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기 6 타이베이 돌아보기 (고궁박물관, 단수이, 스린야시장 06.10.6)

10월 6일(금)

힘들게 하는 여행은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늦잠을 잤다. 오늘, 내일은 타이베이의 명소를 골라 둘러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단연 국립 고궁 박물관!!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고궁 박물관은 TV나 신문, 잡지 등을 통해서 꾸준히 소개되어 온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1946년 중국에서는 일본이 물러간 후 중원의 패권을 두고 국민당과 공산당의 일전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국민당이 우세했지만 대중의 외면과 부패 때문에 결국 1949년 공산당에게 패퇴하고 타이완으로 쫓겨 간다.

장제스 정권은 타이완으로 철수를 하면서 그 당시 역대 중국 황실에서 소장하고 있던 것 중에 가장 값어치 있는 약 62만점의 보물을 가장 먼저 옮긴다. 부하들을 버리고 보물을 실어왔다는 비난도 있지만 공산당 당수였던 마오쩌둥이 돈으로는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유물 때문에 장제스의 배를 공격하려는 마음을 접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보물들은 타이완으로 옮겨진 후 지하 벙커에 보관하고 있다가 고궁박물관이 세워지면서 이곳으로 옮겨지게 됐다.

중국 대륙의 진귀한 보물들은 이곳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00년 역사를 보여주는 고대 중국의 보물과 미술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자기, 옥, 족자, 청동 작품 등 중국인들의 뛰어나고 섬세한 예술작품들이 일 년 내내 전시가 되고 전시품도 정기적으로 바꾸기 때문에 중국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1년에 6~7번은 방문한다고 한다.

고궁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MRT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 MRT는 우리나라로 치면 지하철이다. 자동 매표기 윗부분에 각 역마다의 요금이 나와 있고 그 요금에 따라 버튼을 누른 후 동전을 집어넣으면 MRT표와 거스름돈이 나온다. 한번만 해보면 누구나 쉽게 MRT표를 살 수 있다. 우리나라 지하철도 MRT처럼 멋있는 이름을 집어넣으면 좋지 않을까? 뭐 SSS(Seoul Subway System) KRT.. 이렇게 편하게 부르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이다.

기차역에서 MRT타고 스린(士林)역(25원)까지 간 후 버스를(304, 255)를 타고(버스 요금은 내릴 때 냄) 고궁박물관으로 갈 수 있었다. 박물관 외형은 생각보다 소박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중국 제일의 보물을 보기 위해 북적이고 있었다.

입장료(100원)을 내고 보물창고(박물관 내부)에 들어섰다. 가이드 없이 이곳을 방문했다면 꼭 집표장 왼편의 Radio 서비스(150원)를 이용하면 유물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다. 주요 유물 앞에는 번호가 매겨 있는데 대형 전화기 같은 기계에 번호를 입력하면 그 유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한국어 서비스가 되고 설명의 내용도 유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각 유물이 만들어졌던 시대 상황도 설명되기 때문에 꽤 좋은 공부가 되었다.

1층에는 타이완 소수민족에 관한 기록이 있는데 청나라 시대 때 소수민족 정책과 타이완의 소수민족에 현황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1층은 맛 배기이고.. 본격적인 놀라움은 2층으로 들어서면 시작된다.

201호에는 육조와 수 당 시대 때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가장 먼저 반겨준 건 당나라 때의 미인상이다.

통통한 얼굴에 작은 입술.. 지금 기준으로는 비만에 가까운 얼굴이지만 당나라 시대 때는 최고 미녀로 쳤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미인상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서진 시대 청자 고리, 당 시대 백색 호리병, 백자기 쌍용고리병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203호는 송, 원나라 시대 때의 유물이 있는데 송나라는 전형적인 문(文)인의 나라였다. 때문에 예술적인 면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루었으며 도자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원나라 시대는 다른 문명과의 접촉이 가장 활발한 시기였다.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이슬람 문명과 융합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곳 박물관에서는 당시에 최고 걸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205호는 명나라 전기시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갖추었던 명나라는 국가적 차원으로 공방을 두어 도자기를 비롯한 공예품들을 생산하게 하였다. 때문에 유물을 보면 당시 황제의 기호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청화연용무늬 천구병, 청화 영희도 그릇, 실 범랑 연무늬 함, 성화 투채 포도컵, 청화 아라비아 연 일곱 구멍 꽃이 등 이름만 들어도 값어치가 느껴지는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207호는 명나라 후기의 공예품들로 전시되어 있는데 이른바 민관 경합의 시대라고 한다. 명나라 후기 부패로 나라가 기울어져 가자 국가적으로 관리를 하던 공방의 주도권은 서서히 민간으로 넘어가게 된다. 민간에게 넘어가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장식품으로만 여겨지던 도자기와 공예품을 실용적인 것으로 변화된 측면도 있다. 민간과 왕실이 서로 경합을 벌이며 탄생한 걸작품들을 볼 수 있다.

