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여행기 3 (다시 그루지아 비자를 받고 세반 호수로 05.8.8)

8월 8일(월)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다. 가장 중요한 일은 그루지아 비자를 바든 것이다. 10시에 그루지아 대사관에 가니 10시 30분에 비자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비자를 접수를 하니 오후 5시에 다시 오라고 한다. 그때까지 난 뭘 하고 있으라고..

 시간을 떼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이번에도 아프간, 파키스탄 비자가 또 걸림돌이 될 것 같아서이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이미 그루지아 비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바쿠에서 그루지아 대사와 실랑이를 벌이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다.

 근처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시켰다. 피자의 맛과 크기는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가격은 2000드럼(4.5달러) 정도로 저렴하고 좋은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진작에 피자를 자주 먹을걸..

 숙소에 돌아와서 주인 할머니에게 노트북에 저장된 나의 홈페이지를 보여줬다. 이번 여행에서 노트북은 나의 생활을 알려주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 특히 홈페이지에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올려놓았는데 주인 할머니 역시 나의 학교생활에 관심 있어 하시며 즐거워하신다.

 숙소에서 할머니와 작별을 한 뒤 근처 카페에 가서 맥주 2병(800드럼)을 시켜놓고 그동안 밀린 여행기를 정리했다.

 오후 5시 그루지아 대사관으로 향했다.

 향하면서 만약 비자를 받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이란을 여행하는 것이다. 아르메니아와 이란은 국경이 열려있기 때문에 예레반에서 비자를 받고 가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다... 여행 초반 모스크바에서 허비한 4일의 시간은 이란 여행이라는 선택 옵션을 박탈했다.

 두 번째는 통과 비자를 받고 그루지아를 거쳐 터키로 가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루트를 생각했다.

 대사관에 가니 의외로 비자가 쉽게 나와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건 30일짜리가 아니라 14일짜리라는 것 아마 대사관에서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결국 바쿠에서 받은 14일과 같은 날짜를 준 것 같다.

 비자가 나왔으니 슬슬 세반호수로 가야지..

 세반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500드럼) 1시간 정도를 걸려 세반에 도착했다.

 세반은 생각보다 초라했다. 좀 죽은 도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음침했다.

 일단 숙소를 잡기 위해 1킬로 정도 떨어진 세반 호수로 걸어갔고, 론니플래닛에 나온 숙소를 찾았다.

 숙소에 거의 다 와서 우박이 떨어졌다. 아까부터 구름이 많아서 불안하더니 결국 우박이군.. 너무나 많은 우박이 떨어져 이 숙소 말고는 다른 곳을 잡기 힘들듯 하다.

 숙소에서 가격을 알아보니 10000드럼(22달러)을 부른다. 론니에는 8달러~13달러로 되어 있는데.. 지금 내가 다른 숙소를 잡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숙소 주인이 이용하는 것이다.

 결국 다른 숙소로 간다고 연기를 한 끝에 7000드럼(15달러)에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이곳은 컨터이너를 방으로 개조해서 숙소로 이용하는데 시설은 웬만큼 괜찮다.

 내가 묵는 컨테이너에 한 아이가 뛰어오더니 같이 가자고 한다. 따라가 보니 이곳으로 피서를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는데 같이 하자고 한다.

 영어가 조금 통하는 지리 선생님이 있어서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했다. 그들은 나와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것을 물어본다. 또한 스파게티와 비슷한 국수를 비롯해서 아르메니아 전통 식사를 대접해 주었다. 이런 행운이..^^

 그런데 이 가족의 둘째 아들 16살 청년은 아르메니아 태권도에 대해 관심이 많고 우리말로 된 태권도 구호를 다 알고 있다. 알고 보니 아르메니아 챔피언이다.

 6살 때부터 10년 동안 태권도를 배우고 이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아르메니아에는 태권도 협회가 없기 때문에 국제대회에 참가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한국인 사범이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태권도를 배워 온 현지 사범에게 태권도를 배운다고 한다.

 우리나라 태권도 사범이 세계 곳곳에 많이 파견이 되었다는데 아직 아르메니아는 볼모지 인 듯하다.

 바로 옆 나라인 아제르바이잔이 태권도로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면 국기원(태권도협회)을 비롯해 여러 기관에 이곳에 사범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너무 믿지는 말라고 했다. 저번 겨울 미얀마의 친스테이트를 1966년 이후 방문한 최초의 외국인이 바로 나였다. 난 그곳 사람들의 95%가 기독교를 믿는 믿어지지 않은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했고, 그들에게 한국의 교회에 친스테이트에 대해 꼭 알리겠다고 약속을 했다. (홈페이지(www.travel4edu.com) 미얀마 편 참조)

 돌아와서 우리나라의 유명교회와 선교단체에 친스테이트를 알리려고 15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일일이 복사하고,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해 CD로 만들어 보냈지만 대부분의 교회가 응답이 없었고, 한 선교단체에서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뿐이다.

 한마디로 정말 실망이다. 말로만 복음화라느니 선교선교 하면서 정작 기도가 필요한 형제들에 대해서는 이토록 무관심 하다니..

 때문에 돌아가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교회에 친스테이트의 존재를 알리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친스테이트 사람들은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자신을 위해 한국의 형제들이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실제로 물질적인 도움은 미얀마 군사정부가 친스테이트를 막고 있어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민 전체의 95%가 기독교를 믿는 복음화 된 친스테이트를 알리기 위해 기독교 신자가 아닌 내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친스테이트 사람들의 간절함을 잊지 않기에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여기 세반에서는 태권도다. 오늘 만난 가족들을 통해서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태권도에 대해 관심이 많고 특히나 한국인 사범을 간절히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여행을 할 때마다 과제가 하나씩 던져지다니..

 하지만 생각해보라.. 한국인이 거의 여행하지 않는 아르메니아의 한 호수.. 그곳에 피서를 온 아르메니아 태권도 챔피언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gaa 419.jpg

  오페라 하우스 주변에 있는 동상들

gaa 420.jpg

  세반 시내.. 생각보다 많이 허름하다.

gaa 422.jpg

  오래된 아파트

gaa 423.jpg

  숙소에서 만나서 나에게 저녁을 대접해 주었다.

gaa 424.jpg

  태권도 챔피언 가족들

gaa 425.jpg

  10년째 태권도를 연마한 16살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