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여행기 완결 (Mali, Cote D'ivoire) 귀향 (1.30~2.5 Bamako, Bouake, Abidjan)

1월 30일(수)

곤히 잠든 시각인 새벽 네 시에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며 정적을 깬다.

‘어이 한국인.. 몹티 가야지.’

차량은 나를 태운 후 다른 손님을 찾으러 통북투 시내 곳곳을 돌아다닌다. 흔들리는 차량에서 어느새 잠이 들었다.

두 시간 뒤에 깨니 많은 차량이 선착장 입구에 서 있는 상태이다. 도강하는 선박은 동이 터야지 운행한다고 말한다. 동이 틀 무렵 니제르강의 풍경은 수채화로 그린 것처럼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외국인들인 담요를 둘러메고 일출을 감상한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는 수채화 같은 풍경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이다.

노숙하는 여인이 갓난아기를 안고 주변에 추위에 떨고 있는데 아이는 추운날씨에 필사적으로 울어대고, 여인은 아이를 달래기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키울 자신이 없으면서 왜 낳은 거야.’

모든 생명이 존엄하고 고귀하다고 하지만 저렇게 아이를 맨 추위에 노출 시키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가족계획을 기대하기 힘든 이곳 서아프리카에서는 여성의 평균 출산 횟수가 7.9명이다. 말리, 니제르 같은 최빈국은 연 인구 성장률이 3%에 20년마다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고 있다.

경제 수준은 이 아이들을 수용할만한 국가적인 시스템은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결국 많은 아이들이 죽거나 거리로 내 몰린 상황이다.

도강을 하고 나서는 사막 도로를 쭉 달린다.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 지금은 차량으로 빠르게 지나가지만 예전에는 낙타로만 통과가 가능했으리라.

앞좌석에 앉아 편할 줄 알았는데 차량 운전석에서는 매연이 난다. 역시나 편한 여행을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통북투에서 95Km 떨어진 지점에 잠시 정차를 했다.

론니에 보니 통북투에서 두엔자(Douentza)까지 538Km가 남았다고 표시 되어 있으니 아직 440Km 정도 남았다.

같은 차량에 탄 프랑스 부부에게 두엔자까지 440Km 남았다고 이야기 하니 무슨 소리냐며 펄쩍뛴다.(왜 흥분 하는 겨?)

두엔자까지는 100Km 정도가 남았다며 길에 세워진 표식을 가리킨다.

다가가서 보니 정말 100Km 밖에 안 남았다. 프랑스 아저씨는 론니가 유명한 것은 알지만 다 맞는 것이 아니라고 일장 연설을 한다. 이정도 거리면 어제 히치가 가능했는데..

11시 53분에 두엔자에 도착했다. 두엔자는 말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바마코(Bamako)와 가오(Gao) 도로상에 있으며 차량으로 통북투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이다.

교통의 요지라 복잡할 줄 알았는데 차량 몇 대가 지나갈 뿐 한적한 분위기이다.

몹티에는 오후 4시에 도착했다. 1주일만의 재회이군.

호텔은 1주일 전과 동일한 Ya Pas De Problem에 체크인 했다. 물론 호텔 앞에 진을 친 삐끼들은 가볍게 무시해줬다.

오늘 환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침에 반디아가라로 출발하는 차편을 타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환전이 발목 잡은 셈이다.

1월 31일(목)

어제 저녁 호텔 레스토랑에서 맥주한잔을 하면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7일. 아비잔에는 반드시 6일에 도착해야 한다.

론니에는 ‘도곤 지역(Dogon Country)은 죽기 전에 반드시 여행해야 할 곳.’이라 되어 있지만 3일을 걸어야 하는 일정이다.

또한 안경테가 깨져 있는 상태이여서 걷는 여행이 불편할 것이며 무엇보다 장기간의 통북투 여행으로 지칠 대로 지쳤다.

‘무리해서 갈 것인가? 물러날 것인가?’

결론은 안전을 택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서아프리카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보다 안전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미토리에는 나와 일본인 여행자, 영국인 여행자 한명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 셋은 여행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는데 익살맞은 영국인 여행자 경험담이 재미있다.