209호는 청나라 태평성대 시대의 작품이다. 이 당시 강력한 황권을 지녔던 청나라 황제는 공예를 관할하는 관청을 두어 예술품 제작에 열을 올렸던 시기이다. 이때에 이르러 모든 공예품은 기술과 예술적인 면에서 극치를 이루게 된다.

개인적으로 고궁박물관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 깊은 유물이 이곳에 있다. 3cm 올리브 열매로 배를 만들었는데 그 배안에 8명의 사람이 서로 다른 표정과 행동을 하는 작품이다. 또한 상아를 이용한 섬세한 조각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고궁박물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이 방에 있다고 생각된다.

211호는 청나라가 외세의 침략으로 기울어져 가는 시대에 작품을 전시를 했다. 작품 수는 얼마 안 되지만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서태후의 사치를 알 수 있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Radio 서비스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감상했다. 2층 관람이 끝나고 3층으로 들어섰다.

3층은 중국 신석기 시대 때부터 한나라 시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303호는 중국 신석기 시대의 유물로 최고 8000년 전의 유물부터 가장 어린 3600년 전 유물을 볼 수 있다. 신석기 시대 사람들도 생각보다 예술적인 센스가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05호에는 주, 은, 춘추전국 시대의 유물을 볼 수 있다.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은나라 갑골 문자를 직접 볼 수 있다. 중국 역사의 새벽이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는 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왕이 하사하는 청동 제사용품이 최고의 하사품이라고 여겨졌다. 때문에 청동 제사 용품을 많이 볼 수 있었다.

307호는 진, 한나라 시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당시 귀족들이 어떤 예술품을 선호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의 사람들이지만 예술에 대한 욕구는 지금 못지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려 4시간 동안 한번 쉬지 않고 유물을 감상했다. 유물을 감상하며 경탄.. 또 경탄이 절로 나왔다. 또한 중국 공예 역사와 야사를 새롭게 알 수 있는 좋은 공부가 되었다.

타이완을 여행하거나 스톱오버를 하는 분들은 꼭 고궁박물관만큼은 방문하길 바란다.

보물창고(?) 관람을 마친 후 MRT를 타고 단수이선의 종착역인 단수이역에 갔다.

단수이는 타이베이 북서부를 흐르는 단수이 강 기슭에 있다. 타이완 북부지방에서는 가장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항구인 단수이는 MRT가 연결 된 후 쉬운 접근성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애용하는 해안공원으로 탈바꿈 했다.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넓은 하구에는 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갯벌에는 작은 게들이 저마다의 삶을 위해 작은 움직임을 하고 있다.

심심풀이 오락시설을 비롯해 많은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있다. 거리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곤 한다.

이곳에서 20원(우리돈 600원정도)을 주고 길거리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는데 그 길이가 30cm가 넘는다. MRT로 돌아오는 길에는 10원으로 할인 된 아이스크림도 발견 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오후 8시에는 타이완에서 가장 큰 야시장인 스린야시장으로 갔다. MRT를 타고 스린역에서 내리니 많은 인파들로 북적인다.

명성대로 스린야시장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너무나 많은 음식점이 있어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이다.

소고기 철판구이를 택해 먹으니 우리 입맛과 꼭 맞는다. 대만에서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음식이 입맛에 잘 맞는 것이다. 배에 여력이 있으면 다른 음식도 먹겠는데 그럴 여력이 안 되어 안타까울 뿐이다.

야시장은 사람들이 워낙 많아 줄을 서서 가야 할 정도이다. 옷가게와 액세서리 가게들이 즐비해 있는데 한국에서 건너온 제품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이곳에서 떡볶이 가게도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떡볶이 가게를 찾고 있었다. 우리나라 분식을 패스트푸드점처럼 세계적으로 프랜차이즈화를 시키는 건 어떨까? 누군가 이 아이디어를 잘 사용했으면 한다.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 300원짜리 숙소라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번 여행만큼은 돈을 쓰면서 여유 있게 하려고 했는데 결국 나의 여행 본능은 그걸 막고 말았다.

아마도 열악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추억에 남는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대만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끼지만 마지막 날은 집으로 돌아간다는 기대감 반, 떠나야 한다는 서운함 반이 가슴속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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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2 22:29:59 (*.109.136.35)
‥선예‥
엄청신기^^ㅋㅋ
삭제 수정 댓글
2006.11.26 15:33:28 (*.235.11.157)
정미혜
신기한 게임들이 많네여..ㅋ 실제로 보면 재미있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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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라 불리는 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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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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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붕어잡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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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노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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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맞추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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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도 사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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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연주하는 서양 연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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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용 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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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기원하는 사당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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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만나는 강 하구의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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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이라 배들이 갯벌위에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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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긴 아이스크림이 10원(한화 300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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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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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홍보하는 거지? 큰 비닐 야구공과 2020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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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는 스쿠터가 눈에 많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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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스린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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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있는 철판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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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음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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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대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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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롱에 불을 붙이면 귀이지를 빼준다고 한다.신기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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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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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게임이 눈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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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꽉 찬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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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가게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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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T역에서 바라 본 스린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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