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4의 뒤죽박죽 몽골 여행기 12 아름다운 호수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 (흡수굴호수 8.6~9)

8월 6일(일)

2박 3일간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북쪽을 향하여 출발했다.

오늘 목적지는 흡수골 입구인 Moron(모론)이다. 에케메는 차를 타고 9시간이나 가야 도착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차는 호수를 끼고 달리며 북쪽으로 향했다.

12시 30분에 Jargalant(잘가란트) 마을에 도착했다. 별 특징 없는 평범한 마을이지만 분위기는 평화스러웠다.

오후 1시 반쯤에 차가 언덕에서 퍼졌다.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퍼진 것이다. 에케메가 차량을 손질하는 동안 점심식사를 했다. 라면을 끓이는데 나라가 우리 쪽만 쳐다본다. 우리가 식사를 해줄 줄 알고 아예 점심준비도 안 해왔던 것이다.

처음 UB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할 때에는 몽골의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해서 흔쾌히 동행을 했는데 오히려 우리의 전통요리를 해먹이는 판이다.

한국인이 정이 많다고 하지만 더 이상은 에케메 가족여행의 보조자가 되기는 싫었다. 결국 에케메 가족은 점심을 굶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차를 고치지 못해 계속 기다려야만 했다. 알고 보니 기어변속에 중요한 부품인 트랜스미션이 부러졌다. 지나가는 오토바이에게 부탁을 해서 Jargalant에서 부품을 사온 후 2시간만인 3시 반이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일정이 더욱 늦어지고 몸도 지쳐갔다.

오후 5시 5분에 Shine Ider(쉬네 이데르)에 도착했다. 여기서 잠시 내려 콜라 한잔을 했다. 텁텁한 더위에서 먹는 시원한 청량음료의 맛을 음미했다.

모론까지는 아직 3시간을 더 가야 한다.

오후 8시 30분 저 멀리 도시가 보인다. 바로 흡수굴 입구인 Moron(모론)이다. 에케메에게 오늘 피곤이 많이 쌓여 게르보다는 호텔에서 자고 싶다고 하니 시내 중심의 호텔로 안내해준다. 호텔 이름은 키릴(몽고 현지문자)로 되어 있어서 잘 모르겠다. 숙박료는 1인당 3500투그릭이다.

모론 중심의 Dul 호텔에서 남쪽으로 길을 건너 100m쯤 가다보면 영어로 몽골-한국 식당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모처럼만에 한국음식을 시켰다.

나와 재용이는 김치찌개(3500투그릭)를 시키고 상걸과 형준이는 비빔밥(3500투그릭)을 시켰다. 그런데 김치찌개 대신 불고기 김치찌개가 나오고 비빔밥에 고추장은 한 숫갈만 준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한다. 모론은 울란바토르에서 버스로 25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라 이해하기로 했다. 찌개와 비빔밥은 먹을 만했다. 우리처럼 장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한두끼 식사하기에는 괜찮은 집이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안에 있는 바(Bar)로 가서 맥주한잔을 했다. 우리는 맥주한잔을 하며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을 서로에게 나눴다. 이곳 바의 분위기는 은은한 촛불을 켜놓고 조용조용 이야기 하는 분위기이다. 시끌벅적한 한국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샤워를 한지 오래되어 화장실에 가서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물이 얼음장 같이 차갑다. 내일 흡수골 호수에 가서 씻어야겠다.

슈퍼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노트북에 저장된 영화를 보며 오늘 하루의 피곤을 풀었다.

총 이동거리 - 270Km

8월 7일(월)

아침에 자고 있는데 형준이와 재용이가 격양된 표정으로 내방으로 찾아왔다. 낯선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와 에케메 자동차가 고장 났기 때문에 1인당 40달러를 내고 새차를 빌려서 흡수골로 가라고 한다.

이미 모든 돈을 지불한 상태라 40달러를 더 낸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자초지종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국으로 가서 UB 게스트하우스의 김사장님에게 전화를 했다.

김사장님에게 아침의 일을 비롯해 처음 출발할 때 김사장님 사모님이 우리를 몰아세웠던 일과 에케메 가족과 여행을 하면서 불편했던 일을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사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동안 넘겨왔지만 사실 여행을 하면서 불만이 쌓였었다.