‘나는 120개국을 여행했고 아프리카는 거의 다 여행 했어. 내가 여권이 꽉 차 영국 대사관에 새 여권을 발급 받으려고 했거든. 오우~ 쉣 100$나 받아먹는 거야. 내 일본인 여자친구는 공짜로 바꿨는데. My Country(영국) Too Bad(아주 나빠)’

만담은 계속 이어진다.

‘프랑스 식민지 지역은 물가가 비싼 대신 치안 상태가 좋아. 영국 컨트롤 지역은 물가는 싸지만 치안은 아주 나빠. 자 골라골라~. 어디를 여행 할 건지?’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그의 만담이 끝날 줄 모르기에 환전을 한다며 자리를 떴다. 그런데 달러를 받아주는 은행이 몹티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몹티 옆 도시인 세바레(Sevare)에 가서야 달러 환전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겨우 얻었다.

호텔에 돌아오니 영국인 여행자의 만담은 계속 되었는데 아까 했던 이야기로 되돌아간 듯다. 가만 듣고 있는 불쌍한 일본 여행자..

그들에게 작별을 하고 곧바로 체크아웃을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225CFA를 내고 세바레에 가니 BNDA 은행에서만 달러 환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BNDA 은행에 가니 점심시간이라고 오후 2시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지금 시각 12:20..

은행이 열자마자 창구에 가니 1$에 433CFA를 부른다.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한 순간 수수료 2%를 떼 간다는 말이 귓가를 스친다. 결국 420CFA 정도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150$를 환전했다. 이 여행기를 읽는 분중 서아프리카를 여행할 분은 꼭 유로를 준비해 가도록.

바마코로 가는 버스 정류장은 반디아가라로 가는 도로에 있다. 친절한 청년이 안내해 주기에 콜라 한 병을 대접하니 무척 좋아 한다.

바마코까지 가는 소네프 버스는 8000CFA, 싼 버스는 6500CFA를 하지만 이왕이면 좋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오후 3시에 가오에서 출발한 소네프 버스가 도착했는데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출발한다고 한다. 식당에서 밥을 주문하니 300CFA에 양이 꽤 많이 나온다.

물론 밥에 얹어지는 소스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이곳 사람들도 다 먹고 사는 음식인데 무슨 일이 있을까?’라는 심정으로 맛있게 먹었다. 이미 내 식성은 현지인화 되었다.

오후 3시반에 출발한 버스는 세구를 거쳐 바마코에는 새벽 1시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이 늦어 터미널 주변에서 호텔을 잡으려 하는데 쉽지가 않다. 한 호텔이 7500CFA를 부르기에 들어가니 그야말로 열악 그 자체이다. 혹시 깎으려고 해도 주인장은 요지부동. 할 수 없이 다른 호텔을 찾아 나섰다.

한 청년의 도움으로 시설은 약간 괜찮은 호텔을 찾았는데 7000CFA 부르는 것을 5000CFA로 깎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고된 버스 여행의 시작이다. 내가 수도승이라도 된 걸까? 고된 여행이기에 지금의 경험이 더욱 소중하지 않나 싶다. 원래 쉽게 번 돈은 쉽게 없어지지만 힘들게 번 돈은 의미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2월 1일(금)

서아프리카 여행기를 쓰면서 보너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바로 현지 교민과의 만남이다.

한 교민이 내 여행기를 보고 바마코에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민께 전화를 드리니 반가운 목소리로 주소를 알려주신다.

버스 정류장은 시내 중심에서 6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사무실을 찾았지만 택시 역시 헤매긴 마찬가지이다.

결국 30분 만에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택시 기사는 5000CFA를 요구했지만 3000CFA에 합의를 봤다.

허남진씨는 바마코에서 몇 안 되는 한국인으로 플라스틱 관련 공장을 운영하고 계신다. 허남진씨는 한국음식이 고픈 나의 심정을 잘 아시는지 집으로 데려가 김치찌개를 대접해 주신다.

실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한국음식이며 이곳이 말리에서 먹는 김치찌개이기에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허남진씨께 궁굼했던 것들을 여쭤보았다.

불어권 나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영어권 나라에 비해 거의 없다 시피하다. 중국인들은 이미 2000명 이상이 진출을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5가정 정도라고 하신다.

