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 여행기 3 세르다 욜리(기적'비행기표'에 도전하기, 갑작스러운 국토순례 06.1.23

1월 23일(월)

 투르크메니스탄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교통비로 놀라곤 하지만 그중에 백미는 당연 비행기 삯이다.

 론니 플래닛에 나온 비행기 삯은 아쉬하바르에서 투르크멘바시까지 1.3$, 다쉬오구스 1.25$, 마리 1.2$이다.

 이곳 사람들에게도 무척 싼 금액이기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비행기 표를 구하기가 힘들다.

 비행기 표는 출발 2주전에 발매를 하는데 30분이면 완전 매진이 되고 수백명의 대기자가 생긴다.

 즉 트래짓 비자로 5일 일정을 부여받은 나로서는 비행기를 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키르키즈스탄 여행 때 만난 서양 여행자들은 트랜짓은 비행기 표가 아예 불가능 하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일단 오늘 10시에 있는 투르크멘바시 행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정 구하지 못하면 승용차나 버스를 타고 투르크멘바시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오전 8시 반에 일어나자마자 공항으로 갔다.

 운이 좋으면 이곳 비행기도 한번 타 보려만.. 아마 안 되겠지? 안되더라도 이곳 비행장 구경하는 것으로 위안삼기로 했다.

 공항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2층으로 올라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서는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쭉 가니 투르크멘 항공 창구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서 있다.

 창구에 다가가서 예약된 티켓이 있는지 물어봤다.

 대략 그 사람들 이야기로는 여행사나 다른 루트를 통해서 구입한 비행기 티켓를 이곳에서 정식 티켓으로 바꿔주는 것 같다.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은 혹시 캔슬이 나는 티켓이 생기면 얼른 표를 구입하려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 같다.(확실하지 않다.. 언어가 통해야지.. 대충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창구 직원은 반대편 창구로 가보라고 한다. 공항 건물을 쭉 횡단해서 반대편 창구로 갔다.

 창구에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고 한산하다. 직원들과는 그나마 영어가 좀 통했다.

 물어보니 역시나 오늘 투르크멘바시로 가는 비행기는 완전히 매진이다. 그럼 북쪽의 다쉬오구스(Dashous)로 향하는 비행기를 물어보니 역시나 매진.

 이렇게 발길을 돌려야 하나?

 마지막으로 혹시 내일 다쉬오구스로 향하는 비행기가 있는지 물어봤다.

 어? 그런데 첫 비행기 표가 있다는 것이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싸~ 누군가가 캔슬을 냈나보구나.

 새벽 6시 비행기이니까 다쉬오구스에 아침 일찍 가서 곧바로 목적지인 코니에 우르겐치(Konye Urgench)로 가면 된다.

 코니에 우르겐치는 우즈베키스탄의 우르겐치와 북서쪽으로 150Km 떨어져 있고, 누크스와는 아주 가까운 거리이다.

 옛 호라즘 왕국의 수도로서 몇몇 흔적들이 남아있는 도시이다. 혹시 다쉬오구스에서 투르크맨바시로 향하는 비행기가 있는지 물어보니 있다고 한다.

 이왕 영어가 통하는 창구 직원을 만난 김에 비행 스케줄을 쭉 물어보았다. 아쉽게 여행기를 쓰는 시점에 쪽지를 잃어버려서 기억나는 대로 적겠다.

 아쉬하바르에서 투르크멘바시로 향하는 비행기는 하루 2차례로 오전 10:00과 오후에 한번 더 있다. 다쉬오구스로 향하는 비행기는 매일 5차례 있으며 첫 비행기가 6시이고 다음은 9시, 마지막 비행기가 20:20에 있다.

 다쉬오구스에서 투르크멘바시로 향하는 비행기는 월, 수, 금, 일요일에 오후 11:30분에 있기는 하지만 이곳 아쉬하바르 비행장에서는 표를 살 수 없다고 한다.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만약 다쉬오구스에서 투르크멘바시로 가려면 무조건 내일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내일은 화요일이니까 일단 투르크멘바시는 이 시점에서 포기하기로 했다.(가게 되더라도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비행기 티켓 가격은 11달러(11000원)이다. 현지인은 30000마낫 외국인은 60000마낫을 지불해야 하는데 60000마낫을 공식 환율(5300마낫)을 적용하면 11달러가 나온다.

 외국인은 무조건 달러로 지불해야 한다. 여행사나 항공사에 예약을 했을 경우는 3달러가 더 추가된다. 덕분에 100$짜리 지폐를 잔돈으로 바꿀 수 있으니 나쁘지만은 않다.

 나와 영어로 이야기하는 창구 직원은 갑작스러운 외국인의 출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트랜짓 비자 여행자는 처음부터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지 않으며, 여행비자 여행자는 입국할 때부터 여행사를 통해서 미리 비행기 표를 예약 하니까 나처럼 창구에서 직접 비행기 표를 살 일이 없을 것이다.

 직원은 여권을 보여주자 트랜짓 비자라 잠시 멈짓 했지만 옆의 경찰이 날짜가 안 지났으니 괜찮다며 비행기 표를 끊어주라고 한다.(고마운 경찰이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공항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여행기를 작성하다가 오후에 어제 저녁식사를 대접받은 장부장님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에서 오랜만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밀린 곧바로 여행기를 홈페이지에 놓고 쌓인 메일도 체크했다.

 장부장님은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시면서 몇몇 한국인 여행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안내해주신다.

