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여행기 1 (예레반으로 향하는 길 05.8.6)

8월 6일(토)

 그제 아무래도 카즈베키에서 숙소를 잘못 잡은 듯하다. 거기서 벼룩과 빈대에 물린 곳이 많이 부어올라 팔의 피부 평평한 지형마저 울퉁불퉁하게 바꿀 정도이다. 팔과 허리에 집중적으로 물렸다. 간지럽지만 참아야지..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르타찰라(Orcachala) 버스 터미널로 가야 한다.

 지하철과 버스를 병행해서 타서 오르타찰라 터미널에 도착했다.(이제 트비리시의 대중 교통에 익숙해졌다.)

 버스터미널에서는 2대의 대형버스와 여러대의 미니버스가 있는데 오후 1시까지 차가 있다고 한다.

 터미널 앞의 미니버스 운전자에게 표 파는 곳이 어딘지 물어보니 매표소까지 데려다 준다. 그런데 매표소 바로 앞에서 대형 버스 운전자가 악토르버스(대형 버스)가 금방 출발하니 표를 사라고 한다.

 미니버스는 자리가 비좁아 불편하던 차에 잘 되었다. 15라리(8달러)에 표를 샀다.

 그런데 대형버스는 아까 표 파는 곳까지 안내해 주었던 미니버스 운전자 바로 옆에 서 있었다.

 미니버스 운전자에게 가서 사정을 설명해도 운전자는 화를 낸다. 뭐.. 내가 생각해도 화 낼만 하다.

 대형버스에 짐을 싣고.. 잠시 생각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다시 미니버스로 바꿔 타려고 짐을 꺼내려는 순간 버스는 출발했다.

 다음부터는 이런 선택을 하지 말아야지.. 순간 미니버스 운전자에게 미안했지만 대형버스 운전자도 나 때문에 나름대로의 고생을 곧 하게 된다.

 대형버스는 생각보다 많이 느리고 불편했다. 편한 버스를 기대했었는데.. 다행인건 베네수엘라 여행자가 있어서 잠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정도..

 아르메니아 국경으로는 산악지대가 이어지고 트빌리시에서 떠난지 2시간 반이 지나 국경에 도착했다.

 그루지아 측 볼더에서 여권 심사를 받는데 왜 여권에 싸인이 안 되어 있냐고 시비를 건다. 난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그루지아를 입국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대답하니 무사통과..

 이제 아제르바이잔 볼더에서 도착 비자를 받으면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처음에 친절하던 아제르바이잔 군인들이 내 여권에 아프간, 파키스탄 비자가 있는 것에 시비를 건다. 거참.. 아프간 비자가 계속 발목 잡네..

 하지만 이곳은 그루지아와는 사정이 다르다. 아르메니아는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했고, 실제로 이슬람 국가들과 적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루지아 출국 스탬프를 받아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계속 버티고 기다려야지..

 다행히 영어를 조금 하는 19살 군인이 나를 도와준다. 나는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버텼다. 군인과 아르메니아의 맛있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특히 아르메니아에서도 모든 18살~19살 청년은 2년 동안 군대를 가야 한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 군인도 좀 기다리다보면 해결이 될 것이고 자신도 나를 도와준다고 한다.

 이리저리 뜸을 들이던 출국 심사원.. 1시간이 지났다. 내가 타고 온 버스는 나 때문에 출발하지도 못한다. 버스 기사와 승객들에게 미안해진다.

 결국 웃돈 10달러를 더 주는 선에서 해결을 봤다. 내 사전에는 결코 뇌물이란 없는데 이곳에서 나의 원칙이 깨지다니..

 비자피 30달러+웃돈 10달러.. 이렇게 40달러에 21일짜리 도착비자를 받았다.

 비자를 받고 스탬프를 받으려고 하는데 직원이 스탬프 비 5달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건 죽었다 깨어나도 못주겠다.(10달러 준 것도 억울한데..) 난 남은 돈이 거의 없어서 신용카드로 돈을 뽑아야 한다며 못 준다고 했다.

 다행히 타이밍을 잘 맞춰 참다못한 버스 운전자가 화를 내면서 오는 바람에 웃돈을 안주고 스탬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럼 영어로 통역을 해주며 나를 도와주었던 19살짜리 군인은? 군인을 안아주며 정말로 좋은 친구를 만나서 반갑고,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하니 돈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동전을 나에게 주며 이걸 보면서 자기를 기억해달라고 한다. 여행을 다니다 군인에게 돈을 얻기는 처음이군..