이 글을 읽는 이중에 서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혹시 TV에서 방영되는 기아로 굶어죽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지난번 SBS 1일 기아체험행사에서 탤런트 김혜자씨가 한 마을에서 굶어죽어 가는 사람들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의문시 된 것은 서아프리카가 열악하고 가난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지옥이라고 느낄 정도의 세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TV에서 보면 옷을 없어 가슴을 드러내 놓고 다니는 여인과 굶어죽어 가는 아이들을 보며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린다.

허남진씨에게 여쭤보니 이곳은 TV에서 나오는 만큼 열악하지는 않다고 말씀하신다. 아마도 많은 성금을 모으기 위해 담당 PD가 족장에게 부탁하지 않았나는 농담을 건네신다.

언론에 의해 서아프리카는 왜곡되어 있다. 작년에 여행한 에티오피아와 비교를 하면 거의 비슷한 생활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우리 기업이 전혀 진출하지 않았다. 언론이 만든 이미지에 우리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행사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가 TV 화면 속의 아비규환의 세상을 보며 우리의 삶에 대해 비교 우위를 느끼며 만족감을 얻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이곳 교민 사이에서는 행사에서 모은 옷을 이곳에 가져와 헐값에 판다는 소문이 돈다. 모을 줄 알았지 모인 성금과 물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언론에 의해 지옥으로 왜곡 된 서아프리카..

우리가 이곳 사람들을 진정 돕는 길은 눈물 묻은 돈을 모으는 1회성 행사가 아니라 서아프리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보다 많은 기업과 투자자가 진출하여 이익 창출은 물론 이곳 사람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서아프리카를 돕는 길이 아닌가 싶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지금 느낀 점에 대해 SBS에 정식으로 문의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이 거의 없다보니 남진씨에게는 가족이 전부이다. 아내와 자식을 사랑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야말로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소중한 버팀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숙소는 배낭여행자에게 유명한 Mission Catholique로 잡았다. 숙소는 시내 중심에 있고 조용한 분위기라 하루 쉬기에는 괜찮다.

남진씨와 맥주 한잔을 하고 도미토리에 돌아오니 노구의 영국인 할아버지가 계신다. 80세 가까이 되어 보이는데..

‘할아버지? 혹시 혼자 배낭여행 하시는 건 아니죠?’

‘혼자 여행하고 있어. 몹티로 가서 배를 타고 가오까지 갈거야?’

‘어떤 배를 타나요?’

‘관광객들이 타는 배는 너무 비싸고 현지 화물선은 저렴하다고 해.’

맙소사.. 내가 쌩고생을 하며 탔던 그 배 아닌가?

‘할아버지.. 그 배 저도 탔는데 정말 힘들어요. 왜 힘든 여행을 하시려는 거죠?’

‘난 새를 보고 싶거든. 니제르강에서 새를 볼 수 있을 거야.’

‘할아버지! 니제르 강에서의 새는 몹티에서 하루 만에 가는 데도 호수에 보셔도 충분해요. 그걸 타고 가오까지 가시는건 불가능해요. 그런데 침낭은 있으세요.’

‘아니. 왜?’

‘오.. 제발.. 화물선 여행은 하시려면 제발 침낭을 준비하세요.’

말씀 하시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진심으로 걱정되어 충고를 드렸지만 귀찮으신 듯.

‘나 잘 테니까. 불 끌게.’라며 돌아누우신다.

이 할아버지 노구의 몸으로 홀로 여행하시는 것이 대단하시다는 간탄과 함께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

2월 2일(토)

바쁜 일정이지만 이왕 바마코에 온 만큼 오전에는 잠시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국립박물관(Musee National) 오전 9시에 문을 열자마자 2500CFA를 내고 들어갔다.

입장료가 비싸기는 하지만 박물관은 둘러볼 만하다. 석기 유물부터 시작해 많은 민속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이한 가면과 조각이 인상적이다.

사진이 전시된 박물관에 가니 전 세계 사막 지역 유적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예멘(사나, 마립, 시밤, 사윤), 투르크메니스탄 멜브, 이란, 오만 무스카트.. 뭐야? 다 가 본 곳이잖아. 전시장 중간에 걸려있는 1900년대 초기 찍은 젠네 사진이 가장 인상적이다.

다음에 간 곳은 박물관 북쪽의 G 포인트이다. 시내 조망을 보기에 좋은 곳으로 표지판으로 잘 안내가 되어 있다. 포인트에 올라가 바라보니 시내가 한눈에 차고 저 멀리 니제르강이 보인다.

