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호수팀 프로젝트 아프리카 탐방기 4 팀원과 합류, 차드 입국 1월 7일~8일(나이로비~차드 은자메나)

1월 7일(토)

 밤새 버스를 타면서 빈대에 물렸다. 몸속에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게 옷을 꽁꽁 여몄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왼쪽 팔은 31군데를 물렸다. 온몸에 가려움이 엄습했지만 긁으면 덧나기에 긁지 않으려고 애썼다. 버스의 진행 속도도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쾌적하고 빠른 시간에 가려고 가장 비싼 아캄바 버스를 탔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돈과 별도로 이곳은 아프리카라는 느낌이 확 든다.

 나이로비에는 정오가 돼서야 도착했다. 아캄바 버스 오피스에서 뉴케냐 롯지는 멀지 않기 때문에 짐을 찾고 바로 뉴케냐 롯지로 들어가 체크아웃을 했다.

 여행을 처음 시작해 막막할 때 도움을 주었던 키 작은 스텝 니콜라스가 날 기억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먼 타국 땅이라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주니 더 반가웠다.

 니콜라스는 롯지에서 일을 하면서 빨래 서비스를 해주는데 상의는 20실링, 하의는 30실링이다. 니콜라스에게 상의 두 벌과 하의 한 벌을 빨래를 맡겼다.

 밤새 버스를 타고 그런지 따뜻한 물 샤워를 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오후 5시 쯤 상걸이와 재용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울에서 방콕으로 와 나이로비 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나이로비의 한국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며 급히 연락을 해보라고 한다.

 대사관 직원 분에게 연락을 하니 반갑게 전화를 받으시며 우리가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도움을 주시겠다고 이야기 하신다.

 나이로비에는 UN 산하 UNEP(유엔환경계발계획) 본부가 있다. UNEP은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과 같은 세계 환경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단체로 1972년에 설립되어 올해가 역사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나이로비 주재 한국 대사관의 대사님은 UNEP에서 상주 대표를 겸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 대사관과 연락이 되면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지구온난화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단체와 연결이 되게 되고,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전화 통화가 된 정종선 참사관은 UNEP에서 상주 부대표로 아프리카에 와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를 걱정하시면서 내일 시간이 되면 오전에 만나자고 이야기 하신다.

 UNEP과 연결이 되면 UNEP 본부를 방문해 자료를 요청하고 직원과 인터뷰를 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크게 차드 호수 탐방과 킬리만자로 등반이 주목적으로 설정했기에, 케냐는 차드에서의 일정 이후에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를 등반하기 위해 거쳐 가는 경유지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우리 프로젝트에 있어 중요한 활동지로 부상하고 있다.

 날짜를 계산하니 1월8일~18일까지 차드에 있다가 19일~27일까지 킬리만자로 등반으로 일정을 계획했는데 그러면 케냐에서는 많아야 2일 밖에 활동할 수 없다. 차드에서의 일정을 18일에서 16일로 당겨서 케냐 일정을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해야겠다.

 그렇지만 차드 호수 탐방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쉽게 일정을 줄일 수는 없다. 구체적인 일정은 차드에서의 진행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1월 8일(일)

 새벽 6시 재용이에게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비행기는 오후 5시 25분이기 때문에 항공 규정상 항공사는 승객에게 호텔을 제공해야 한다. 재용이에게 케냐 항공 오피스에 가서 호텔을 요구하라고 했다.

 1시간 뒤 파나리(Panari)호텔에 여장을 풀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황급히 짐을 챙기고 니콜라스에게 10일 뒤에 다시 보자는 말을 남긴 채 뉴케냐 롯지를 떠났다. 니콜라스는 바람처럼 왔다가 가는 나를 보면서 ‘별 신기한 친구도 다 있네.’라는 표정이다.

 공항으로 가는 34번 버스는 힐튼 호텔 건너편 국립미술관 옆 블록에 있다. 론니에 잘 표시가 되어 있고 버스 바깥으로 번호가 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버스에 타서 파나리 호텔에 간다고 하니 33번 버스를 타라고 한다. 버스는 10분 정도 사람을 태우다가 출발한다.(40실링)

 파나리 호텔에 가서 상걸이와 재용이와 합류 했다. 10일 만의 만남이었지만 이곳이 나이로비이기에 반가움은 더 했다. 동생들에게 그동안 준비 상황을 이야기 들었다. 내가 동아프리카 여행을 한 동안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를 꼼꼼하게 했다. 역시 믿음직한 동생들이다.

 한국 대사관의 정종선 참사관에게 전화를 하니 호텔로 직접 오신다고 말씀하신다. 호텔에서는 바로 나이로비 국립공원을 볼 수 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이로비 국립공원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참사관이 호텔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참사관은 주케냐대한민국대사관 소속으로 환경부에서 파견을 나와 UNEP에서 상주부대표로 계신다. UNEP는 UN산하 환경 담당부서이며 전 세계 환경 담당 거점이 바로 케냐 나이로비에 있다. 사모님도 같이 오셨는데 사모님은 중학교 선생님을 하시다가 휴직을 하고 이곳에 계신다고 말씀하신다.

 참사관은 마침 케냐 교민들이 16일부터 킬리만자로 등반을 한다고 하시면서 같이 등반을 하면 더 안전하고 좋을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우리가 합류하기는 힘들 것 같다.

