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여행기 12 (Burkona Faso) 부르키나의 명소 카피궬라폭포 (1.20~21 Banfora)

1월 20일(일)

별다른 활동 없이 휴식을 취했다. 2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보보시내를 돌아다녔는데 Marina 마켓에서 이곳의 물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베냉에서부터 쭉 비교를 한 치즈 값이 550CFA로 가장 저렴했다. 베냉 750CFA~니제르 900CFA~부르키나 550CFA 순이다.

부르키나파소가 비교적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비싸다. 콜라도 두 종류가 있는데 이곳에서 가공한 1.5L 콜라는 900CFA, 유럽에서 가공해서 가져온 콜라는 2500CFA다.

같은 맛이겠지만 유럽을 거쳤는지 안 거쳤는지에 따라 모든 공산품의 가격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텔에서 가까운 Grand 모스크에 가보니 사헬 스타일로 모스크 모양이 기묘하다. 건물 곳곳에 가시처럼 막대가 나와 있는데 선인장과 비슷한 모양이다. 나름대로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론니에는 대형 시장인 그랜드 마르쉐(Grand Marche)도 가볼만하다고 하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시내 북쪽에 몹티로 가는 차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일 오후 3시에 출발 하며 도착은 다음날 새벽 5시쯤에 가능하다고 한다.

도중에 젠네에서 내리는 것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고행길이 되겠지만 어쨌든 교통편은 확보가 되었다.

코코티엘 호텔 바로 남쪽으로는 은행, 식당, 슈퍼, 인터넷 카페, 술집 등이 밀집해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다음 여행을 위한 정비를 하기에 좋은 위치이다.

단 길을 걷다보면 끊임없이 삐끼들이 접근을 할 것이다. 필요한 경우 흥정을 하면 되지만 자꾸 귀찮게 하면 웃으면서 프랑스어를 모른다거나 필요 없다고 확실하게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그런 의사표시를 해도 삐끼들이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종일 맹위를 떨쳤던 더위가 저녁이 되어 한풀 누그러지면 선술집에서는 흥겨운 음악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맥주 한잔을 한다.

이슬람교도가 많은 지역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맥주 마시는 즐기는 편이다. 이곳 여성은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독실한 이슬람교도이다. 해질 무렵이면 모스크로 모여 메카를 향해 절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슬람의 본산인 메카 입장에서도 약간 날라리틱 해도 이 먼 곳에서 독실하게 믿어주는 게 어딘가?

여행 전 서아프리카는 토속 신앙을 믿는 토인들이 사는 나라라 생각했던 내 스스로의 편견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곳도 엄연히 이슬람 문화권이고 독실하게 신앙을 지키며 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해변으로 갈수록 기독교세가 강하고 사하라 사막과 가까워질수록 이슬람이 색이 짙다.

서아프리카의 종교는 독특하게도 상인들에 의해 전파가 되었다. 이슬람은 낙타를 타고 건너 온 아랍 상인들에 의해 전파가 되었고 기독교는 배를 타고 온 유럽 상인들에게 전파가 되었다.

그래도 이곳은 종교 분쟁은 없다. 기독교와 이슬람은 개와 고양이처럼 어울려 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서로 존중해주면 무슨 문제가 될까?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누구나 상대의 종교를 인정하며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1월 21일(월)

오전 7시 반포라(Banfora)로 향하는 버스에 탔다.

반포라는 보보에서 남서쪽으로 85Km 떨어져 있으며 인근의 카피궬라 폭포(Karfigu'ela waterfalls)폭포가 부르키나파소에서 볼거리 중에 하나이다.

서둘러 버스에 탄 이유는 오후 3시에 몹티로 떠나는 버스가 출발하기 때문에 그전에 반포라를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과연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이다. 정 안되면 하루 더 머물다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반포라로 떠났다.