‘이 정도면 됐다.’

바마코 관람을 마치고 이제 다음 행선지를 향해 급히 떠났다.

코트디부아르로 가기 위해서는 두 갈래 길이 있는데 마난코로(Manankoro)로 들어가 망(Man)으로 입국하는 서쪽길이 있고, Sikasso를 통해 들어가는 북쪽길이 있다.

Sogoniko 정류장에 가서 알아보니 망(Man)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월요일이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짧은 일정상 망은 포기했고 곧장 시카소로 가는 버스(5500CFA)에 올랐다.

시원스럽게 달릴줄 알았던 버스는 바마코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퍼지고 만다.

퍼지고 고치고 퍼지기를 반복해 결국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시카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론니에는 3시간이면 간다고 되어 있지만 빠른 차량이라도 5시간 이상은 걸릴 듯하다. 서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부정확한 론니에 실망을 많이 했다.

시카소에 도착하자마자 노점에서 식사를 했다. 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을 함께 먹었는데 아마 소 내장이지 않을까 싶다. 이미 현지 음식에 익숙해졌기 때무에 개의치 않고 먹었다.

숙소는 터미널 근처에서 잡을 수 있었는데 4000CFA로 저렴하지만 방 사정은 열악하다. 방충망도 되어 있지 않아 모기떼들이 그득하다. 방충제를 사서 뿌리니 그나마 낫다.

험난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2월 3일(일)

시카소에서 코트디부아르의 부아케(Bouake)까지 가는 버스를 알아보고 표(11000CFA)를 구입했다.

정류장에서 영어가 능통한 아브라함이라는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지금 아프리카는 태국 영화 ‘옹박’ 열풍이라고 한다. 현지인들이 나를 볼 때면 무술 동작을 흉내를 내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구나.

아브라함은 중고차를 수입하는 딜러라 태국을 자주 간다고 이야기 한다. 그와 차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는데 서아프리카에서도 도요타가 가장 알아주는 회사이지만 한국산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솔직히 이야기 한다.

맞는 말인데 뭘..

솔직히 인정을 하니 아브라함은 겸언 적었는지 한국산인 미스비시는 이곳에서 알아준다고 이야기 한다.

‘미스비시는 일본산인데요?’

‘무슨 말이야? 내가 자동차 전문가라서 잘 알아. 미스비시는 한국산이고 한국 엔진을 써.’ 위로해주겠다고 한 말인데 더 토를 달면 곤란해 하겠지? 웃으며 넘어갔다.

커피 파는 노점에서 오믈렛을 시켜 먹는데 소고기에 파리가 다닥다닥 붙은 채로 조리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나마 계란이 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전 11시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사람이 차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기다리다 결국 4시간이 지난 오후 3시가 돼서야 출발했다.

아브라함에게 왜 지체 되는지 물어보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여긴 아프리카야.’라고 한마디 한다.

이곳 사람들은 ‘여긴 아프리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자신의 삶의 터전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엿 볼 수 있다.

비싼 차비에 끊임없는 기다림.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코트디부아르로 가는 도로는 포장이 잘 되어 있다.

16:32 국경도시인 POGO에 도착하니 버스 보조원이 여권을 걷어간다.

18:41 여권을 다시 돌려받았는데 출국, 입국 스탬프가 찍혀 있지 않다. 과연 제대로 통과한 건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코트디부아르라고 한다.

20:20 코트디부아르 북부도시인 페르케세두구(Ferkessedougou)에 도착했다. 이때 난 거의 패닉상태이다. 도대체 입국 스탬프는 어떻게 된 거야?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별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어떻게 보면 밀입국을 한 셈이다.

22:00 본의 아니게 밀입국을 한지 여러 시간이 경과 되었다. 코트디부아르에 들어선 이후에는 삼엄한 분위기의 무장 경찰이 눈에 자주 띈다.

새벽 1시에 부아케(Bouake)에 도착했다. 도시에 들어설 때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데 200CFA를 두 번씩 내는 것으로 간단하게 통과했다.

군인들에게 입국 스탬프에 관해 물어보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비잔 주변 이외에는 정부 세력이 미치지 않아서 스탬프를 찍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평화가 찾아왔기는 하지만 아직은 무정부 상태이다.

