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여행기 15 (Mali) 니제르강 화물선 여행(2) (1.26~27 Niger River)

1월 26일(토)

어느덧 니제르강을 여행한지 3일째가 되는 날이지만 배는 아침부터 모래에 갇혀 앞으로 나갈 줄 모른다.

언제 도착할지 선원들에게 물어보니 잘 모른다며 월요일, 화요일 중에 도착할 것 같다고 대답한다. 최소한 내일까지는 도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니제르 강변의 풍경과 사람들 사는 모습도 볼만하지만 배안의 사람들과도 친해진 것도 여행의 큰 묘미가 되었다. 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나 역시 이들과 하나가 되었다.

오전의 사투를 마치자 선장은 영 안 되겠는지 다른 배를 불러짐을 나눠 싣고 나서야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강행군에 몸이 버티지 못했는지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까칠해졌다. 당장에 배에서 내려 차를 타고 통북투로 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왕지사 시작한 것 끝을 보는 것이 후회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배 여행에 좋은 점이 있다면 처음 지불한 17500CFA 이외에 돈이 전혀 들지 않는다. 간혹 배가 정박을 하면 잡상인들이 나룻배를 먹을거리를 파는데 땅콩과 튀긴 생선을 사먹는 재미가 전부이다.

정오에 부나 마을에 도착을 했다. 이곳부터는 수심이 깊기 때문에 더 이상 배가 모래에 갇히는 일은 없을 거라 한다. 잠시 정박을 해 아까 다른 배에 나눠실은 짐을 다시 배에 싣고 출발했다.

오후 4시에 데보(Debo)호수에 도착했다. 많은 야생 조류를 볼 수 있으며 끝없이 이어진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진다.

신나게 달리는가 싶더니 다시 멈춘다. 체념은 했지만 이미 적응이 되어 있다.

옆에 있는 아미드에게 왜 멈췄는지 물어보니 전방에 시몬(사막 폭풍)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모래 폭풍이 우리 앞을 가로 막는다. 이것이 초등학교 시절 과학 만화에서 봤던 시몬이구나.

오후 5시 30분 시몬이 끝나고 다시 출발했다. 바다처럼 끝없이 이어진 호수가 펼쳐지고 배도 제법 속도를 낸다.

‘야호’

배 천정에서 두 팔 벌려 시원한 호수 바람을 맞으니 2명의 청년이 함께 신나하며 환호를 지른다.

‘와우~ 너희들 영어 좀 할 줄 아네.’

‘응. 우리는 니제르에서 왔어.’

‘속도 내니까 꽤 기분 좋은데? 같이 사진이나 찍을까?’

‘그래. 같이 찍자.’

신나게 사진을 찍은 후 어느 정도 왔는지 청년들에게 물어봤다.

‘응. 몹티에서 100Km 정도 왔어.’

...

..

!!

총 400Km 중에 이제 100Km를 왔다니.. 아까 좋았던 기분이 싹 사라졌다. 2박 3일이면 될 줄 알았는데 대체 언제 도착 하는 거야?

청년들에게 물으니 그들의 대답은

‘인샬라(신의 뜻대로)’

그래 정말 인샬라이다.

해질 무렵이 되자 현지 사람들은 배 곳곳에서 메카를 향해 절을 한다. 토속 신앙과 융합되었다고 하지만 이들도 독실한 무슬림이다.

그런데 절을 하는 방향이 틀리다. 메카는 서북쪽에 있을 텐데 이들은 태양을 향해 절을 한다.

무슨 상관이 있으랴. 동요 가사에도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앞으로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난다고 하지 않던가?

무슬림이 반드시 지켜야할 의무 중에 하루에 5번 메카를 향해 절을 해야 하는 덕목이 있는데 왜 이런 교리를 만들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서기 622년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영국식으로 마호멧이라 잘못 알려져 있음)의 활동 무대는 지금의 이슬람교 성지인 메카이다.

당시는 상업의 중심지로서 수많은 종교가 교차하던 곳이다. 각종 종교 중에 유대교와 크리스트교의 영향이 컸는데 무함마드는 크리스트교의 삼위일체 사상에 의문을 가졌다.

삼위일체는 신, 예수, 인간이 다 같이 연결이 된다는 교리인데 무함마드는 인간인 예수가 신과 동급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종교에 대한 고민을 하다 신의 계시를 받게 되고 이슬람교를 창시하게 된다. 당시에는 아랍세계에 맞는 새로운 종교가 필요한 환경이었고 이에 이슬람교는 급속도록 퍼지게 된다.

우리는 ‘알라’를 신의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알라의 뜻은 ‘진정한 하나의 신’이다.

성경은 ‘예수께서 가라사데’라며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적고 있지만 이슬람 경전인 꾸란(코란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음)은 앞 구절에 ‘무함마드가 신의 계시를 받아 전하기를’이라며 신의 말씀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이다.

무함마드는 이슬람교를 창시하면서 안식일에도 차별화를 했는데 일요일(크리스트교), 토요일(유대교)를 피해 금요일을 안식일로 정했다.

무함마드가 교리를 만들 때 꽤 즉흥적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것 중에 하나가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인데 그건 무함마드의 메디나 군대가 메카의 군대와 교전을 벌일 때 군사들의 기강헤이로 패한 적이 있었다. 이때 무함마드는 이슬람교도는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는데 그것이 그대로 교리로 굳어졌다.

하루에 메카를 향해 5번 절을 하라는 것은 매번 신에 대해 경건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기도를 하라는 목적도 있겠지만 사막지역을 여행하는 아랍 상인들이 항상 방향을 잃지 말고 동료들끼리 항상 방향을 체크하라는 배려가 있지 않나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아무 할일 없이 배에서 장시간 있다 보니 별 잡생각을 다 한다.

