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2 (연속 3일 불행 한 모스크바, 05.7.23~25)

7월 23일(토)

 일어나니 새벽 6시다. 어제 새벽까지 술을 마신 것 같은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아무래도 시차적응이 덜 된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확인을 해보니 신용카드는 26일 모스크바로 오는 수원이형을 통해 받을 수 있게 조치되었다. 이렇게 이국땅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후배들이 있어서 정말 든든하다. 오늘 관람할 모스크바의 명소는 크레믈린궁과 2차대전 승전을 기념해서 조성한 승리공원이다.

 민박집 밖으로 나오니 모스크바 시내가 쭉 펼쳐졌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차들이 지나 다니는 것은 어느 대도시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건물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모든 건물이 예술작품으로 보일 정도이다. 아마도 건물 하나를 지어도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짓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목적지로 둔 곳은 붉은 광장으로 유명한 크레믈린궁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지하철을 타고 크레믈린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니 큰 공원이 펼쳐지고 저 멀리 커다란 기념탑이 보였다. 그런데 크레믈린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헤메다 보니 여기가 크레믈린이 아니라 승리공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하철을 잘 못 타서 이곳에 온 것 같은데 마침 오늘 관람하기로 했던 승리공원이라니 우연치고는 기분 좋은 우연이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2차 대전의 승전은 대단한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2차 대전은 나찌와 연합군이 싸운 전쟁이긴 하지만 영,미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하기 전까지는 거의 나찌와 소련과의 전쟁이었다.

승전 50주년을 기념해서 조성한 승리공원에서 가장 눈에 뛰는 것은 바로 승리탑이다. 무려 147.7m나 되는 웅장한 탑이다. 탑의 제일 밑에는 말을 탄 용사가 거대한 용을 창으로 죽이는 동상이 있는데 거대한 용은 나찌인 듯하다.

 승리탑 바로 뒤에는 ‘2차 세계대전 기념관’이 있다. 어제 지갑을 잃어버려서 국제학생증이 없는 관계로 일반인 요금(120루블)으로 내야했다. 어제의 실수가 여러모로 손해를 보게 하는군..

 평소에 2차 세계대전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기념관은 꼭 방문을 하고 싶었다. 들어가자마자 웅장한 군악소리가 들렸는데 사관학교 생도로 보이는 군인들이 졸업식을 하는 듯 했다.

 많은 사진들과 2차 대전 당시 쓰였던 무기를 비롯한 각종 자료들이 있었지만 제일 인상이 깊은 것은 격전지들을 웅장한 그림으로 묘사한 전시실이다.

 ‘스탈린그라드’, ‘모스크바 공방’, ‘베를린 함락’등 실제로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게 꾸며졌다.

 꼼꼼히 봐서 그런지 기념관을 관람 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많은 사람들의 피를 먹는 전쟁은 왜 일어나며 또한 왜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지 의문이 들었다. 2차 세계대전은 약 5000만명의 피를 먹었는데 그중에 3000만이 소련사람의 피였다.

 많은 사람들의 피의 결과로 소련이 얻은 것은 유럽의 변방에서 세계의 절반이 되는 지위였다.

 승리공원을 나와 크레믈린으로 향했다. 러시아 제일의 관광지답게 많은 관광객들이 북적거렸다.

 일단 붉은 광장으로 갔는데 처음 상상한 붉은 광장은 광장 전체가 온통 붉은빛인 것을 상상했는데 멋진 건물들이 펼쳐진 아름다운 광장일 뿐이었다.

 일단 전 세계적인 게임 테트리스 배경으로 유명한 성 바실리 사원으로 향했다. 무명용사 묘를 지나 광장 쪽으로 쭉 걸어가니 저 멀리 성 바실리 사원이 보였다. 양파모양의 아름다운 지붕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여기서 사진이나 찍어야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다시 한번정신이 아득해졌다.

 디지털 카메라 액정이 깨진 것이다. 튼튼하다고 생각되어서 삼성 디카를 샀는데 여행이 시작하자마자 액정이 깨질 줄이야.. 특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델은 눈으로 조준하면서 찍을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말 그대로 정확한 사진을 찍기는 불가능했다.

