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수)

새벽 6시 숙소에서 나와 아캄바 버스 오피스로 갔다. 모시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지만 오지를 않는다. 하염없는 기다림.. 결국 8시 10분에 출발했다. 큰 버스 회사라 정확한 시간에 출발할 줄 알았는데 역시 아프리카 타임이다. 출발하자마자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더니 결국 8시 30분 출발.

나이로비 외곽으로 나오는데 차량이 많이 밀린다. 나이로비는 동아프리카 최대 도시로 성장했지만 도로를 비롯한 인프라는 아직 열악하다는 느낌이 든다.

1시간 정도 지나 시내를 빠져 나오자 쭉 곧은길이 시작된다. 버스는 신나게 달리다가 느린 트럭이 앞에 달리면 눈치껏 추월을 해야 한다.

동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것이 좁은 도로 체계이다. 거의 모든 도로가 갓길조차 없는 2차선으로 되어 있어 느린 트럭 한 대가 지나가면 그 뒤로 차량들이 줄을 지어 달려야 한다. 눈치껏 추월을 하면 되긴 하지만 도로에 차량이 많을 때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도로를 건설할 때 4차선이나 최소한 갓길이라도 만들었으면 쓸데없는 교통 체증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케냐-탄자니아 국경에 도착해 케냐 출국 수속을 밟고 탄자니아 입국 수속을 밟았다. 여행 첫 부분에 받았던 탄자니아 비자를 다시 쓸 수 있는지 물어보니 차드를 입출국 흔적이 있어 안 된다고 한다. 결국 50$ 주고 비자를 새로 받았다.

국경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하니 20실링을 달라고 한다. 화장실이 급해 이용하기는 했는데 탄자니아 쪽으로 넘어가니 10실링..

탄자니아로 넘어가자 바위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웅장한 Mt Meru이 왼편에서 버스가 어느 정도 거리에 왔는지 기준점이 되어준다. 1시 30분에 아루사(Arusha)에 도착했다. 아루사는 킬리만자로 등반과 세렝게티 사파리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잠시 정차 한 다음 다시 모시(Moshi)로 출발했다.
Mt Meru(4,566m)을 남쪽으로 지나니 킬리만자로가 보이는데 구름에 싸여 정상은 볼 수 없다. 저 곳을 이제 우리가 정복해야 한다.

모시에서 내려 택시 3,000실링을 내고 (1$=1600실링=우리나라 화폐 값어치의 3/4정도) Kilimajaro Backpackers Hotel에 자리를 잡았다. 도미토리는 1인당 5$라 세 명이 15$를 내고 도미토리에 가니 4인 룸에 누군가의 배낭이 있다. 자리가 불편할 것 같아 20$에 도미토리룸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 호텔은 아침식사가 포함 된 가격이고 시설이 깨끗하고 핫샤워가 가능하다. 3층에는 바와 레스토랑이 있어 식사나 음료를 시킬 수 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최고 숙소가 아닌가 싶다.

숙소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밥과 케밥을 시켜 식사를 하고 킬리만자로 등반을 위해 여행사를 돌아다녔다.

호텔에 도착하면서부터 많은 삐끼들이 붙었다. 킬리만자로 등반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삐끼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 방문한 Tatally Wild Safaris 여행사는 킬리만자로 등반 비용을 800$까지 낮췄지만 가이드 4명에 한국 여행자 한명이 더 붙는 조건이다. 킬리만자로 등반에서 가이드와 쿠커, 포터는 팁을 따로 줘야 한다. 공식 팁은 가이드 1명당 100$ 선이다. 가이드가 4명이라 함은 400$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손님이 한명 더 붙어 가격이 다운되기는 했지만 우리 이외에 한명이 더 붙는 건 불편하다.

다른 여행사들을 알아보고 결정하기로 해서 돌아봤지만 1200$, 1000$를 부른다. 마지막으로 한군데만 더 들리고 처음 협상했던 곳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를 졸졸 따라 다니던 청년에게 여행사에 안내해보라고 하니 New Castle 호텔 안의 여행사로 안내한다. 사장은 처음에 950$를 부르더니 이내 우리보고 가격을 제시하고 말한다. 가이드는 2명이고 우리 셋만 등산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는 있었다.

‘처음 갔던 여행사에서 800$에 해주기로 했어. 여기서 820$에 해주면 여기로 할게.’라고 조건을 제시하자.

‘그럼 호텔 2일 포함해서 830$에 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할거야.’라고 말한다.
이제 거의 근접.

‘호텔은 등반이 끝나는 날 하루로 하고 820$. OK?'

사장은 ‘참 대단하다.’라는 표정으로 OK 한다. 킬리만자로 등반은 4박 5일 마랑구 코스로 4박 5일이며 왕복 교통비와 등산 장비 모두를 포함한 가격이 820$이다. 탄자니아 정부에 입장료와 시설 이용비로 지불할 520$를 제외하면 사실상 1인당 300$이다. 우리를 데리고 온 삐끼 청년 둘은 우리의 가이드가 되었다. 앞으로 4박 5일 동안 함께 할 가이드는 오스왈드와 길버트이다.

오늘 모시에 도착해서 내일 킬리만자로 여행사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운 좋게 내일 바로 출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된 셈.

장비 점검을 하려고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시내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내일 아침 장비를 점검하기로 하고 마트에서 등산에 필요한 사탕과 초콜릿을 구입했다.

Kilimajaro Backpackers Hotel 옥상 레스토랑에서 맥주 한잔을 하며 내일 등반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내일이면 아프리카 최고봉 등반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