 버스는 예레반을 향해 계속 달렸다. 아르메니아는 그루지아와는 달리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이슬람 국가와의 적대 관계 때문에 석유의 유입이 쉽지 않아 나무를 많이 베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이곳의 건조한 기후가 더 큰 원인인 듯하다.

 그래도 쭉 이어진 평원과 그곳을 생활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 또한 유유히 지나가는 양과 소의 모습.. 평화로운 모습 그 자체이다.

 버스는 잠시 환전소에 섰다. 아르메니아의 화폐 단위는 드럼이다. 그 환전소에서는 1$에 448드럼을 교환했다. 따로 환전하기 귀찮아서 100달러를 환전했는데 알고보니 이 환전소의 환율이 아주 좋았다.(예레반 시내 대부분의 환전소 환율은 1$에 445드럼)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이 버스는 식사 시간이 없다. 웬만하면 식당 앞에 멈춰서 식사좀 하지..

 저녁 7시가 되자 예레반에 도착했다. 예레반의 첫인상은 황량하다는 인상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15번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인 오페라 하우스에 갔다.(버스비 100드럼)

 오페라 하우스에 가니 많은 노천카페가 있다. 아르메니아는 카페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음료를 즐기고 담소를 나눈다. 특히 예레반에만 500개 이상의 카페가 있다고 한다.

내가 묵기로 한 숙소가를 지도상에 적힌대로 찾았는데 도저히 못 찾겠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숙소를 찾아도 도무지 못찾겠다.

 마침 이곳 숙소를 얻은 이탈리아 여행자가 나를 발견하고 숙소로 안내해준다.

 Gayane Simonyan은 아파트 5층에 위치해 있고, 홈스테이를 한다. 간판도 없고 5층에 위치해 있으니 당연히 못 찾지.. 숙소를 겨우 찾았지만 자리가 없다고 한다. 대신 옆집으로 안내해준다.(혹시 이곳을 갈 여행자는 론니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는 것이 더 찾기 쉽다.)

 내가 묵게 될 숙소는 할머니가 살고 있고 손님은 나밖에 없다. 내 침대가 다락 쪽에 있어서 편하게 묵을 수 있다. 숙박료 하루 4000드럼(8.5달러)

 일단 너무 배가 고팠다. 다행히 오페라 하우스에 수많은 카페 중에 한군데에 들어가 치킨 볶음밥과 맥주 두병을 시켰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이건 사막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건조하고 더운 낮에는 실외 활동을 최소한으로 하고 저녁 때 바람 쐬러 나오는 일상..

 식사비는 2300드럼+팁 500드럼 총 2800드럼(6달러)가 나왔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분위기를 즐겼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밥을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근처 피시방에서 오랜만에 여행기를 올렸다. 이곳은 속도도 제일 빠르고 무엇보다 다음카페에 글을 올릴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숙소에 돌아오고 나서 주인 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서로 어설픈 영어라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증오가 깊다. 할머니는 소련 시절부터 이곳에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는데 중앙 정부에서는 거의 도와준 것이 없고 모든 것을 자신들 스스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스탈린에 대한 반감은 깊다. 스탈린이 추진한 소수민족 억압 정책 때문이리라.. 한국에 대해서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나라라고 칭찬을 한다.

 아르메니아..

 지리적 위치상 많은 침략을 당했고, 많은 이민족으로부터 억압을 받아왔다. 400년 동안 오스만투르크(터키)의 지배를 받았으며 특히 1915년에는 러시아에 동조 할 것을 우려한 투루크에 의해 1~2백만 명이 학살 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 전체 인구가 350만 명이니 학살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간다.

 아르메니아는 그 어느 지역보다 자신의 문화와 영토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특히 사방이 이슬람 세력으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각지에 이민을 간 아르메니아 동포들이 많이 도와준다고 한다. 때문에 아르메니아를 코카서스의 이스라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일은 예레반 시내를 둘러봐야겠다. 모스크바에서 한국 행 비행기를 타는 날은 19일..

 이제 여행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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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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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국경도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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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 거의 없는 황량한 들판이 쭉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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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농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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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 멀리 방목 되고 있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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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레반 시내 첫 인상.. 그렇게 깨끗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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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하우스... 시내 중심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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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레반에는 수많은 카페가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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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는 주방장이 있어 식사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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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쌀 밥을 먹으며 흡족해 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