어제 함께 담요를 덮은 아미드가 하선을 하는 바람에 나 홀로 매트리스에 의지해 견뎌야 했다.

아~ 너무 힘들다.. 육지는 언제 밟아보나.. 빨리 밤이 지나가길 바라고 또 바랬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추위에 떨면서도 어느새 잠이 들었다.

1월 27일(일)

새벽에 일어난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참았던 대변이 밀려오고 있다. 열악하지만 배 뒤편의 화장실에 가서 용변을 봤다. 배가 출발하기 전이라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배는 오전 7시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직 반도 오지 않았지만 더 이상 모래에 갇히는 일은 없음으로 안심이 되었다.

세면은 달리는 배에서 강에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해야 하는데 조심스럽게 세수를 하고 나니 누군가 안경을 밟고 지나가서 안경이 부서졌다.

이런 앞으로 여행을 어떻게 하라구..

다행히 모니카와 파비앙이 칼과 테이프를 빌려줘 임시방편으로 복구를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의 여정이 걱정이 된다.

오전 11시경 시온으로 배가 계속 정박을 한다.

정박을 하는 동안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진다. 모래가 눈 안으로 들어올 정도의 바람인데도 굴하지 않는다.

오후 1시 30분 출발해서 쾌속 진격을 시작했다.

서아프리카의 빛나는 역사는 니제르강과 함께한다.

아랍의 지리학자인 알-화자리는 AD 773년에 황금의 나라 가나에 대해 최초로 기술하고 있다. 스페인의 회교도 지리학자 알-바크리는 1067~8년에 걸쳐 가나에 자세히 기술했으며 현재 가나 왕국에 대해 남겨진 몇 안 되는 자료가 되었다.

알-바크리에 의하면 가나왕국 지금의 세네갈, 모리타니아, 말리 지역에 걸쳐 영토를 가졌으며 사금을 수출했고 소금과 동, 일반 상품을 수입했으며 이에 관세를 매겨 부를 쌓았다고 한다. 즉 낙타가 도입되고 사하라 횡단 무역이 발전을 했으며 이를 밑바탕으로 가나 왕국이라는 거대 왕국이 세워진 것이다.

후에 가나제국은 분열이 된 후 1235년 말리 제국이 출현하게 된다. 말리제국은 13세기말경 세네갈강과 감비아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서부 해안부터 지금의 나이지리아국경 지역까지 영토를 가진 대제국이었다. 이 당시 말리의 왕 만사무사는 수많은 시종과 금을 가지고 메카를 순례 했으며 이를 계기로 서구에도 말리와 통북투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다.

말리 붕괴 후 손니알리에 의해 송가이 제국이 세워졌다. 손니알리는 구 말리 제국의 상업 요충지를 모두 점거했고 전성기를 누렸으나 곳 왕위 쟁탈 시대로 이어졌으며 결국 모로코 군대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송가이 제국 이후로는 서아프리카에 대 제국은 세워지지 않는다. 모로코는 송가이 제국을 멸망시키긴 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서아프리카에 강한 군사력이 존재하지 않게 되고 이것은 곳 유럽 세력이 침투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만약 그 후에도 대제국이 세워졌다면 지금의 역사 방향은 크게 변경이 되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연을 지닌 니제르강은 그 역사의 굴곡을 아는지 알듯 모른 듯 유유히 흐르고 있다

오후 4시 니아푼케.(Niafunke)에 도착했다. 통북투까지 육로로는 160Km 정도 된다. 내일이면 통북투에 닿지 않을까 싶다.

수량은 매우 풍부하고 강폭도 꽤 넓어졌지만 걱정되는 건 역시 추위이다. 날씨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으며 바람도 심하게 불며 낮인데도 불구하고 쌀쌀하다. 과연 오늘을 버틸 수 있을까?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있다 보니 평소에 생활이 그리워진다. 따뜻한 잠자리와 마음 내키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음료들이 그립다. 누군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립다. 이곳에서는 언어가 통하지 못해 벙어리처럼 있어야만 한다. 그나마 스위스 여행자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지만 충분히 마음을 나누지는 못한다. 평소에는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지만 열악한 곳에 있으니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다.

배위에서의 유일한 낙은 밥이다. 10끼가 넘는 식사이지만 메뉴는 언제나 밥에 소스 조금 바른 것이 전부이다. 이것도 시간이 되면 기다려지다니.

군대에서의 낙이 밥시간인데 완전 똑같은 기분이 든다.

지겨운 가운데 상당히 많은 생각에 잠겼다.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계획들이 머릿속에 속속 정리가 된다. 이 역시 고행의 부산물이 아닐까?

내일이면 통북투에 도착할 수 있겠지. 다행히 오늘따라 배는 멈추지 않고 밤새 강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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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 온 니제르강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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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라 무척 쌀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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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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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내기 위해 잠시 화물을 분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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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옮기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가씨들. 머리 스타일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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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에서 일하는 아가씨. 어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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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마를 옮겨 실은 화물선.. 이제 속도 좀 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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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것이 부끄러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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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서 거래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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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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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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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다가 오자 많은 아이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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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운전하는 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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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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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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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된 나무 판자가 배위에서 일상 생활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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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수뇌진~ 빨리 도착이나 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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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데보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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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화물선이 지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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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태양의 모습이 마치 무언가 폭팔하는 듯한 사진으로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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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천정에서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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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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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하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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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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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 호수의 일몰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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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메카를 향해 기도를 드린다. 독실한 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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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내부의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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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건너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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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빠져나올 쯤 보이는 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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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하선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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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스럽게 함께 여행 한 스위스 커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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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군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