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4의 뒤죽박죽 몽골 여행기 7 잊을 수 없는 오아시스 만찬 (Yolyn Am, Bayanzag 7.29)

7월 29일(토)

아침에 바쁘게 출근을 해서 교무실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3층으로 올라가 5학년 3반 교실로 올라가서 교실 문을 연다.

안녕하세요.’의 아이들의 외침이 들리고 난 아이들에게 ‘그래 오늘도 즐겁게 지내자’라고 대답한다.

부스스한 눈으로 교탁에 앉으려는 순간.

잠에서 깼다.. 꿈이었구나.. 사막의 차거운 기운이 나를 으스스하게 만든다.

방학 전에는 배낭을 메고 이곳저곳 여행 다니는 꿈을 꿨는데 막상 여행을 오니 평상 생활이 꿈에 아른거린다. 상황에 따라서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지금의 고생이 더욱 그리워지며 또 여행계획을 세우겠지?

고비 사막을 여행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물이다. 한정된 물 때문에 세수를 물 2컵으로 해결해야 했다. 발을 씻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짐을 다 꾸리고 오전 9시 10분 출발했다. 어제 우리와 축구를 했던 꼬맹이가 많이 아쉬운지 눈물을 흘린다. 저 열정으로 제대로 축구를 배우면 장차 몽골 축구 선수가 될 수도 있을텐데..

다시 끝없는 사막이 펼쳐진다. 차창을 열어놓기는 했지만 끝없는 열기가 차안으로 들어올 뿐이다.

2시간을 달리니 저 멀리 산맥이 보인다. 바로 Gurvan Saikhan 국립공원이다. 고비사막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수많은 공룡화석과 기암괴석,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 또한 얼음계곡과 고비사막의 유일한 모래사막이 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Yolyn Am이다.(오전 11시 30분) 이 계곡에서는 수많은 공룡 화석이 나왔지만 대부분이 울란바토르 자연사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무엇보다 모험가들이 이곳을 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얼음골(Ice Varrey)이기 때문이다. 최고 40도까지 육박하는 사막 한가운데서 과연 얼음골을 볼 수 있을까?

계곡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야 한다. 입장료는 개인당 3000투그릭으로 비싼 편이다. 우리에 앞서 프랑스인 여행자들은 개인별로 입장료를 구입했지만 우리는 학생증을 꺼내어 약간의 아양을 떨며(윽...) 깍아달라고 부탁했다. 에케메의 지원사격이 있어서 총 6000투그릭을 내고 입장할 수 있었다. 3000투그릭 입장료 2장만 우리에게 주었지만 들어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험준한 차들 사이로 계곡 사이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주변에는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비교적 외국인들에게 알려진 명소인지 생각보다 많은 서양인들을 볼 수 있다.

주차장에서 2킬로 정도 걸어가니 서서히 얼음이 보인다.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커다란 빙벽들이 계곡사이로 쭉 나있다.

뜨거운 사막에서 간만에 시원함을 느끼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여름이라 3m 정도지만 겨울이 되면 10m로 높이로 10Km까지 쭉 뻗어난다. 시원한 얼음골을 떠나가기 아쉬웠지만 다시 다음 행선지로 출발했다.

얼음골에서 돌아와 곧바로 점심식사(라면)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12시 반이 조금 넘어 떠났다. 그동안 함께 여행을 했던 프랑스인 여행자는 코스가 맞지 않아 이제 헤어지게 되었다.(아싸~)

다시 3시간을 달렸다. 차량으로 사막의 울퉁불퉁한 길을 오랜 시간 동안 타는 것은 고역이기는 했지만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면서 지루함을 달랜다.

무엇보다 4명의 사나이 모두 몽골 여행을 오기 전 어느 정도 몽골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몽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어떻게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 자신들보다 수백배나 백성들을 다스릴 수 있었을까? 척박한 땅이 몽골 민족을 강인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부유한집 자식과 가난한 집 자식 중에서 가난한집 자식이 철이 빨리 드는 것처럼 몽골 민족도 척박한 환경에서 세계를 다스릴 힘을 길렀을 것이다.

오후 3시 43분 Bayanzag에 도착했다. 이곳은 공룡 화석과 알이 많이 출토가 되어서 유명세를 탄 곳으로 절벽위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은 황토빛 작품이다. 오랜 풍화가 이곳을 작품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오후 4시에 오아시스가 보이고 오늘의 게르(1인 4000투그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침대에 쓰러졌다. 날씨가 더워도 너무나 더웠던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쭉 누워있다 보니 게르의 아줌마가 우리를 부른다. 날이 아직 더워 게르 바깥으로 나가기 싫었지만 아주머니께서 사진을 찍으라는 액션을 취해서 한번 나가보았다.

맙소사.. 염소를 잡고 있었다.