버스표는 1000CFA인데 론니의 1200CFA보다 200CFA가 내린 가격이다. 스케줄표가 있기 때문에 전날 확인해서 가면 된다.

버스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차창 밖으로는 분주하게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학생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어디가나 아침에는 분주하다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눈이 감겼다.

한 시간 반 뒤에 반포라에 도착했는데 버스에 내리자마자 삐끼가 달려 붙는다.

‘카피궬라 폭포까지는 걸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내가 오토바이가 있으니 그걸 타고 가. 5000CFA에 해 줄게’

‘네 오토바이는 너무 비싸. 버스를 타고 가거나 그냥 걸어 갈 거야.’

시내를 벗어나니 텐그렐라(Tengrela) 호수가 보인다. 아름다운 호수에 주변에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히치가 잘 안 된다는 것. 결국 트럭을 한대 잡았지만 얼마 안 가 비포장 도로를 가리키며 좀 더 걸어가라고 한다.

폭포까지는 15Km라고 되어 있는데? 이렇게 가깝다니? 론니가 잘 못되었나?

길은 우리 시골길과 비슷하며 주변에는 망고 나무가 펼쳐져 있다. 지나가는 아낙네에게 카피궬라 폭포로 가는 길을 물으니 놀라며 방향을 알려 준다. 왜 놀라지?

그 이유는 한 시간 뒤에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리 걸어도 폭포가 나오지 않고 차량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막막한 걸음이 계속되었다.

영어가 통하지 않으니 물어볼 수도 없구.. ‘얼마에요’가 ‘세콤 벤’이니까 거리는 ‘세콤 킬로미터?’

지나가는 청년에게 세콤킬로? 라고 물으니 5Km 정도란다. 아.. 절망.. 결국 폭포를 보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봉고차 한대가 지나간다.

오늘의 구세주는 프랑스 관광객들이다. 보보에서 폭포를 보기 위해 여행사 차량을 렌트해 가는 중이라고 한다.

옆 좌석에 앉은 엘리자벳은 프랑스의 간호사이며 휴가를 내서 3주 동안 여행 중이라고 한다. 나에 대해 궁굼한지 것이 많은지 연신 질문을 한다.

잠깐이지만 프랑스 미인과의 데이트는 폭포에 도착하자마자 끝났다.

버스정류장에서 붙었던 삐끼 청년이 나와 마주쳤다.

‘거봐~ 걸어서는 불가능하잖아?’

누가 걸어간댔나? 히치해서 간다고 했지.

입장료(1000CFA)를 내고 들어가니 웅장한 크기의 나무가 쭉 서 있고 그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있는 것이 꼭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폭포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는데 지금 건기이기 때문이다. 우기 직후에 보면 장엄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점심거리를 싸들고 폭포 뒷산으로 등산을 나선다. 이들에게 더 이상 민폐를 끼치기 싫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아 엘리자벳에게 먼저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엘리자벳은 아쉬운지 이메일 주소를 건네더니 프랑스에 오면 연락하라고 한다.

‘알았어. 가면 연락할게. 너도 한국에 오면 이메일 혀~’

홀가분한 마음으로 길을 걷는데. 아무리 걸어도 도로가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길을 놓친 것 같다.

태양을 기준으로 반포라 시내가 있는 남쪽으로 걸었다. 밭을 가로 질러 걷는데 일하는 아낙네들은 갑작스런 외국인 출현에 신기해하면서도 배고프다는 시늉을 하며 손을 내민다. 이 상황에서도 구걸이라니.. 30분 뒤. 메인 도로를 발견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차량이 지나가지 않는다. 이미 말리에 가는 것은 포기는 했고 어떻게든 반포라까지 가야 하는데, 찌는 날씨에 갈증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차량은 Nothing~

농가가 보이기에

‘지나가는 나그네인데? 물 한잔 얻어 마실 수 있겠소?’

바디랭귀지로 이야기 하니 인심 좋은 농부는 아이를 시켜 물을 떠오게 한다.

