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 여행기 5 국경통과(Good Bye 투르크멘, 06.1.25)

1월 25일(수)

 오늘은 투르크멘에서 이란으로 넘어가는 날이다.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하고 떠날 채비를 마쳤다. 숙소 주인아저씨는 식사를 하고 가라며 이름 모를 죽과 차를 대접해 주신다.

 항상 'No Problem'만 외치며 웃음으로 나를 대해준 아저씨에게 정말 감사하다.

 아저씨와 작별을 하고 곧장 기차역으로 갔다.

 투르크멘을 떠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바로 철갑상어 알인 캐비어를 사는 것이다.

 카스피해를 끼고 있는 이곳 투르크메니스탄의 특산물로서 한국에서는 돈 주고도 사기 힘든 캐비어가 이곳에서는 10달러면 살 수 있다.

 기차역에서 환전을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서 곧바로 루스끼(러시아)바자르로 갔다. 그곳에서 1$에 24200마낫의 환율로 30달러를 환전했다.

 캐비어는 루스끼 바자르에서 쉽게 구입 할 수 있는데 작은 유리병에 포장을 한 채 팔고 있다.

 10$(25만마낫)짜리와 4$(9만마낫)짜리가 있다. 이 둘의 차이는 뭐지?

 일단 10$ 2병과 4$ 1병을 사서 배낭 안에 넣었다.

 이란으로 떠나기 전에 작별인사도 할 겸 투르크멘에 대해 질문할 것도 있어 엥겔사의 장부장님을 찾아뵈었다.

 장부장님은 투르크멘에 4년 동안 사셨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은 사회가 투르크멘이라고 하신다.

 한국이 그립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이곳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이 더 즐겁다고 하신다. 올해에는 3년만에 한국을 찾을 거라고 하신다.

 장부장에게 한국에 오시면 꼭 설악산에 들르시라고 했다. 장부장님 가족에게 양양의 먹거리를 대접해드리고 싶다.

 척박한 나라이지만 현지인과 어울리며 즐겁게 사시는 장부장님의 긍정적인 삶이 배울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장부장님과 작별을 하고 곧바로 이란 국경으로 향했다.

 시내에서 택시를 잡아 40000마낫(1600원)에 국경 지대인 가우단(Gaudan)이로 향했다.
고물차를 운전하는 택시기사 아저씨는 아쉬하바르가 정말 아름답지 않느냐며 니아조프 대통령이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한술 더 떠 투르크멘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 중에 누가 더 대단한지 나에게 물어본다.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나한테 묻는 건가?

 정신 연령은 이쪽 대통령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젊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질문도 불쾌했지만 할아버지의 입 냄새가 정말 판타스틱하게 내 코를 괴롭힌다.

 포근한 아쉬하바르와는 달리 이란으로 향하는 국경은 산악지대로 눈발이 날리고 있다.

 가우단은 검문소이고 국경은 이곳에서 40킬로 정도를 더 가야한다.

 검문소에서 여권을 체크 받고 승합차를 타려고 하니 1인당 10$를 내라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론니에 분명히 2.5$라고 되어 있는데..

 곧장 내려 다른 승합차에 탔다. 기사는 먼저 출발한 기사보다는 선한 것 같은데 20만마낫(8$)를 내라고 한다.

 이차가 아니면 국경까지 가지 못하기에 내 지갑에 남은 돈(9만마낫)을 보여주며 달러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사실 속주머니에 있음)

 기사 아저씨는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나보고 타라고 하신다.

 검문소에서 국경까지 가는 길은 완전히 빙판길로 변해 있다. 곳곳에 트럭들이 전복되어 있고, 승합차 역시 미끄러지기를 반복한다.(왜 비싸게 받는지 알겠다.)

 내가 떠나기 전 투르크멘이 나를 잡으려고 하는구나.. 만약 지금보다 길 상태가 안 좋아져 차량 소통이 불가능했으면 그야말로 끝장이다.(비자 마지막 날이니..)

 국경은 의외로 쉽게 넘었다. 여성 세관원이 내 짐 검사를 할 때 내 배낭에서 계속 지저분한 옷만 나오자 다시 넣으라고 한다.(사실 캐비어가 걸렸는데^^)

 출국 스탬프를 받고 이제 이란 국경으로 향했다.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인데 투르크멘 군인이 총알이 날아올지도 모른다며 차량(2$)을 타라고 해서 승합차를 타고 이란으로 향했다.

 나에게 주어진 4박 5일의 기간 동안 정말 분주하게 다녔다.

 쭉 다니면서 느꼈지만 투르크멘은 정말 특이하다. 때문에 나의 여행기도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적었을 것이다.

 사실 여행기에 적어내는 느낌은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에 절반도 안 된다. 인구가 500만이 조금 넘지만 석유와 가스의 매장량은 세계적이다.

 또한 지정학적으로도 우즈벡, 카자흐, 아프간, 이란, 카스피해에 둘러싸인 천혜의 교통요지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찍이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이것을 잘만 이용하면 국민 모두가 잘 살고 발전 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인데 대통령의 심시티(도시건설 게임)에서 헤어나지 못해 허우적대고 있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와 정치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느꼈다.

 모든 관공서나 주요 건물에는 ‘Vank(민족) Hark(국가) Turkmenbashi(대통령이름)’이 적혀있다. 이 나라는 어떤 정신 상태의 인물이 지도자로 있는지 새삼 느꼈다.

 대통령을 찬양했던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반문하고 싶다.

 투르크멘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아닌 오직 한사람을 위한 투르크멘의 정치제도와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해낸 한국의 정치제도와 어떤 것이 더 좋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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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르크멘에 있는 동안 편한 숙소를 제공해 주었던 No Problem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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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으로 가는 길.. 투르크멘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