에케메와 나라가 이곳 게르의 친척이기 때문에 반가운 손님을 맞아 염소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몽골에서만 볼 수 있는 염소를 잡는 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몽골은 전통적으로 가축을 잡을 때 가축 피를 절대 내지 않는다. 칭기스칸도 ‘가축을 잡을 때 대지에 피를 적시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라고 할 정도인데 과연 가능할까 궁굼하던 차였다.

준비물은 작은 칼 하나와 손만 있으면 된다.

일단 염소의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심장을 몸 밖으로 꺼내어 숨통을 끊는다. 그런 다음 염소를 게르로 옮겨서 해체 작업을 한다. 염소를 옮기는데 내가 약간 도와줬다. 죽은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아직도 염소의 체온이 느껴진다.

목동은 익숙한 솜씨로 칼과 손을 이용해서 염소 가죽을 벗긴다. 마치 나무껍질을 벗기는 것처럼 가죽은 손쉽게 벗겨졌다. 물론 피는 안 흘리게 한다.

본격적인 해체는 상걸이가 도와주었다. 다음은 배를 갈라서 내장을 빼낸다. 초식동물이라 그런지 내장이 무척 길다. 초콜렛 같은 똥이 대장에 줄줄이 서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냄새가 역하기는 했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기회라 쭉 지켜보았다.

부위별로 해체를 하고 피는 따로 모은다. 약 30분간의 해체시간 동안 땅에는 피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해체된 내장은 곧바로 뜨거운 물에 삶는다.

게르 가족과 에케메 가족 그리고 우리는 자리를 깔고 염소 고기를 먹었다.

솔직히 냄새도 역하고 염소 잡은 과정을 적나라하게 봤기 때문에 먹을 마음이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손님이기 때문에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염소를 잡아서 같이 나눠먹는 것은 귀한 손님에게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같이 칼을 나눠 쓰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처음 염소 갈비를 먹고 간을 먹었다. 간은 돼지 간과 맛이 비슷해서 먹을 만했지만 갈비는 역해서 먹기가 힘들다. 또한 고기가 씹히지가 않는다.

이럴 때는 특단의 대책..

재용이는 게르로 돌아가서 김치와 고추장을 가져왔고, 난 보드카를 가져왔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먹기가 힘들었다.

보드카를 나눠 마시고 부터는 먹기가 편했다. 심장 안에 모아놓은 선지(염소피)도 고추장에 찍어먹었고, 즉석 순대도 먹었다. 염소를 끓인 국물은 맛있었다. 이건 염소 엑기스겠지?(몸보신 했다.) 우리도 보드카와 맥주를 꺼내어 같이 나눠 마셨고 할아버지에게 한국돈을 기념으로 드려 답례를 했다.

오아시스의 파티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 일행을 진심으로 맞아준 것 자체가 너무나 고마웠다. 여행을 하면서 황량한 사막만 봐서 마음마저 각박했는데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하니 정말 푸근해진다.

해가지자(오후 9시 반) 우리는 술도 깰 겸 호수로 향했다. 호수 주변에는 개미를 비롯해서 다양한 곤충들이 살고 있다.

척박한 사막에서도 삶을 위한 투쟁을 하는 동물들이 있다.

고비 사막을 여행하면서 자기 전에 하늘을 보는 것은 이제 일상생활이 되었다. 별은 어제보다 더 밝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는 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번쩍번쩍 거린다. 아마 많은 비가 내리나보다.

하늘위에는 별똥별이 간간히 떨어진다. E4 모험가 4명의 사내는 저마다의 소원을 빌어 별똥별로 보냈다.

이동거리 - 14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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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지키는 늠늠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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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란자자르의 대부분의 집은 나무담과 게르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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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 보급..(아무리 물을 아껴도 물이 모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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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Gurvan Saikhan 국립공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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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걸이와 나와의 장난(이곳까지 와서 뭐하는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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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준한 Yolyn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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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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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위에서 수도를 하는 듯한 상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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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가까워졌지만 이곳에는 아직 얼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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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은 여름에는 소규모지만 겨울에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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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밑에서 추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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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안의 인어왕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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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머리뼈가 오보 위에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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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돌아 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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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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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얼음골을 뒤로 하고 척박한 사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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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Bayanzag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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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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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덥지만 웃는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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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위에 조각상을 세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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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잡는 모습.. 심장이 밖으로 나와있다.(염소는 이미 죽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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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은 벗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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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는 낙타들이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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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가 염소를 능숙한 솜씨로 해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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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좋은 상걸이는 해체를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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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를 만들기 위해 내장의 불순물은 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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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안에 아무렇게나 짐들을 놓은 너저분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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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고기와 순대를 끓이고 있다.(국물은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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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에게 정중하게 보드카를 따라 드렸다.(상걸이는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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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용이와 운전사 에케메(재용이 조금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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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모를 내장을 함께 먹는 할아버지와 나(나도 취했다.. 그러니 저걸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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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삶은 염소고기와 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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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뜯기는 고기는 칼로 뜯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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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잔치에 즐거워하는 여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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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막 아름다운 만남을 가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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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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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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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형준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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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개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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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반달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