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여행기 5 (유네스코에 등재 된 Haghpat교회와 Sanahin교회 05.8.10)

8월 10일(수)

딜리잔에서 바나졸까지는 40킬로 정도 되지만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가 별로 없기 때문에 8시에 라이넨이 깨워주었다.

라이넨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를 했다. 라이넨은 E-mail주소를 물어보며 또 아르메니아를 방문하면 안 되는지 물어본다. 내가 가는 게 많이 아쉬운 모양이구나.. 난 어쩔 수 없이 몇 년 뒤에 방문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숙소를 나와 바나졸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라이넨이 배웅을 나왔지만 오랜시간 버스가 오지 않아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이렇게 미인과 헤어지고..

오지 않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버스 정류장에서 확실한 정보를 얻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을 해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예측대로 바나졸로 가는 버스가 대기 하고 있었고 9시 30분이 돼서야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안의 사람들은 낯선 외국인이 신기한 듯 계속 나를 쳐다보지만 이미 코카서스에서는 익숙한 상황이다. 그만큼 동양인이 드문 곳이 이곳이기도 하다.

1시간이 약간 넘어 바나졸에 도착했다. 바나졸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오늘 목적지인 알라버디(Alaverdi)에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오후 2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지금 시각은 10시 47분.. 그냥 히치를 해서 가는 것이 좋겠다. 알라버디에는 유네스코에 등록된 Haghpat교회와 Sanahin교회가 있다. 론니에도 꼭 보고 가라는 충고가 있어서 오늘 들릴 예정이다.

그런데 어제 숙소를 제공한 택시기사가 보인다. 마침 이곳까지 손님을 태우고 왔다가 나와 마주친다. 그가 나에게 달려오면서 처음 한 말은 자신의 주소를 꼭 인터넷에 올려달라는 것이다.(이미 올렸음 ㅡ.ㅡ)

그러면서 저쪽에 두 명의 여행자가 더 있다고 말한다. 다가가니 폴란드인 여행자 2명이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들은 택시를 렌트를 해서 알라버디에 유명한 두 교회를 포함해 교회 4곳을 가려고 한다면서 함께 하면 안 되는지 물어본다.

내일이면 그루지아로 가는데 어제 환전한 아르메니아 돈이 많이 남아있고, 또한 궂이 가끔 오는 버스를 기다리느니 그냥 택시를 타고 한꺼번에 관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동의 했다.

단지 택시기사는 18000드럼을 요구하기에 내가 나서서 15000드럼까지 깎았다. 폴란드 여행자들은 감탄.. 사실 12000드럼까지 깍을 수 있었지만 한국인으로서 체면을 생각해 그냥 15000드럼에 합의를 봤다.

두 폴란드 여행자는 지리교사이고(아무래도 교수인 듯) 교회 유적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택시를 타려는 순간 한 택시가 내 앞에서 빵빵거린다. 알고보니 아제르바이잔 샤치에서 같은 숙소를 얻었던 그 이스라엘 여행자.. 벌써 몇 번째 마주치나..

바나졸부터 그루지아 국경 쪽인 알라바디까지는 계곡의 연속이다. 마치 그랜드캐년을 이곳에 옮긴 듯한 지형으로 오랜 세월 동안 깊은 계곡을 만든 강이 흐르고 계곡 아랫부분에는 마을과 도로 그리고 기찻길이 있으며 윗부분에는 여라 마을이 위치하는 형상이다. 계곡 이름은 Dabed Canyon이다.

처음 택시가 간 곳은 13세기에 만들어진 Kobayr 교회이다. 교회는 계곡 중턱에 있어서 걸어서 산행을 해야 했다. 입구는 기찻길을 가로질러 위치해 있다.

10분 정도를 올라가 보니 파손 되었지만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교회가 보였다. 주변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위험한 형상이었지만 그 때문에 더욱 아름다웠다. 주변에는 오래된 비석과 벽돌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는데 소중한 문화재인 만큼 아르메니아 정부가 잘 보존했으면 한다. 만약 골동품 상인에게 비석들이 넘어가면 비싼 값에 팔릴 것이다.

다음 목적지는 Odzun 교회이다. 택시는 계곡 아래에서 위쪽 마을로 길을 따라 올라왔다. 7세기 때 처음 만들어졌으며 마을 주변에 위치한 탓인지 보수가 잘 되어 있다. 덜 알려진 곳이라 관람객은 적은 편이다.(계속 아름답다는 설명보다는 사진을 보는 것이 더 좋을 듯)

다음은 알라버디를 지나 유네스코에 등재 되고 론니에도 꼭 보라고 충고 된 Sanahin 교회로 갔다. 928년에 처음 지어졌으며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찾는 교회이다. 계곡 윗부분에 위치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전경을 다 볼 수 있다.