 머나먼 이곳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여행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 있으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지기가 힘들지만, 여기는 투르크메니스탄이기에 모르던 사람들과도 금새 친해질 수 있다. 이것이 여행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식사를 하고 잠시 시내를 걸었다. 시내에는 구소련 시절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많은데 모든 집이 위성안테나를 설치하고 있다. 아파트 전체에 다닥다닥 안테나가 붙어 있는 모습이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지 않다.

 위성안테나를 설치한 이유는 투르크멘 TV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모든 투르크맨 TV 방송에는 우측상단에 금색으로 그려진 대통령 얼굴이 항상 떠 있고, 내용 또한 대통령을 찬양하는 방송이다.

 택시나 승용차에서 투르크멘 음악을 듣다가 ‘투르크멘바시~’라는 말이 많이 들리는데 ‘투르크멘바시’는 지금 대통령 니아조프의 새로운 이름이니 아마 대통령을 찬양하는 음악일 것이다.

 택시를 타고 세르다르 욜리(Serdar Yoly)로 갔다. 어제 니사에서 아쉬하바르로 오면서 산 등성 위로 지어진 정자들이 보였는데 물어보니 '세르다르 욜리'라고 한다. 세르다르 욜리는 ‘지도자가 건강을 위해 지어준 길’이라는 뜻으로 니아조프의 명령에 따라 8Km와 37Km 두 길을 만들었다.

 택시(15000마낫)를 타고 시내에서 남쪽으로 10킬로 정도 떨어진 코펫 다그(Kopet dag)산맥까지 갔다.

 코펫 다그 산맥은 투르크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라쿰 사막의 끝에 위치한 험준한 산맥으로 자연스럽게 이란과 국경을 이룬다.

 아쉬하바드와 주변 사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금 내가 세르다르 욜리에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입구에는 커다란 공원이 있으며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바로 옆에는 대통령을 찬양하는 조형물이 한창 공사 중이다.(대통령의 심시티가 여기까지..)

 길은 시멘트 길로 산등성을 따라 이어져 있으며 일정한 지점마다 쉴 수 있는 정자가 있다.

 첫 번째 정자에 올라서니 사막 한 가운데에 세워진 아쉬하바르 시내가 보인다. 좀 더 높은 지점인 두 번째, 세 번째 정자에 올라가니 주변 도시까지 잘 보인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정자에 오르니 저 멀리 니사 유적지가 보였다.

 니사 유적지를 사진에 담으려고 계속해서 걸어가니 3Km 지점을 통과했다. 뭐 좀 가다보면 내리막길이 있겠지..(이때까지만 해도 세르다 욜리의 길이가 8Km인줄 몰랐다.)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5Km 지점을 통과하고 있었다.(그것도 배낭을 맨 채..)

 결국 1시간 40분을 걸어 8Km 지점까지 갈 수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녹지 않은 얼음으로 빙판으로 되어 있어서 조심조심 내려갔다.(결국 한번 미끄러짐)

 문제는 지금..

 저녁시간(오후 6시)이라 차가 아예 다니지 않는다. 히치를 하려고 하염없이 걸었지만 지나가는 차량은 한대도 없다.

 결국 근처 대로까지 3킬로를 더 걸었다. 오늘 하루 이 나라 대통령 덕분에 실컷 걸었다.

 대로에서 히치를 하자 고급차가 내 앞에 선다. 뒷좌석에 악기가 있는 것을 보니 젊은 음악도 인 것 같은데 꽤 잘사는 모양이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삼성 블랙폰을 꺼내더니 씩 웃는다.

 아쉬하바르 시내에 들어서자 공사 중인 많은 건물이 보인다.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도시로 상하이와 이곳 아쉬하바르를 꼽는데 상하이는 경제적인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하지만 아쉬하바르는 철저하게 개인에 의해 기획되고 지어지는 도시이다.

 도대체 올림픽 스타디움은 왜 있는 거야? 제대로 된 스포츠 종목도 없으면서..

 니아조프의 도시건설 게임이 끝나면 전 세계에 자랑하기 위해서라도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그러나?

 숙소에 돌아오니 주인아저씨가 저녁을 대접해 주신다.

 내일 새벽 6시에 비행기를 타려면 숙소에서 새벽 4시에 출발을 해야 하는데 그전에 일어날 자신이 없다.

 때문에 오늘은 그냥 밤을 새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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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하바르 공항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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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에서 시내로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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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다르 욜리(Serdar Yoly) 입구의 대통령 찬양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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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다 욜리.. 산등성까지 수 많은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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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무슨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지.. 대통령의 심시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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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정상으로 올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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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중에 만난 투르크멘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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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밑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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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아쉬하바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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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사진을 같이 찍기를 청한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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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하바르로 쭉 뻗은 도로..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도시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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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산맥을 넘으면 바로 이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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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임에도 불구하고 모래 안개가 자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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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오르다 지칠 무렵 저 멀리 투르크멘 국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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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하바르 도시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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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정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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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맥에는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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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는 국기가 펄럴이고 있지만 사실 밑 부분이 찟어진채 방치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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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쿰 사막을 끝내는 코펫 닥 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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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다 욜리 서쪽에서 바라본 아쉬하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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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사 유적지 주변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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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다 욜리에서는 장애물 없이 먼 곳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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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달 분화구 같은 니사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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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눈이 쌓여 있는 출구.. 내려오면서 한번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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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풍처럼 이어진 산맥.. 저 산등성으로 세르다 욜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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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스타디움.. 왜 만들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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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하바르의 야경.. 맨눈으로 보기에는 무척 화려했지만 사진으로는 어두워 보여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