물이 좀 흐리긴 한데.. 에이 뭐 죽지는 않겠지?

‘반포라 세콤 킬로미터?’

뜬금없는 질문에 농부는 한 7Km 남았다고 이야기 해준다.

아...

물을 마신 후 마을 아이들을 보니 배가 뽈록 튀어 나왔다. 기생충에 간염 되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인데.. 아까 마신 물이 좀 찝찝하다.

10분 정도 걷자 오토바이 한대가 보인다. 아~ 두 번째 구세주다.

오토바이를 세워 태워줄 것을 요구하니 2000CFA를 내라고 말한다. 됬어 그냥 가~

‘아냐. 그냥 타.’

덕분에 시원스럽게 오토바이를 타고 반포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콜라 한 병을 시켜 꿀떡 다 넘겼다.

시내 서편에 맥도날드(McDonals)가 있는데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이름만 패스트푸드점이고 잘 꾸며진 레스토랑으로 프랑스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에서 오물렛을 시켜 점심을 먹는데 아침에 만난 삐끼청년이 ‘봉주르~’하며 반갑게 인사한다. 벌써 세 번째 만남이군. 청년은 관광객을 상대로 일거리를 찾으려고 온 것 같은데 피곤한지 의자에 앉아 꾸벅 졸고 있다. 왠지 졸고 있는 청년이 측은해 보인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구나.

시끌벅적한 보보와는 달리 반포라는 평온한 분위기이다. 며칠 푹 쉬기에 괜찮은 곳이 아닌가 싶다.

버스정류장에서 또 삐끼 청년을 만났다. 짧은 시간에 네 번이나 만난 인연이다.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고 싶어 사진에 담아 두었다.

나처럼 아침 일찍 반포라로 향하는 여행자는 이 청년이 즐겁게 맞이해 줄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강행군이어서 그런지 돌아오는 차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피곤했지만 서아프리카의 한적한 시골 풍경과 해맑은 웃음을 간직한 사람들과 함께해서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돌아와서는 내일 떠나기 위한 준비를 했다. 밀린 빨래를 하고 카메라 건전지를 비롯한 생필품도 보충을 했다.

밤에는 치킨 한 마리(1500CFA)를 사가지고 와서 방에서 맥주한잔을 들이켰다. 평소처럼 누군가와 함께 떠들면서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 홀로 여행이 고독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고독조차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보너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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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디엘 주변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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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 없는 당나귀가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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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의 몇 안되는 볼거리인 그랜드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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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특이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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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분주해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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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잡동사니를 실은 시내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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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몹티로 출발하는 버스정류장 주변의 쌀 물류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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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에서는 아스팔트 도로를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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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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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근처의 자전거 주차장. 대여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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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 식품회사 광고가 눈에 많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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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쉐는 프랑스어로 시장이라는 뜻이라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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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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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주변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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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것은 어디서나 다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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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반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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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텐그레라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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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도로에서 카르피구엘라 폭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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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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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농촌을 보는 볼거리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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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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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피구엘로 폭포 주변의 아름드리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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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에는 양떼가 풀을 뜯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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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드러낸 카르피구엘라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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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라 그런지 폭포 규모가 생각보다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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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밑의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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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앞에서 기념으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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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평지. 서아프리카에서는 산을 본 기억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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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미인 엘리자벳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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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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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경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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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생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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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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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 온 반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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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한 옷가게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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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라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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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맥도날드 식당(햄버거 가게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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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라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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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식당 안의 특이한 장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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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역시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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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모나미'라고 말하며 쫓아 온 삐끼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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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 온 보보. 수 많은 오토바이가 주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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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로 향하는 마이크로버스.. 이걸 타고 20시간을 버텨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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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찾아 정류소 안으로 들어 온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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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내부.. 열악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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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인상 깊었던 부르키나파소의 마지막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