어쨌든 내일 아비잔에 가서 알아봐야겠다. 코트디부아르에 여유를 갖고 들어 왔던 것이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호텔을 잡을 수가 없어서 삐끼 청년 집에서 2000CFA를 주고 잤다. 청년은 문 잠그는 법을 알려주며 나름대로 손님대접을 해준다.

편한 상태는 아니지만 덕분에 현지인집에서 잘 경험을 갖게 되었다.

2월 4일(월)

하룻만이지만 환경은 황량한 건조 지역이 울창한 정글로 탈바꿈 했다. 대변이 급해 볼일을 보는데 화장지가 없다.

그냥 현지인들이 하는 대로 손으로 처리했다. 물과 손으로 처리하는 것이 화장지로 처리하는 것보다 깔끔하고 위생적이라는 나름의 분석을 해봤다. 실제 이곳에서는 치질환자가 거의 없다.

부아케에서 유일한 볼거리로 표시 된 St-Michel 성당은 허름하기는 하지만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이다. 성모마리아상이 흑인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오전 8시 야무스쿠로(Yamoussoukro)로 출발했다. 시내 남쪽에 이탈리아, 파키스탄에서 파병한 UN군 기지가 보인다.

오전 8시 야무스쿠로(Yamoussoukro)로 출발했다. 시내 남쪽에 이탈리아, 파키스탄에서 파병한 UN군 기지가 보인다.

2시간 뒤 야무스쿠로에 도착했다.

야무스쿠로는 코트디부아르의 행정 수도로 아비장에서 북쪽으로 240Km 떨어져 있다. Houphouet-Boigy 대통령은 1983년 자신의 고향인 이곳에 수도를 세운다.

대통령궁, 의회, 법원과 함께 바티칸의 성페테르 성당을 본따 그보다 큰 노트르담(Notre Dame)성당을 지었다.

정글 한가운데 찾는 이 없는 거대한 성당이 우뚝 서 있고 주변에는 잡초들이 보인다. 성당 입장료는 2000CFA이고 카메라피는 500CFA이다.

성당 입구에는 코코넛(100CFA)을 파는데 덕분에 갈증 해소가 되었다.

도시의 도로는 6차선이다. 서아프리카 전체에서 이 같은 규모의 도로를 찾는 것은 힘들듯.

도로와 건물은 거창하게 지었지만 정작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보니 도로는 한량한 분위기이다.

널찍한 도로에 소떼가 지나가는데 그 뒤를 따르는 목동의 모습이 정겹다고나 할까?

시내에 은행은 많지만 달러 환전은 불가능하다. 돈을 가지고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 달러의 서러움이 밀려왔다.

시내를 돌아본 뒤 곧바로 아비잔으로 가는 차량을 찾았다.

길가를 지나는데 몇몇 청년들이 아비잔으로 가는지 물어본다. 간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표를 끊어준다. 3500CFA를 내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이 청년들의 행동이 수상하다.

차량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차를 잡아 흥정을 하는 것이다. 표를 끊어준 청년들은 버스에 오르자마자 기사와 고성이 오간다.

청년은 2000CFA를 부르고 기사는 2500CFA를 부른다. 삐끼 청년은 나보고 1000CFA를 더 내라고 말한다. 이미 3500을 냈는데 거기다 1000? 웃돈을 챙기고 차를 잡아주며 뒷돈을 해먹는 불량배들이다.

싫다고 버티니 500CFA를 내라고 한다. 마지막 버스 여행이기에 꾹 참고 냈다. 혹시나 이곳을 여행하면 길거리 애들에게 넘어가지 말고 직접 버스를 잡도록 하자.

아비잔까지 가는 길은 검문이 꽤 많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검문소 주변에는 수 많은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이 있기 때문에 사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비잔에 도착하고 나서도 입국 스탬프를 받지 못했다. 정말로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출국할 때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일단 내일 출국을 해서 문제가 생기면 남은 2일 동안 해결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비잔에서는 현금 카드가 통하기 때문에 급한 대로 인출 할 수가 있었다.

서아프리카 첫날 숙박했던 호텔 방푸라로 가니 10000CFA를 부른다. 지금에서야 깨달았지만 서비스대비 비싼 숙박료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이라도 깎을건 깎아야지. 결국 8000CFA에 자리를 잡았다.

