게 돈을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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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웃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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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마을 사람들의 복장은 꽤 칼라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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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이야기 하는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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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재래 시장 풍경과도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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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산악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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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라오스와 비슷한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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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알 수 없는 특이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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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나무와 진흙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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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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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악 풍경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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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듬성듬성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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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에서 200km 떨어진 Asbetef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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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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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항상 생동감 있고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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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몰을.. 내일이면 아디스아바바에 도착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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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방치된 탱크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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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