교회 자체도 아름답지만 교회 뒤쪽의 공동묘지도 인상적이다. 아르메니아는 죽은 사람의 비석을 세울 때 생전의 사진을 같이 비석에 찍어 놓는다. 때문에 죽은 사람이 생전에 어떤 모습을 했는지 알 수가 있다. 생전의 사진을 보며 이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사색에 잠기곤 한다.

교회 바로 앞에는 4명의 일가족이 1998년에 한꺼번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딸 2명의 생년이 1980년과 1982년인데 당시 나이 19살과 17살이었으리라.. 어떤 사연으로 이 가족은 한꺼번에 죽게 되었을까.. 또한 같은 자리에 할머니인 듯한 노인이 2000년에 이곳에 잠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아마 먼저 저세상으로 간 일가족을 생각하며 숨을 거두었을 거라 짐작이 된다.

묘지를 둘러보면서 갖가지 사연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30년 먼저 죽은 남편을 끝까지 그리며 죽어간 할머니.. 전쟁 기간에 죽은 이들 등..

마지막 교회는 역시 유네스코에 등재 된 Haghpat 교회이다. 오늘 본 4곳의 교회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역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976년에 처음 세워졌다고 한다.

교회 관람을 마치니 오후 4시가 넘어 있었다. 폴란드 선생님들은 바나졸로 돌아가 숙소를 잡는다고 했는데 난 다시 돌아가는 건 싫었다.

결국 오늘 중으로 트빌리시로 가기로 결정했다.

택시에서 내려 국경 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계곡 사이로 이어진 길이 쭉 이어지고..

버스에서 내려서 국경 쪽으로 걸어갔다. 어짜피 버스는 이미 끊긴 상황이니까 히치를 해서라도 국경을 통과해야겠다.

계속해서 걷다가 히치.. 또 걷다가 히치를 반복했다. 이런 타국까지 와서 국토순례를 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걸으면서 한적한 아르메니아의 시골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시골 아이들은 동양인을 처음 보는지 무척 신기해한다.

한꺼번에 길지는 않지만 5번을 히치를 해서 국경까지 갈 수 있었다. 히치를 한 거리는 30킬로 정도이고, 특히 국경으로 데려다 준 인심 좋은 운전사는 국경 근처 가게에서 커피까지 대접해 준다.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다행히 국경은 열려 있었다. 별 어려움 없이 국경을 통과했다. 아르메니아여 안녕~

그런데 국경을 넘고 나서는 더 문제이다. 이제 저녁도 서서히 다가오는데 버스는 이미 끊기고.. 트빌리시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막막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미 익숙한 상황이다. 특히 2년 전 서부 티벳을 여행 할 때는 차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상황에서 간간히 지나가는 차량을 히치 하려고 노력했고, 오전에 시작되었던 히치는 결국 저녁이 되어서야 서부 티벳 알리까지 가는 차량 한대를 히치 할 수 있었다.

1킬로 정도 걷다보니 차량 한대가 멈춘다. 서양인으로 보이는 차량 운전자는 트빌리시까지 가는데 20달러를 요구한다. 재수 없는 것들.. 두말 않고 내가 되돌아서자 10달러로 깍였지만 이미 그 차를 탈 마음이 없었다.

조금 걷다보니 커다란 화물차 한대가 내 앞에 선다.

내가 차량을 세우지도 않는데 멈춘 화물차에서 운전자가 나와 차를 타라고 한다. 운전자는 트빌리시까지는 걸어서 가기에 너무 머니까 같이 차를 타고 가자고 한다. 정말 고마운 운전자다. 아까 20달러를 요구했던 서양인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성을 가졌다고 느꼈다.(거봐.. 걸으면서 히치하면 어떻게든 된다고 했잖아..)

트럭은 1시간 반을 달려 멈췄다. 트빌리시를 10킬로 정도 앞둔 지점에서 운전자는 차량을 잠시 손봐야 한다면서 다른 차를 잡고 가라고 한다.

또 다시 걸음이 시작되었다. 해가 지는 시간이라 그런지 차량은 많이 다녀도 멈추는 차가 없다. 휴.. 어떻게 또 되겠지..