김사장님은 일단 참고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 해결하자고 한다.

호텔로 돌아오니 에케메가 남아있던 상걸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마침 김사장님이 에케메 전화기에 전화를 해서 다시 내가 받았다.

김사장님은 아침에 형준이와 재용이를 찾아온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한다. 에케메는 원래 자기로 했던 게르에서 자서 그틈을 노려 사기꾼이 우리를 채가서 뜯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 미심쩍기는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에케메에게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오후 10시에 출발했다. 아까 김사장님에게 화내면서 전화하지 않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론 전화국에 가서 인터넷을 했다. 1시간당 600투그릭이고 인터넷 속도도 빠른편이다. 오랜만에 메일과 뉴스를 볼 수 있었다.

한국은 지금 폭염이라 동해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상하게 나는 속초에 산지 2년이 되가는데도 해수욕장을 한번도 안 갔다. 방학의 모든 시간을 여행에 투자한 덕분이다.

흡수굴에는 3박 4일간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모론에서 식량보급을 해야 했다. 슈퍼를 4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준비를 했다. 슈퍼마다 물품 가격이 차이나기 때문에 잘 돌아보면 알뜰한 쇼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계란 요리를 하려고 했지만 계란 1개당 180~190투그릭이나 한다. 우리나라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내심 기대했던 김치와 고추장은 결국 구하지 못했다. 이제 양념도 다 떨어져 가는데.. 울란바토르에서 고추장, 김치 등 양념은 더 준비했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한가지 장기 여행을 하는 분들에게 팁을 주자면 쌀, 야채, 김, 라면, 통조림은 여행을 하면서 구할 수 있지만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는 울란바토르이외에는 팔지 않기 때문에 꼭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모론에서 북쪽으로 3시간을 달려 흡수골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입장료(3000투그릭) 징수하는 곳에서 학생증을 내보이며 할인 달라고 하니 기분 좋게 깍아준다.

흡수굴은 세계에서 가장 맑은 호수로 알려져 있으며 길이가 136Km이고 너비가 36Km이다. 크기는 경상남북도만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수이다.

몽골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꼭 들려봐야 할 정도로 아름다운 몽골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고 많은 종류의 어류가 살고 있기 때문에 낚시를 하러 많이 온다.(하지만 낚시를 하려면 10000투그릭을 내고 퍼밋을 받야야 함)

타이가 기후대로 주변에는 침엽수림이 우거져 있으며 200여 종의 조류와 야크, 큰뿔양, 곰등 많은 야생돌물이 살고 있다.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 바로 흡수골 호수로 진작에 지목했었다.

흡수골 입구인 Khatgal(카트갈)에 도착을 해서 MS 게트스하우스(하루 1인당 5000투그릭)에 들어갔다. 일단 호수와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고 게르 시설도 지저분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게르 밑부분이 뻥 뚫려 있어 여름밤에도 춥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떨면서 지낼 것 같다.

결국 형준이가 폭팔했다. 형준이 에케메에게 한번뿐인 방학을 이렇게 망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원하는 숙소는 아름다운 호수를 한눈에 감상하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그런 장소이기 때문이다.

에케메는 그런 숙소가 없을 거라고 하며 일단 차에 타라고 한다.

Khatgal(카트갈)에서 곧바로 북쪽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호수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호숫가에 게르 캠프가 보이길래 숙박료를 물어보니 1인당 10,000투그릭을 달라고 한다.

숙박료가 너무 세서 에케메에게 북쪽의 다른 캠프로 가자고 하니 북쪽으로 가려면 산을 돌아 50Km는 더 가야하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한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한 청년이 우리에게 오더니 언덕위의 게르는 어떤지 물어본다. 가격을 물어보니 1인당 5000투그릭을 주라고 한다. 희망의 빛이 보인다.^^

언덕위에 올라가니 주변 경치도 아름답고 무엇보다 호수와 섬이 한눈에 보인다. 맑디맑은 물은 깊이에 따라 3가시 색깔을 띄고 있었다.

청년은 우리가 3일을 머물 것이라 하니 흔쾌히 3500투그릭으로 깍아준다. 청년 이름은 Enkhbayar(엔크바야르)이고 19살이다. 러시아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방학을 맞아 집으로 왔다고 한다.