 어제에 이어서 악재가 겹치다니..

 일단 사진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붉은 광장에서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막시스트역에 가서 아제르바이잔 비자 때문에 들렸던 여행사로 들어갔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공항에서 도착비자가 발급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여행사에서 비행기 표를 구하러 갔다.

 그런데 여행사 직원은 바쿠 공항은 도착비자가 안 되서 100달러를 주고 여기서 비자를 얻어야 한다고 우긴다. 결국 바쿠 공항 사이트를 보여주면서 도착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 믿는다.

 하지만 그들은 비행기 표를 팔 수 없다고 한다. 도착비자가 되고 만약에 안 되더라도 러시아 비자가 하나 더 있기 때문에 문제없을 거라고 이야기해도 그들은 비행기 표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 여행사는 비자피를 비싸게 팔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싼 항공권을 팔지 않는 듯하다. 만약에 사전 정보가 없었으면 꼼짝없이 그 여행사에 당할 뻔했다.

 다시 거리를 나오니 날씨가 무척 더웠다. 모스크바는 높은 위도에 있어서 크게 안 더울 줄 알았는데 지금 날씨는 그러한 편견을 깨주고 있다.

 숙소로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후배 상걸이에게 SOS를 쳤다. 26일에 들어오는 수원이 형을 통해서 카메라를 가져오게 조취해달라고 했다.

 저녁때쯤 되니 숙소에는 4명의 교수님이 오셨다. 10일 동안의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모스크바를 보려 오셨다고 한다.

 교수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의 매력을 이렇게 평소에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또한 모두 다 열린 마음으로 여행을 오기 때문에 쉽게 마음이 통한다.

 밥을 먹고 어제 같이 술은 먹은 의대생 철민이와 남익이와 의준이 이렇게 3명과 여학생 2명.. 총 6명이서 모스크바의 야경을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Vorobyovy Goro 역으로 갔다. 모스크바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역이 있는데 창밖으로 유람선들이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야경으로 유명한 참새언덕으로 갔다. 참새언덕으로 오르자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Luzhniki 스타티움이 바로 앞에 있었고 그 뒤로 아름다운 모스크바 건물들이 보였다.

 무엇보다 이곳의 백미는 바로 모스크바 대학이다.

 참새언덕에서 바라본 모스크바 대학 건물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에 은은한 조명으로 옷을 입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모스크바 대학은 스탈린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로서 본관 건물의 높이는 240미터이고 건물 정면의 길이는 450m이다. 대학 바로 앞으로 가서보니 건물 규모에 더욱 놀랐다.

 약 26,000명의 학생, 7000명의 박사과정, 1000여명의 교수, 3000명의 강사, 5,000명의 연구원이 이곳 한 건물에서 러시아를 이끌 엘리트들을 양성하고 있으니 그 규모가 거의 하나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스크바 대학을 바로 앞에서 보고 다시 참새 언덕 쪽으로 오니 많은 값비싼 차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저마다 자신의 차를 뽐내고 있다. 마치 자동차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귀하고 좋은 차가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차를 카메라에 담는다.

 바로 옆길에서는 위험한 자동차 묘기를 볼 수 있다.  

 참새언덕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맛을 음미하며 야경을 즐겼다. 마침 토요일이라 많은 젊은이들이 데이트를 즐기러 나왔다.

 모스크바에 있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곳 여성들은 정말 이쁘다. 거리를 걷다보면 인형들이 걷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곳 여성들은 패션 감각도 정말 뛰어나서 거리를 걷다보면 패션쇼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새벽 1시에 지하철을 타러 가니 이미 지하철이 끊겼다. 다행히 영어가 유창한 러시아 대학생의 도움을 받아 300루블에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와 의준이는 민박을 예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왔고 또한 자리가 없어서 다른 집에서 자야 했지만 그냥 철민이와 남익이 방에 이불을 깔아놓고 그대로 잠을 잤다.

 연속 2일 불행한 일이 일어났고, 아제르바이잔 가는 길로 험난하다. 금전적으로도 손해를 많이 보기도 했지만 아깝지는 않다.