1킬로 정도를 걷다보니 경찰 검문소가 나타나고, 낯선 동양인을 발견한 경찰은 나의 행선지를 물어본다.

마침 잘 되었네.. 경찰에게 히치 좀 해달라고 부탁하려는 순간..

‘빵~ 빵~’

아까 나를 태워준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나를 부른다. 내가 걷던 시간 동안 차량을 손을 다 봤나보다.

결국 트럭을 타고 트빌리시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운전자는 자신은 바투미까지 가니 같이 가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내일 바르드지아에 가야 하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트럭에서 내리면서 운전자에게 감사하다고 악수를 청하니.. 자신의 손에 기름이 묻었다며 팔목으로 악수를 한다. 정말 친절한 운전자이다.

트빌리시의 내 지정 숙소가 된 나시 홈스테이에 돌아오니 주인 할머니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웬 동양인이 혼자서 잘도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것도 대견하고, 또한 잊지 않고 이곳을 계속 들려주는 게 고마우신가 보다.

샤워를 마치고 빨래를 널려는 순간.. 놀라운 인물들과 마주쳤다.

아까 국경을 빠져나와 처음 히치를 하려고 했던 차량.. 즉 나에게 20달러를 요구했던 재수 없는 여행자들과 마주쳤다. 그들도 이곳을 숙소로 얻었나보다. 그들은 놀라면서 어떻게 자신들보다 이곳에 빨리 왔는지 뒤에서 수군거리는 눈치이다.

웬만하면 말을 걸면서 친해지겠지만 인간적으로 싫은 놈들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페인과 멕시코 여행자들이다.

숙소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에 가서 입맛에 맞는 저녁을 먹고, 여행기를 정리했다.

아르메니아를 여행하기 전만해도 이곳 숙소에 빈자리가 없어 임시 침대를 놓았었는데 이제 침대가 많이 남는다. 그루지아의 여행성수기도 다 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긴 거리를 걸어서 그런지 무척 피곤하다. 내일은 그루지아의 절경 중에 하나인 바르드지아로 간다. 이제 슬슬 러시아로 돌아갈 코스를 그릴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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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헤어지기 전 라이덴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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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인 내가 갑작스럽게 찾아와 걱정했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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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잔 버스정류장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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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졸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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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버디에서 그루지아로 향하는 협곡 Dabed Can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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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bayr 교회 잘 알려지지 않지만 절벽과 어우러진 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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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바라본 Kobayr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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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절벽으로 둘러쌓여있다. 어떻게 이곳에 교회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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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절벽

이미 여행의 때가 묻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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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bayr 교회 안쪽.. 주변 벽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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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유적에서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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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방치되어 주변이 많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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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바라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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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bayr 교회로 들어서는 입구.. 택시가 아니면 찾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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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탐방지인 Odzun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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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zun 교회 주변 건물.. 어떤 용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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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방치된 듯 교회 종루에는 무성한 풀숲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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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들이 무성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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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에서는 초를 사서 촛불을 붙이며 소원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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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아래에서 바라본 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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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zun 교회 주변 협곡 위에서 바라본 알라버디.. 철길이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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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협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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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아래에서 위를 이어주는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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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 아래 위로 마을들이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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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배경으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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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에 등재된 Sanahin 교회.. 좀 허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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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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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ahin 교회 내부.. 예배당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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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곳곳에 많은 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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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ahin 교회 메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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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주변에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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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쪽에서 바라본 Sanahin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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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묘지의 비석에는 죽은 사람들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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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ghpat 교회 방향으로 가는길에.. 언덕 위에 보이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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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에도 마을이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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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네스코에 등재된 Haghpat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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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속건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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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관람하는 아르메니아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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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무상함을 이 비석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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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ghpat 교회.. 비교적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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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함께 여행한 폴란드인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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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히 서있는 Haghpat 교회 부속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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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비석들이 나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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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천장에는 제비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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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ghpat 교회.. 주변 교회에 비해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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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버디에 내려오면서 목격한 교통사고.. 언제나 위험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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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버디에는 여러 공장이 있다. 각 공장에서는 독한 매연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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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겨에서 신세진 아르메니아인들.. 아르메니아의 마지막 인상을 좋게 심어줘서 정말 고마운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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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루지아다.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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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아를 들어서자마자 지나가는 기차.. 예레반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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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서 트빌리시까지 태워진 고마운 운전기사.. 표정에서 관록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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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루지아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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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춰 선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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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트빌리시 시내를 바라보는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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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트빌리시의 한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