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여행기 4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도시 샤치 05.7.30)

7월 30일(토)

 아침에 일어나니 9시 반.. 미국인 캐럴과 에이미는 이미 트래킹을 떠났다.

 오르칸은 물을 길어다 나무에다가 일일이 물을 주고 있었다. 내가 그걸 그냥 보고 있을 순 없지.. 오르칸에 물을 나를 때 난 우물로 계속 물을 퍼 올렸다. 40분 정도를 물을 퍼올려서 팔이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인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끝까지 쉬지 않았다.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아침은 저녁보다는 간단하다. 밀가루를 얇게 반죽한 낭에다가 잼과 버터, 꿀을 발라 먹는데 아주 맛있다.

 식사를 다 하고 오르칸의 가족과 헤어질 시간.. 가족들은 내가 떠나는 걸 아쉬워하면서 꼭 한번 다시 방문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방인을 이토록 따뜻하게 맞이해 주다니.. 집을 나설 때 오르칸이 자신이 아끼는 그림책을 나에게 선물로 준다.

 어제 Laric에 같이 관람을 했던 오르칸의 삼촌은 택시를 태우고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오늘 목적지인 샤치의 중간지점인 가발라까지의 택시를 섭외해준다. 가발라까지는 이른 시간에 버스가 없어서 택시를 타야만 한다.(10000마낫)

 이즈마일에서 가발라까지는 아름다운 산악지역이다. 찻길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쭉 이어져 있으며 저 멀리는 우리나라와 흡사한 산맥들이 보인다.

 1시간 정도 택시를 타고 가자 가발라가 나타났다. 이곳은 특별히 볼 것은 없고 샤치로 가기위한 중간 통로이다.

 바디랭귀지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샤치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 타니 한 나이든 이스라엘 여행자가 있어서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버스를 탔다.(샤치까지 5000마낫)

 나이든 이스라엘 여행자는 그루지아에서 출발해 아제르바이잔을 여행 중이며 혼자 다닌다고 한다.

 여러번 여행을 한 것 같지만 현지 사람들을 대할 때 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샤치에 도착하기 바로 전 도시에서 버스는 잠시 쉬었다. 버스가 쉴 때 잠깐 내려 음료수를 사마셨는데 음료수를 파는 청년이 유창한 영어로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웃으며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더니 음료수는 자신의 선물이라며 돈을 받지 않는다.

 샤치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아름다운 도시이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이다. 샤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숙소이다. Karavansaray Hotel은 18세기에 지어진 옛 성을 개조해서 만든 호텔로 숙박비도 저렴하고 옛 성에서 잔다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이 꽉 차고 예약도 밀려 있어서 근처의 샤치 호텔(50000마낫)에 방을 잡았다.

 이스라엘 여행자는 밖으로 관람을 하러 나가고 난 근처 인터넷 카페에 들렀다.

 이곳 아제르바이잔에서 인터넷을 쓰는 것은 정말로 고역이다. 한글을 전혀 쓰지도 못하고 속도가 너무 느려서 여행기를 올리는 다음카페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한 가지 신기한건 내 홈페이지는 비교적 빨리 화면이 뜬 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행기를 홈페이지에 밖에 올리지 못한다.

 피시방에서 나온 뒤 저녁을 먹은 후 호텔에 들어가려 했는데 한 가게가 눈에 뛰었다. 바로 플스방(플레이스테이션 룸)인데 많은 사람들이 위닝일레븐을 즐기고 있었다.

 들어가서 30분만 플레이 하려고 하자 플스방에 있는 사람들이 신기한듯 나를 쳐다본다.

 30분에 1000마낫.. 싼 가격이지만 게임이 정말 실망스럽다. 이건 정품 위닝일레븐이 아니고 슈퍼패미콤 수준의 위닝일레븐을 ‘위닝 10탄’이라고 이름 지어 대여한다.(현재 8탈까지 밖에 안 나옴) 하긴 우리나라도 예전에 유명 게임을 저렇게 베낀 게임이 많았었지.

 호텔에 돌아오니 이스라엘 여행자가 같이 차를 마시자고 한다.

 호텔 입구로 나오니 호텔 관리자가 우리를 끌고 가다시피 하며 결혼식 피료연에 데려간다. 마침 흥겨운 음악이 흐르며 많은 사람들이 나와 춤을 추고 있었다.

 휴.. 이럴 때는 팬서비스를 해야지.. 이미 얼굴에 철판은 물론 세라믹까지 깐 나는 춤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음악에 맞춰 중앙으로 나가 격렬하게 춤을 추자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한다. 갑작스러운 외국인의 등장에 사람들은 주목을 한다. 조명은 나에게 집중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카메라에 담는다. 어떤 이는 비디오도 찍는다.(댄싱 퀸이 된 느낌)

 격렬하게 춤 한번 추고 다시 나가려고 하자 현지 사람들이 먹을 것 좀 먹고 가라며 말린다.

 덕분에 저녁이 해결이 되는군..(아까 먹기는 했지만..) 나 때문에 덩달아 공짜 식사를 하게 된 이스라엘 여행자는 그저 놀라워하며 좋아할 뿐..

 피료연에는 오래 있지 않았다. 외국인이 오래 있으면 아무래도 실례가 될 것 같기에 먹을 것만 먹고 일찍 나왔다.

 티하우스에서 차를 마시며 이스라엘 여행자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이 여행자는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현지 사람들을 대할 때도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닫혔다.

 특히 중동은 영원히 평화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화가 난다. 또한 원래 여행자들끼리 영어로 대화를 나눌 때는 잘 이해가 안가더라도 대충 넘어가 주는 게 예의인데 이 여행자는 자기가 끝까지 수긍할 때까지 되묻고는 해서 좀 짜증이 난다.

 호텔에 돌아와서 보니 좀 결벽증이 있는 것도 같고.. 한마디로 내가 이 여행자에게 맞춰줘야 될 타입이다.

 이 여행자와 여행 루트가 완전히 같기는 하지만 난 이 사람을 위해서 나의 소중한 여행 시간을 소비할 생각은 전혀 없다.

 맥주 두어병을 사다가 그동안 밀린 홈페이지(교실일기)를 정리했다.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여행이란 새로운 것을 알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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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칸 집 안에 있는 우물.. 바쿠 주변의 석유도 이와 같은 원리로 퍼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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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오르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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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발라로 가는 길.. 한 고개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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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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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발라시..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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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삼성 대리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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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름하고 오래 된 듯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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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발라의 한 상점에서 만난 사람들.. 내가 가지고 있는 디카에 관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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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발라 버스정류장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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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미널 주변의 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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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영어로 나에게 음료수를 대접해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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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치의 모스크가 저 멀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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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도 플스방이 있다. 게임은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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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 피료연의 연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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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판 춤판이 벌어졌다. 나 역시 격렬하게 춤을 춰 현지 사람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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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많은 음식들을 얻어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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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흥겹게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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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을 치루는 신랑, 신부.. 좀 어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