 난 누구보다도 좋은 공부에 투자를 하고 있고, 무엇보다 젊은 시절의 여행의 기억은 훗날 큰 재산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7월 24일(일)

 수원이 형이 오는 모레에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떠나야 하는데 아직 아무것도 결정 난 것이 없다. 더욱이 오늘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여행사에 알아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만약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로의 입국이 안 되면 그루지아의 트빌리시, 그것도 안 되면 아르메니아의 예레반..

 거의 정보가 없는 만큼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고생을 덜어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전에는 의준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이고 공산주의를 전세계에 전파한 레닌의 묘를 보기 위해서이다.

 1924년 숨을 거둔 레닌은 당시 소련의 모든 과학기술을 동원해서 레닌묘에 그 유체를 보존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레닌의 유체를 보려고 이곳을 찾아오지만 개방하는 시간은 오후 1시까지이다.

  우리가 레닌묘로 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 경찰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막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러시아인이 다가오더니 10달러면 레닌의 묘에 기다리지 않고 갈 수 있다고 한다.

 시간도 많고 그런 편법을 쓰기 싫어서 거절했다.

 줄이 줄지 않는다는 느낌이 나서 살펴보니 여기저기서 경찰의 묵인 하에 줄을 서지 않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래도 경찰들이 여행사에게 뇌물을 받고 묵인해주는 모양이다.

 또한 바리케이트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옆에서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다. 정직하게 기다린 나로써는 정말 분통터질 노릇이다.

 우리 바로 앞에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그러한 상황이 짜증이 나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옆으로 다른 중국인 3명이 새치기를 했다. 그중에 한명은 입고 있던 잠바를 반쯤 벗었다. 그런데 티셔츠 뒤에 'KOREA'라는 굵은 글자가 보였다.

 우리 앞에 있는 중국 사람들은 새치기 한 중국인들에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KOREA' 글자가 있는 중국인의 태도가 아주 뻔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버티면서 나오질 않았다.

 바로 뒤의 서양인들이 ‘korean...'하면서 수근 거린다. 아무래도 한국인이 뻔뻔하다고 욕하는 것 같다. 왜 중국사람 때문에 우리나라가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일부러 한국을 망신시키기 위해 의도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가서 항의를 하려고 했지만 줄이 완전히 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 열 받은 상태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결국 그 중국인은 주변 사람들의 항의에 못 이겨 뻔뻔한 표정으로 뒤로 나왔다. 여전히 잠바를 올리지 않아 ‘KOREA'글자는 선명하게 보였다. 왜 남의나라 망신을 시키는지 이해가 안 가고 기분 같았으면 얼굴을 한대 날려주고 싶었다.

 우리는 바리케이트 입구까지 거의 다 왔다.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새치기를 하는 러시아인들이 더욱 많아졌다. 정말 뻔뻔하다.

 결국 경찰들이 더 이상 입장을 못한다고 말을 한다. 레닌묘를 못 보게 되다니.. 관광객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무표정한 경찰들은 대꾸조차 안 한다. 그 와중에서도 옆에는 웃돈을 준 관광객들을 통과시키고 있다.

 이렇게 몇몇 경찰들이 많은 외국인에게 나쁜 국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사실 국가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지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는 건 아주 간단하고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도 가능한 일이다.

 벌써 연속 3일째 나쁜 일만 생기는군.. 어제 봤던 성 바실리 사원으로 안으로 들어가려 매포소로 가니 입장료가 120루블이나 한다. 사원 속은 크게 볼게 없다고 해서 그냥 되돌아섰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붉은 광장이라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많다. 최근 몇 십년의 앙금을 풀고 러시아, 중국이 관계를 정상화 한 영향이 큰 듯하다.

 아까 줄을 섰던 무명용사묘 쪽으로 러시아 대통령 푸틴, 레닌, 알렉산드로 2세를 닮은 모델들이 돈을 받고 같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재미있다.

 특히 푸틴을 닮은 모델은 정말 푸틴과 똑같이 생겼고 하는 행동도 푸틴과 많이 닮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려 몰려들었고, 같이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크레믈린궁을 보려 매표소에 줄을 섰지만 줄이 줄지를 않는다. 무엇보다 크레믈린을 보기 위해서는 검색을 받기 위해 또 줄을 서야 한다.

