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4의 뒤죽박죽 몽골 여행기 10 13세기 세계의 중심지 카라코람(Kharkhorin, Tsetserleg 8.1~2)

8월 1일(화)

새벽까지 여행기를 쓰는 바람에 늦게 일어났다. 아침은 쿠키와 차가 제공되었다.

이제 사막지역을 벗어나서 그런지 공기도 습지고 주변 환경도 생기가 돋는다. 어제 쓴 여행기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기 위해서 Arvaikheer 시내의 인터넷 카페로 갔다.

인터넷 카페는 주로 전화국과 함께 있는데 한국으로의 인터넷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한글이 보이는 컴퓨터를 잘 골라야 하고 보인다 하더라도 속도가 느리다.(한 인터넷 페이지를 여는데 10분정도)

오전 11시에 북쪽을 향하여 출발했다.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는데 수많은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오후 1시 반에 계곡 옆에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거의 매일 라면을 먹어서 그런지 조금씩 질리기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쭉 올라가니 나무들이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변하였다. 마치 강원도 산골짜기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후 4시에 Khujirt 근방의 Water Fall(폭포)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수많은 게르가 있으며 많은 외국인과 몽골인들이 피서차 이곳으로 방문한다.

이곳의 바위는 제주도에서 봄 직한 현무암들로 이루어진 용암대지이다. 2만년전 화산활동으로 이곳 지형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특히 22m에 이르는 폭포는 화산이 만들어놓은 작품이다. 장엄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폭포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계곡에는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하지만 나무도 별로 없고 물도 흐려 피서를 하기에는 강원도의 계곡이 훨씬 더 좋은 환경이다.

폭포를 보고 카라코람으로 향했다. 카라코람까지 거리는 71Km. 하루 종일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바람에 머리가 띵할 정도이다.

오후 6시 40분에 에케메가 거북이상 앞에 차를 세운 뒤 이곳을 관람하고 오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유적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카라코람에 대해 조사를 할 때 거북이상을 본 것 같았다.

에케메에게 가서 물어보니 이곳이 카라코람이 맞다고 한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도시치고 정말로 흔적이 없다. 카라코람에 오기 전 형준이는 페르세폴리스 규모의 유적지가 있지 않을까 유추했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그러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졌다.

카라코람은 1220년 칭기스칸에 의해 계획되었다. 유목민인 몽골족은 군사와 가축을 항상 이동을 하면서 경영했다. 하지만 정복지가 넓어지고 체계적인 행정조직이 필요하게 되자 한곳에 머무를 수 있는 도시가 필요했다. 그곳이 바로 카라코람이다.

실제로 건물이 들어서고 도시가 건설 된 것은 칭기스칸의 셋째 아들인 오고타이칸 때 이루어졌다.

한때 정복지의 조공과 물자가 모두 카라코람으로 몰려들었다. 이곳에서 수천킬로 떨어져 있는 중국~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카라코람 하이웨이(KKH)의 종착역도 바로 이곳이었다.

그러나 대도시로서 카라코람은 한계가 있다. 바로 생산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량과 물자는 북중국에서 들여와야 했고 국가재정에 많은 부담을 주었다.

1260년 5대칸이자 중국에 원나라를 세운 쿠빌라이는 수도를 대도로 옮기고 카라코람은 파괴가 된다. 대도는 지금 중국 수도인 베이징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흔적도 1388년 만주족의 침입으로 폐허가 되었고 소련의 스탈린 시절 ‘타타르의 멍에’를 싯기 위해서 철저히 초토화 시켰다.

타타르의 멍에는 바로 몽골족이 약 300년간 러시아를 지배했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칭기스칸의 첫째아들 주치는 러시아를 정벌하고 그곳에 킵차크 칸국을 세웠다. 킵차크 칸국은 러시아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몽골 지배시기를 많이 부정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아 있는 흔적이 거북이상 하나라니..

산등성 위로 올라가 이곳 지형을 자세히 관찰해보았다.

전형적인 배산 임수 지형이고 강의 유속이 느려지는 지점이라 수도로 삼기에는 딱이다.

예전에는 수많은 상인들이 드나들고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겠지만 지금은 가축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지만 이미 저녁이 되어 서둘러야 했다.

카라코람에서 Kharkhorin(카라호린)에 도착할 때쯤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그곳에는 몽골 제국을 기념하는 대형 오보(상징탑)가 있다. 오보 겉에는 몽골 제국의 영역을 나타낸 지도가 유리타일로 그려져 있고 주변에는 많은 잡상인들이 기념품을 팔고 있다.

카라호린 시내는 수로도 흐르고 집들도 질서정연하게 위치해 있어 계획된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숙소는 시내에서 2킬로 정도 떨어진 지점의 게르이다. 우리에 앞서 서양여행자(이탈리아, 뉴질랜드, 네덜란드)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울란바토르를 떠난 후 처음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샤워비가 1인당 1500투그릭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몸은 날아갈듯이 개운했다.

사막에 비해 초원지역이 여행하기에는 쾌적하고 환경이 좋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지만 바로 벌레들이 많다는 것이다.

형준이가 주인에게 말을 해 향을 피워 벌레는 퇴치하고 따뜻한 이불을 얻어왔다. 무엇이든 척척하는 형준이다.