청년이 나가고 잠시 후 몽골 전통복장을 하고 온 주인 아저씨와 딸이 우리 게르로 찾아온다. 외국 손님은 8월 들어 처음이라고 하면서 반겨주신다.

아저씨는 이곳 게르 캠프는 내년에 정식으로 열 예정이라면서 이곳 시설들을 외국인의 입장에서 잘 봐달라고 한다. 마침 형준이가 나를 가르치며 여행 작가라고 하니 아저씨는 더욱 반가워하신다. (형준이가 오버 한 것 같음)

주인아저씨 이름은 Enkhbat(에크밧트)이고 러시아 샹트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한 후 몽골로 돌아와 사업은 하시고 있다고 한다.

시설을 돌아봤다. 아담한 테라스와 여행자들이 휴식하기 좋은 관계 시설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좋아보였다. 주인아저씨께서 미래를 바라본 투자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엔크바야르에게 몽골키릴 문자와 위굴청 문자에 대해 물어보았다. 넓은 영토를 장악한 칭기스칸이 지배를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이 바로 몽골문자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준 민족이 현재 중국 신장성에 거주하고 있는 위구르인이다. 위구르인은 몽골 제국 초기부터 제국민의 일원이 되어 행정체계와 무역에 관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들은 몽골인에게 위구르 문자를 참조하여 문자를 만들어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위굴청이라고 불리는 문자이다.

하지만 몽골이 러시아의 영향에 들어가자 러시아는 문화 말살정책으로 위굴청 문자를 배재하고 러시아 고유문자를 조합해 키릴문자를 몽골에 보급한다.

엔크바야르는 우리이름은 위굴청과 키릴 문자로 적어주면서 지금 몽골의 모든 학교에서는 위굴청 문자를 배운다고 한다. 민족정기 되찾기 운동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호수를 둘러보니 밑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주변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밤이 되자 엔크바야르 우리를 불렀다. 낮에 갔던 통나무 건물에 발전기를 돌려 카세트를 연결하니 멋진 바(Bar)가 탄생했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몽골 역사에 대해 토론을 했다.

사실 몽골 현지인들은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다. 유목민족 자체가 기록을 남기는 것에 인색하고 역사의식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몽골을 여행하면서도 유목민들에게 역사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엔크바야르와 이야기 하면서 몽골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엔크바야르 역시 외국인인 우리가 몽골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을 반가워하는 눈치이다.

흡수굴은 8월인데도 불구하고 밤에는 무척 쌀쌀하다. 때문에 게르 안에 장작을 가져와서 난로를 피운다.

E4 대원 4명은 따뜻한 난로 주위에 모여 보드카 한잔을 걸치며 이야기를 했다. 게르 밖으로 나가니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있다. 달빛이 비춰지는 호수가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마치 임진왜란 때 달빛 비취는 한산도 앞바다를 보며 시를 읊던 이순신 장군이 된 기분이다.

취기가 도는 가운데 난로안의 장작은 붉은 빛을 내며 사그라들고 있다.

E4가 머문 요르그(Yerlug) 캠프를 소개합니다.

아름다운 호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캠프이며 무엇보다 흡수굴에서는 가장 저렴한 숙소이며 캠프를 운영하는 가족들도 무척 친절합니다. 이들 가족은 울란바타르에 살고 있다가 7~8월이 되면 캠프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이메일- enote_travel2000@yahoo.com

가족소개 - Enkhbat 아빠 48세, Otgonbayar 엄마 46세(영어 조금), Enkhbayar 19세(영어, 러시아어 능통), Oyuntselmeg 17세(영어 능통), Nomundari 13세, Turtuvshin 10세

전화번호- (976)-99759915

총 이동거리 - 110Km

8월 8일(화)

아침에 일어나 상걸, 재용이와 함께 호숫가에 가 그동안 밀린 설거지를 하러 갔다. 설거지를 하면서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았는데 물이 무척 깨끗해서 세수하기가 미안할 정도이다.