 환경부에 계시던 분이라 기후 변화와 관련된 자료를 구해주시기로 했으며 UNEP에 방문해 관련자와의 인터뷰를 주선해 주신다고 하셨다. 또한 UNEP 한국 상주 대표인 김찬우 대사와의 인터뷰도 요청해준다고 말씀하셨다.

 문제는 시간인데 차드에서의 일정을 앞당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대한 킬리만자로 등반을 마치고 케냐로 돌아와 UNEP을 방문을 해야 한다.

 참사관 내외를 배웅하고 호텔에서 쉬었다가 호텔 3층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호텔 뷔페라 그런지 먹을거리가 다양하다. 차드에 들어가기 전에 최후의 만찬이 되겠지?

 스테이크와 스파게티를 먹는데 호텔 직원이 와 내가 바우처가 없기 때문에 식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깝기는 하지만 가지고 있던 케냐 돈 2000실링과 6$를 추가로 냈다.

 오후 3시에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출국 수속을 밟은 후 면세점 둘러보았다. 인천 공항을 비롯한 여느 공항에 비해 작은 규모인데 아기자기한 분위기이다.

 은자메나행 비행기는 나이로비~코토누~은자메나~나이로비로 순항을 한다. 코토누는 2007년 베넹의 수도로 서아프리카 여행을 했을 때 심각한 공해로 탈출하다시피 여행을 했던 도시인데 이렇게 비행기로 다시 올 줄을 생각도 못했다. 은자메나를 직선으로 가면 4~5시간이면 도착하지만 코토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9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나야 나이로비에서 스톱오버를 해서 괜찮지만 동생들은 인천에서부터 계속해서 비행기만 타는 고난의 여정이다.

 오후 5시 25분 차드의 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이로비 공항을 이륙하자마자 드넓은 사바나를 하늘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두 도시를 들러서 운행함에도 승객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비행기의 크기가 작아 흔들림이 심했다.

 5시간 뒤 코토누에 착륙하고 45분 정도를 쉬었다. 코토누에서는 기름을 넣고 차드로 가는 형식으로 착륙한다. 덕분에 항공유를 주유하는 모습을 창문 밖으로 볼 수 있었다. 원래 주유하러 들른 곳에서는 사람을 태우면 불법이라고 하는데 버스처럼 승객을 내리고 태운다. 새로운 승객들은 중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코토누에서는 2시간을 비행해 은자메나에 도착했다. 은자메나에 도착하기 직전 갑작스러운 긴장감이 몰려왔다. 그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미지의 세계.. 과연 우리가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고 나올 수 있을까? 등등..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은자메나 공항은 한 나라의 대표 공항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규모이다. 거의 원주시외버스터미널과 비슷한 규모이다.

 공항에 들어서 비자 수속을 밟으려고 하는데 ‘혹시 한국분이신가요?’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굿네이버스의 박근선 지부장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그동안 메일로만 일정을 주고받다가 이렇게 직접 만나 뵈게 되다니..

 반가움도 잠시 지부장님은 수속을 빨리 밟아주시고 짐도 같이 옮겨 주셨다. 우리가 가져온 짐은 배낭 4개, 보조가장 2개, 박스 5개였다. 지부장님 외에도 한동대 경제학과 대학생도 어제 비행기에서 안 온 짐을 받으러 온 김에 인사를 했다.

 한동대에서는 대학생 3명, 연구원 1명이 은자메나에서 현지인들에게 시장조사 컨설팅을 해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대학에서 선발을 해서 비행기 비용만 지원해 준다고 한다. 때문에 350만원 하는 에어프랑스 비행기를 타고 왔지만 최대한 아끼기 위해 숙소는 저렴한 숙소에 묵고 있어 열악하다고 한다.

 지부장님은 유창한 프랑스어와 아랍어로 어렵지 않게 입국 수속을 밟게 하였다. 비자는 공항에서 받지 않고 따로 작업을 해주신다고 하신다.

 지부장님 덕분에 숙소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숙소는 SIL로 불리며 교사 번역센터 숙소이다. 차드 지방에서 선교 번역을 하는 선교사들이 점검과 휴식을 위해 묵는 곳으로 부엌과 침대 3개와 욕실, 화장실, 거실이 있다. 전기가 잘 들어오고 정수 된 물이 상시로 나오며 마당에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무엇보다 경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도둑이 침입할 염려가 없다. 원래 1인당 40$를 지불해야 하는데 지부장님이 예약을 해서 20$선에서 묵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가 없고, 비싼 호텔을 제외하고는 은자메나에서는 배낭 여행족에게는 최고의 숙소가 아닌가 싶다.

 짐을 풀고 한국에서 공수해 온 약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오랜만에 한국 과자를 맛 봤다. 셋이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잠깐 회의를 했다. 차드는 쉽게 올 수 없는 곳이기에 이곳에 있는 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케냐의 들판

전형적인 산악지형이다.

전망대도 갖춰 있다.

나이로비 도착

분주한 정류장

나이로비의 배낭여행자 아지트 뉴케냐롯지

번잡한 시내

시내 중심에는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다.

상걸이와 재용이를 만난 호텔

호텔에서 바라 본 나이로비

재용이와 함께

차드로 떠나는 케냐항공

기내에 비치 된 잡지에서 발견한 유넵관련 기사

반기문 UN사무총장 얼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