 지금 시간은 오후 3시.. 이러다간 충분히 크레믈린을 못 본채 나올 가능성이 크다. 코카서스를 다녀오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다시 모스크바에 들려야 하는데 그때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발걸음을 옮겨 주말에만 열리는 kuskovo 시장으로 가기 위해 izmayrovskaya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일단 시장 입구에 생포도 주스(7루블)을 마시며 시장입구에 들어서니 입장료로 10루블을 달라고 한다.

 시장 안은 아름다운 독일식, 이탈리아식, 네덜란드식 나무 건물로 쭉 이어져 있고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가게에는 가지각색의 물건을 팔았는데 각종 기념품 같은 경우는 사고 싶었지만 아직 여행의 갈 길이 멀어 다음에 돌아올 때 사기로 했다.

 시장을 구경하고 45루블짜리 케밥을 사먹으니 배가 든든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처음 케밥을 먹어보는군..

 이곳 시간으로는 이른 시간인 5시쯤에(9시가 넘어야 해가 완전히 짐) 돌아오니 한 유학생이 숙소에 있었다.

 이야기를 하니 16살인 남학생으로 유학 온지 1달이 되었다면서 자신은 음악으로 성공하기 전에 절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한다. 정말이지 그 나이에 맞지 않는 대단한 열정이다.

 모스크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학교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많은 유학생들이 몰려들고 있고 경쟁도 정말 치열하다.

 유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16살 때는 무엇을 했나 생각해보았다. 그저 게임이나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16살 치고는 어른스러운 생각을 지녔지만 박정희 대통령을 우상으로 여기는 그 나이에 맞는 편협함도 가지고 있다. 어른이 되면 지금 생각에 변화가 오겠지..

 저녁때가 되자 숙소에는 어제 오신 교수님 4분, 의준이가 왔다. 교수님들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건축분야에 관해 많은 지식을 쌓을 기회가 되기도 했다.

 교수님이 다 나가시고 숙소에서 일하시는 아줌마도 퇴근을 하셨다.

 그런데 이 숙소는 주인과 일하는 아줌마 사이가 좋지 않은 듯하다. 아줌마가 퇴근 후 사장님에게 전화가 와서 아줌마를 바꿔달라고 한다.

 어? 이러다가 조선족 아줌마가 욕먹는 것 아냐? 그렇게 일찍 퇴근한 것도 아닌데..

 난 내가 일하는 아줌마를 퇴근 시켰다고 이야기 했고, 첫날 친해진 민박집 형과 사장님에게 왜 손님이면서 아줌마를 보냈냐고 욕을 먹었다. 난 그저 잘못했다고 할뿐..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이렇게까지 사과를 해야 하다니..

 정말이지 이번 여행은 안 풀린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결국 형과 아줌마는 내가 있는 1관으로 왔다. 취조하는 듯한 사장님의 태도에 난 사실을 이야기 했고 사장님도 오해를 해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신다. 타국에 있으면서 언제나 고생을 하시는 사장님과 형의 고충이 이해는 가지만 기분이 개운치는 않다.

 그래도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두 분의 의도를 알고 있기에 그냥 씩 웃었다. 그냥 일하시는 아줌마와 사장님이 좀 더 서로를 믿으며 즐겁게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늘도 민박집에 자리가 없어서 의준이와 나는 여기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숙소에서 잤다. 의준이와 단 둘이서 맥주한잔 걸치며 쌓인 이야기를 했다.

 불행의 연속인 여행이기는 하지만 의준이라는 좋은 동생을 얻었다.

 아제르바이잔 비행기표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내일은 모든 일정을 젖혀놓고 모레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표를 구해봐야겠다.

 내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나의 운에 상승곡선이 그려지길 바랄뿐이다. 연속 4일 불운은 정말이지 피하고 싶다.^^

 

7월 25일(월)

 모스크바에 머문지도 4일째이다. 내일이면 수원이형이 신용카드와 디지털 카메라를 가져오기 때문에 오늘은 아제르바이잔으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구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나와 함께 방을 쓴 의준이는 몽고비자 때문에 모스크바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둘다 행운을 빌면서 오늘의 여행스토리는 시작된다.