아침식사를 하기 전 주인 아주머니가 오셔서 오늘 말을 탈건지에 물어보신다. 흡수굴 호수 여행의 백미는 단연 말 타기이다. 말을 타며 아름다운 호수 주변을 돌아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주인아주머니에게 말을 타겠다고 승낙하니 가이드를 데려 오신다. 가이드는 27살의 여성인데 하루 5시간에 말 1인당 8000투그릭과 가이드비 10000투그릭을 요구한다. 결국 깍아서 1인당 5000투그릭와 가이드비 10000투그릭에 합의를 봤다.

12시부터 말을 타기 시작했는데 가이드가 아까와는 다르게 자신이 타는 말의 비용을 더 내라고 한다.

이왕 말을 타는 김에 기분 좋게 5000투그릭을 더 내기로 했다.

이번에 내가 선택한 말은 고집이 센 편이다. 나 역시 한고집하는 성격이라 잠시 신경전이 벌어졌지만 나의 승~ 말이 명령을 안 들을 때마다 엉덩이를 때리니 한결 나아진다.

수정처럼 아름다운 호수를 말을 타고 돌기 시작했다. 말을 타고 호숫가를 돌며 주변 풍경도 감상하고 지나가는 현지인들에게 인사도 건넸다.

그러나 평지가 나타나면 냅다 달렸다. 말이 달릴 때의 짜릿함... 마치 내가 카우보이가 된 느낌이다.

말을 타고 산으로 올라갔다. 편하게 말을 타는 나와 달리 힘겨워 하는 말을 보며 좀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호수는 환상 그 자체이다. 절벽위에 호수가 그림 같은 풍경으로 내 눈에 들어온다.

나와 형준이 재용이는 말을 잘 타는 편인데 상걸이가 자꾸 뒤쳐진다. 상걸이는 마음이 약해 말을 다그치지 못한 탓이다.

상걸이가 쳐질 때마다 상걸이 쪽으로 가서 말 엉덩이를 때리면 속력을 낸다. 나중에는 때리는 시늉만 해도 속도가 빨라진다.

어디선가 휘파람 음악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들리는 거지? 일행을 봐도 아무도 휘파람을 부르지 않는다.

의아해 하면서 말을 타니 답이 나온다. 바로 가이드의 목에서 나는 소리이다. 입술이 아닌 목으로 소리를 내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입술은 가만히 있는 채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다니.. 이곳말로 ‘스크레’라고 한다.

중간에 나무로 지은 집이 보인다. 바로 가이드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이다. 집주변으로는 양들이 휴식을 취하는지 졸린 눈으로 꾸벅 졸고 있다.

집안에 들어가니 가이드 친구가 수태차와 야크치즈를 대접해준다. 야크치즈는 맛이 연해 두부와 같이 느껴진다.

가이드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 가장 매너가 좋은지 물어보았다. 가이드는 미국과 한국 사람이 매너가 제일 좋고 이스라엘 사람이 가장 꺼림칙 한다고 대답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얼마 전 이스라엘 여행자 말 타기 가이드를 했는데 그 여행자는 오르막 내리막 할 것 없이 무조건 달리기만 했다는 것이다. 결국 말이 잘못 넘어서 죽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이스라엘이 가장 싫다고 한다.

이렇게 여행자 한사람의 행동이 국가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한 바퀴 돌아 처음 출발했던 숙소로 돌아가니 딱 5시가 되어 있었다. 가이드에게 35,000투그릭을 지불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허기가 져서 라면을 끓여먹으려고 하는데 게르 주인아저씨가 우리 게르로 오신다. 취기가 약간 도신 모양인데 우리에게 몽골리안 소주를 맛보라고 하면서 PT병 한가득 담아주신다. 주인아저씨를 비롯해 이곳 게르 가족은 우리를 장사를 해야 할 상대이기 보다는 진심으로 손님으로 대해주는 것을 느꼈다.

몽골리안 소주는 아이락(마유주)을 증류시킨 술인데 냄새가 고약하다. 하지만 이술을 한껏 들이키면 장에 쌓인 찌꺼기들이 똥으로 나와 건강에 좋다고 한다.

나와 상걸이는 그런대로 잘 마시는데 형준이와 재용이는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간식거리도 살 겸 이곳에서 3Km 정도 떨어진 Khatgal(카트갈)로 걸어갔다. 게르 바로 앞의 선착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섬을 일주하는 배가 출발한다고 한다.