몽골을 여행하면서 가장 아쉬운게 바로 침낭이다. 여름이라는 생각에 준비해오지 않았지만 대부분 게르에는 이불이 비치되지 않아 새벽 추위에 고생을 했다.

이제부터는 게르에 도착할 때마다 이불을 달라고 해야겠다.

오늘은 세계를 경영한 도시가 폐허가 된 모습을 보았다. 역사상 일어섰던 수많은 나라들은 전성기를 누리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세계를 호령하고 최전성기를 누린다는 것은 정점에 올랐고 정점 뒤에는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어느 나라가 더 빨리 읽고 대처하느냐가 그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그런면에서 내년 대선 때 우리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굼해진다. 이렇게 흥미로운 시대에 태어나 세상을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라는 생각이 든다.

총 이동거리 - 197Km

8월 2일(수)

오전 9시 20분에 일어났다. 여행을 할수록 일어나는 시각이 늦어진다. 장기 여행으로 피곤해서 그런 듯하다.

카라호른을 떠나기 앞서 에르데네 주 키드 사원을 방문했다. 1586년에 세워진 에르데네 주 키드 사원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파괴와 복원을 거듭했다. 현재까지도 복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108개의 흰탑이 담장을 이루고 있으며 규모도 거대하다. 1인당 입장료가 3$이기는 하지만 건물 안에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지(티벳에서 티벳불교사원을 워낙 많이 봐 흥미가 없다.)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는다.

사원 중앙에는 ‘카라코람 오페라’라는 제목으로 세트를 꾸미는게 보이는데 조만간 이곳에서 대형공연이 열리나 보다.

이곳 기념품 가게에서는 많은 종류의 기념품을 파는데 욕심나는 것도 보인다. 아직 여행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아쉽지만 울란바토르에서 사기로 했다.

11시에 출발해서 오후 2시 30분까지 점심을 먹지 않고 계속 달리니 오늘의 목적지인 Tsetserleg(체체를렉)에 도착했다.

몽골에서 아름다운 도시 중에 하나로 많은 여행자들이 잠시 머물면서 다른 지역의 여행을 준비하는 도시이다.

이곳의 명소는 바로 Fairfield 이다. 영국인 부부가 운영을 하는 레스토랑으로 론니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양식에 목말라 있던 우리는 이곳 식당에서 배를 마음껏 채우기로 했다. 피자, 스테이크, 햄버거, 샌드위치를 2500투그릭 정도의 가격에 팔고 있다.

실내에는 에어컨을 켜놔 시원하고, 화장실은 수세식으로 깨끗하다.

하지만 가격대비 맛은 별로이다. 피자는 냉동피자를 녹인 것에 불과하고 햄버거, 미트볼은 양도 적어 다른 메뉴도 시켜야 한다. 또한 음료는 1000투그릭 이상으로 비싼 편이다. 결국 한끼 식사를 제대로 하려면 1인당 6000~7000투그릭은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맛도 기대를 만큼 맛있지 않다. 형준이는 맛있다고 하지만 난 솔직히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오늘 저녁에 먹은 김치볶음밥이 훨씬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차에 돌아오니 에케메가 살짝 삐져있다. 아마 식사를 같이 하지 않아서 그런것 같은데 에케메가 혼자 있으면 충분히 대접할 수 있지만 지금은 입이 3개가 아닌가?

또한 그제 .회의를 해서 당분간은 에케메 가족과 거리를 두기로 특히 리더인 나는 에케메 가족을 더욱 냉정하게 대하는 편이다.

오늘의 게르 안에는 전기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에 저장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바깥에는 천둥이 치는 게르 안에서 모두 모여 영화를 보는 이 기분..

삼겹살에 소주가 무척 생각이 난다.

총 이동거리 - 14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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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vaikheer 디스코텍.. 이런 곳에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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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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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거리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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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만에 활기 찬 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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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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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야크들이 풀을 뜯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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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벳 환경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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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변에 모여있는 야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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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름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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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m 규모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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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현무암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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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이 양을 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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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폭포이지만 그리 장엄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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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위에서 바라본 폭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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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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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의 유일한 유적 거북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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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겹게 산을 오르는 재용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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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푸른 신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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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옛 도읍지.. 흔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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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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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렁한 상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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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에서 책을 읽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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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용이와 나의 시합은 비김(시합하지도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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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 주변에는 많은 군사들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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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다 우연히 발견한 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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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 칸이 기거하는 게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함. 이렇게 흔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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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굽어져 있어 도읍하기에는 알맞다.(유속이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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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끼어넣은 흔적이 보이는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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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제국의 영광은 아는지? 지금은 몇몇 유목민이 옛 제국의 수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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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서 바라 본 카라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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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호린을 바라보는 거대한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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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의 영토가 모자이크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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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서 바라보니 카라호린은 계획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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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개의 탑을 자랑하는 에르데네 주 키드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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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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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사원 개관시간과 입장료가 잘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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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만나서 그런지 석상이 닳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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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안의 뮤지컬 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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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와 어울려 웅장한 분위기를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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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침대에서 누워 있는 형준이..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피곤이 확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