2월 5일(화)

오전에 에미리츠 항공에 가서 일정을 변경하고 오후에 공항으로 갔다. 공항까지 가는 택시비는 3000CFA는 충분하다.

오후 2시. 가장 긴장된 순간이 다가왔다. 과연 무사히 출국을 할 수 있는지 긴장이 되었다. 만약 안 되면 꽤 골치 아파지는데.

이민국 여직원은 여권을 대충 살피더니 귀찮다는 듯 출국 스탬프를 찍는다. 한 남직원이 농담을 건네기에 ‘좋아하는 사이야?’라고 농담을 건네니 싫은 표정을 짓는다.

태연히 넘어갔지만 속으로는 꽤 긴장을 했었다. 정말 무사히 넘어가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두바이까지 가는 비행기가 이륙을 한다. 그동안 여행했던 코스가 엔딩처럼 흘러나오는 느낌이다.

서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누군가 서아프리카로 떠난다고 한다면 한번 더 생각해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렇지만 서아프리카는 오랜 기간의 정치적 혼란을 이제 막 끝내고 도약을 향해 준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험적인 여행을 하고픈 분들은 서아프리카로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은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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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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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뜰 무렵 아름답게 펼쳐진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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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지만 평화로운 풍경을 볼 수 있어 감명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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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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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엔자로 이어진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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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두 말할 것 없이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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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벽돌로 짓고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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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바람이 심하다.(우리나라 황사는 상대가 안 됨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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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마코~가오 메인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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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반디아가라 벼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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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의 요지라 분주한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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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티의 미시레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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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사람들이 강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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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레에서 출발하는 소네프 버스 요금과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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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마코까지 함께 하는 소네프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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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마코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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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내부의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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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럽게 표현된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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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네 모스크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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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포인트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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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포인트에서 바라본 바마코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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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포인트는 가파른 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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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의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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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니제르 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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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의 조형물. 이슬람을 상징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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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마코 시내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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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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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모래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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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을 상징하는 듯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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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꺼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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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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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중심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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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마코는 서아프리카에서도 발전 된 도시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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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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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를 상징하는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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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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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는 멋진 호텔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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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니제르 강과도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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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중간쯤 걸어 왔을 때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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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소로 가는 버스 안에서. 버스 도우미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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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소로 가는 중간 지점의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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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서 용변을 보고 세면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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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거리.(비위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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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안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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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소의 분주한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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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소 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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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요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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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 부아케에서 하룻밤 재워 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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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여행의 막바지.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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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아케 시내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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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태권도 단원을 모집하는 간판이..(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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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아케의 거의 유일한 볼거리 성미첼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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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모자이크 글래스가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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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모셔진 성모 마리아가 흑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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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들어간 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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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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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일상이 시작 된 부아케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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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쓸모 없는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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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근방의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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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노골적인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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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규모가 큰 부아케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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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티를 연상하는 Yamoussouk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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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가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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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한 가운데의 노트르담 성당. 코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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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경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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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매치가 안되는 노트르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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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길에 지나다니는 차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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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드러낸 노트르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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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을 지나는 소떼..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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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대통령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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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궁 앞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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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궁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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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수크 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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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언제나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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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잔의 아자메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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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시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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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쟁에서 막 회복한 아비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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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는 고층건물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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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파리라고 불리는 명성 답게 현대식 건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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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택시는 빨간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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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중심으로 시내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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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투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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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우체국. 처음 옆서를 보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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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서 바라 본 아비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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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무역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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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가기 위해 시내를 관통하는 다리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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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대합실..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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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잔 공항에서 마지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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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과 인접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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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서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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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야경

삭제 수정 댓글
2008.04.13 15:00:31 (*.253.140.124)
김민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힘들어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찬수님 화이팅 !!
삭제 수정 댓글
2008.05.12 11:55:38 (*.80.29.20)
이우연
2번씩 정독을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삶이 무료할때면 다시 읽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을 자꾸보니 마치 오래전에 알았던분처럼 가깝게 느껴집니다 힘든여행 많은것을 느끼게해주어 고맙습니다
삭제 수정 댓글
2008.10.30 20:32:48 (*.30.25.26)
김동일
감동도 느껴지고 존경심도 느껴집니다. 정말 고맙게 잘 읽었어요
삭제 수정 댓글
2009.04.12 00:12:45 (*.72.185.116)
장정원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언젠가는 저도 저런데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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