카트갈에서 간식거리를 산 후 다시 게르로 돌아오니 1시간 반이 지나있었다.

하루 종일 말을 타서 그런지 온몸이 피곤하다. 말을 타는 게 단순한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전신 운동이라 그렇다.

밤에는 넉넉하게 장작을 가져와 불을 지폈다. 나와 상걸이는 몽골리안 소주를 마시고 형준이와 재용이는 보드카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8월 9일(수)

어제 늦게까지 한잔하는 바람에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상걸이와 호수로 내려가 설거지와 세면을 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지어먹었다.

어제 말 타기를 해서 그런지 온몸이 쑤신다. 오전에 특별히 할일이 없어 건강고스톱(점수대로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을 하고 있는데 에크바야르가 아침에 잡은 숭어 4마리를 우리에게 건네 요리를 해먹으라고 한다.

이걸 가지고 뭘 하지? 일단 초고추장이 없어 회 떠먹기는 글렀고 고추장과 고춧가루가 떨어져 매운탕 해먹기도 곤란했다. 결국 형준이가 생각해낸 것은 잡탕이다. 라면스프, 햄, 양파, 송어를 넣어 잡탕을 했는데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라면스프 매운탕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데 아주인아주머니께서 ‘호쇼르’라고 불리는 전통 음식을 가져왔다.

밀가루를 고구마 모양으로 만들어 튀긴 후 속에는 생선, 양파, 당근으로 소를 만든 음식이다. 만두 모양 비슷한 것 같다. 개당 150투그릭으로 20개를 주문했는데 우리 입맛에 잘 맞아서 금새 동이 났다.

비와 우박이 내리는 바람에 아름다운 호수를 산책하지 못하고 게르 안에서 우리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때는 에크바야르가 ‘수데부다’라는 몽골 전통 음식을 가져왔다. 밥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만들었는데 지난겨울 키르키즈스탄을 여행할 때 맛본 죽과 같은 음식이다.

너무 얻어먹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할 정도이다.

우리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몽골어 회화집을 드렸다. 아주머니께서는 드라마 대장금을 감명 깊게 보셨다며 꼭 한국어를 익히겠다며 기뻐하신다.

흡수골에서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에크바야르가 우리 게르에 와서 이야기를 청한다.

난로에 장작을 지피고 촛불을 켜놓고 에크바야르와 많은 대화를 했다. 몽골 역사와 몽골 사람들의 생활과 전통음식, 스포츠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처음 에크바야르는 보드카를 마시지 못한다고 했는데 어느새 우리와 같이 건배를 하고 있다.

순수하고 착한 19살 몽골 청년 에크바야르와의 소중한 대화로 또 하룻밤이 지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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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사진에 담은 화이트 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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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북쪽은 산맥이 쭉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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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퍼진 곳에 오래된 오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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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언제까지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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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on(모론)에서 오랫만에 발견한 한국 식당. 먹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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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론의 거리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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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굴로 가는 길에 둘러 본 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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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디 푸른 흡수골 호수.. 유람선도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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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캠프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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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레이크와 달리 흡수굴 호수는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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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에 온 듯하다.(알프스에 간적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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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호수를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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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래쉬에 비춘 재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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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 외로히 서 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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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질을 하는 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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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 승마여행을 한 25세 여성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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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름하게 말을 모는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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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호수에 잠긴 것을 보니 얼마전 많은 비가 내렸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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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걸이 말은 또 말을 안 듣는다.(동물 다룰 줄 모르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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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게 말을 모는 우리들(곧 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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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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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서 바라 본 호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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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호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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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산 정상까지 운반하느라 고생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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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도화지에 그려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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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E4 모두가 모여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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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주변은 광활한 원시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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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오솔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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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과 파랑의 대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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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높이는 꽤 높다. 침엽수 나무를 봤을 때 이곳이 타이가 지형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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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버린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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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모양을 한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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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를 그려놓은 듯한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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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쉬어 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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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내부 모습.. 현지인 생활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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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마른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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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인 형준이와 가이드의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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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골 입구인 Khatgal(카트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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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말을 잘 듣는 재용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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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갈로 걸어가 식료품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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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서 두번째 게르가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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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군것질 거리를 연상케 하는 호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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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호수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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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전통 음식 수데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