 오전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이곳 민박집에서는 고려인 3세인 빅토르 아저씨가 비자, 거주등록증, 비행기표를 대행해준다. 비록 여행업을 하기는 하지만 순수한 눈빛이 사람을 끌게 하는 분이다.

 빅토르 아저씨는 한국어가 비교적 유창한데 할아버지 때 러시아로 건너와서 1970년대에 모스크바로 유학을 왔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국 사람들이 모스크바로 오기 시작하고 아저씨는 그때부터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50살이 넘은 아저씨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많아서 격동의 시기의 고려인의 역경이 보인다.

 오후 1시 빅토르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다. 비행기표를 구했다는 것이다. 아저씨는 민박집까지 날 데리러 오셨고 곧장 비행기표를 끊으러 여행사에 갔다.

 다행히 내일 11시 30분에 바쿠(아제르바이잔 수도)로 떠나는 시베리아 항공사 비행기이며 요금은 4270루블(150달러)이다. 아직 비자 관계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단 비행기표를 샀다는데 너무나 기뻤다. 이제는 아제르로 갈 수 있겠구나..

 아직 바쿠 공항에서 도착비자가 가능한지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난 러시아 비자가 1개 더 있으므로 도착비자가 되지 않으면 통과 비자 3일을 얻을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곧장 그루지아로 가면 되지만 그냥 아제르에서 도착비자를 받는 것이 최상의 여행일정이다.

 그런데 수원이 형이 오는 시간과 맞지는 않는다.

 수원이형은 내일 7시 반에 모스크바에 도착예정이고, 입국 수속을 밟고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오면 빨라야 9시 반 정도가 된다.

 하지만 난 10시까지는 공항에 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민박집에서 8시에는 출발을 해야한다.

 문제는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는 교통편이 없다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가지 선택이 떠올랐다. 첫째는 민박집에서 잔 뒤 새벽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것.. 민박비 40$와 새벽 택시비 1000루블(35달러) 플러스알파.. 반면 비행장에서 밤을 샐 경우에는 기차비 120루블..

 비록 직장인이지만 아직 헝그리한 여행 방식을 버리지 못한 나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이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작별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1시간 반 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0시..

 이제 공항에서의 끝없는 기다림이 시작된다. 규모가 큰 Domodedovo 공항 2층에 가면 나와 같이 비행기를 기다리며 밤을 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목이 마를 땐 자판기에서 맥주(30루블)을 뽑아 먹으며 그렇게 끝없는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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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 지하철 안.. 우리나라에 비해 허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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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역 바로 앞에 있는 기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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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높이의 승리탑 147.7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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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탑 앞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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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러시아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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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세계대전 기념관 안..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황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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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탈린 그라드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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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사관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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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전몰자들을 추모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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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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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을 든 기사가 용을 죽이는 동상.. 아마 기사는 소련이고, 용은 독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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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관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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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광장의 한가운데를 지키는 주코프장군 동상.. 2차 세계대전 당시 바실리예프스키 장군과 함께 소련을 구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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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테트리스.. 유명한 바실리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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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광장에 있는 아름다운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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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새언덕에서 모스크바 올림픽 주경기장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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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도시와 맞먹는 규모인 모스크바 대학.. 야경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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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 대학 앞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차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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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닌묘 관람을 기다릴때 지나가는 시위대.. 아직도 공산주의의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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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수없는 경찰들.. 몇시간이나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돈을 받고 레닌묘료 들여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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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마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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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앞에서 본 바실리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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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광장에 우뚝선 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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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닌묘.. 철거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공산당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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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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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장면.. 레닌, 알렉산드르, 푸틴을 닮은 사진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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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광장 근처의 백화점 한국상품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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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안에 있는 시원한 분수.. 분수하나를 만들더라도 예술적으로 만드는 곳이 모스크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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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uskovo 시장안.. 러시아 답게 털모자를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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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제 된 동물을 파는 모습은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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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시장을 찾는다. 건물로 독일, 네덜란드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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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가지 골동품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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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수품을 비롯해서 파일럿 헬멧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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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자기한 맛이 나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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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기념품들을 판다.(저렴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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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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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동안 정든 의준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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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으로 가는 기차.. 이제는 아제르바이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