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1 (불운으로 사작된 여행, 모스크바 05.7.22)

7월 22일(금)

 22일의 시작은 하노이 공항에서 시작되었다.

 어제 인천공항에서 오후 7시 45분에 출발을 해서 4시간 반을 날아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도착한 시각은 현지시간 22시 10분이다. 공항에서 2시간 40분을 기다린 끝에 다음날인 즉 오늘 00시 50분에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탔다.

 하노이에서 모스크바까지는 무려 9시간 20분의 긴 여정..

 다행히 깊은 밤이라 자면서 시간을 떼울 수 있었지만 편하지는 않는 자리이다.

 모스크바의 관문 Domodedovo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 20분이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 머리가 아득해졌다. 도대체 여기서부터 무엇을 하지?

 여행하기에는 까다로운 편인 러시아지만 난 여행정보에 관한 준비를 거의 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태백출장.. 토요일은 출장을 다녀와서 곧바로 교육연극모임 MT.. 다음날인 일요일은 곧바로 서울로 가서 노트북을 사고 돌아왔다. 월요일은 3개월 동안 꾸준히 준비한 양양초등학교 연극부 리허설.. 다음날인 화요일은 연극 공연을 올리고 수요일은 방학식.. 그리고 다음날 출국

 거의 아무런 준비가 없이 모스크바를 향했지만 그저 여행의 경험과 본능을 믿을 뿐이다.

 모스크바 공항에 내려서 입국심사대로 갔다. 경직된 표정의 입국심사원들을 보며너 '아 여기가 공산주의의 본거지이고  세계의 절반을 지배해던 모스크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다.

 내가 어려을 때 철저한 반공 교육을 받은 탓인지 모스크바 하면 웬지 악의 세계이고 한번 들어가면 다ㅣ는 못 나올 그런 곳으로 느껴져지만  시대의 흐름은 어른이 된 나를 이곳에 들어올 수 있게 세상을 변화를 시켰다.

 공항에서는 50달러만 했다. 어느 나라던지 공항에서는 환율이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공항은 모스크바 시내와 40킬로 정도 떨어져있다. 때문에 Air train(120루불)을 타고 모스크바 시내로 향했다.

 차창밖에는 투박한 농촌풍경이 펼쳐진다. 그런데 기차 안에는 많은 사람이 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간간히 핸드폰으로 전화 받는 소리만 들릴뿐.. 좀 무뚜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스크바에서 첫 번째로 가야 할 곳은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이다. 길 찾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론니플래닛의 정확한 지도를 의지하며 찾아가기로 했다.

 먼저 지하철역으로 갔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뒤에 섰다. 러시아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하나같이 무표정이다. 좀 웃고 살면 좋을 텐데..

 지하철 표의 가격을 몰라서 100루블(3.5달러)를 주니가 매표원은 5루블을 더 달라고 하면서 105루블짜리 표를 끊어준다. 알고보니 지하철을 10번 탈 수 있는 표라고 한다.

 지하철은 오래되어서 그런지 시설 대부분이 낡었다. 혼잡한 틈에 겨우 비집고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길을 물을 때는 영어가 통하지 않으니 행선지가 러시아어 적혀진 글자를 집으면서 행선지를 물어보면 된다. 무표정한 러시아 사람들이지만 의외로 외국인에게 친절하다.

 복잡한 틈에 목적지인 Pushkinskaya역에 내리니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이 없어졌다. 어쩐지 아까 한 러시아인이 내 주변에서 계속 내 몸을 비비더니..

 순간 피식 웃었다. '당했구나..' 처음부터 너무 방심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반대편 주머니에 있는 디카는 무사했고 무엇보다 공항에서 환전을 적게 해서 피해액이 적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갑 속에 있던 신용카드가 날라 간 것은 큰 불행이다. 다른 건 신경이 안 쓰이는데 비상시에 이용할 신용카드가 없는 것은 큰 타격이다.

 기분이 안 좋기는 하지만 계속되는 여행을 위해서 잊기로 했다. 먼저 길을 물어물어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갔다.

 골목길 깊숙이 있는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은 론니플래닛 지도와 여지껏 여행을 하면서 길을 찾았던 경험이 아니었다면 절대 찾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대사관에서는 레터가 없으면 비자를 내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여행사를 소개해준다. 대사관에서 여행사를 소개해주다니.

 아제르 입국이 어려울때를 대비해서 지도에 의지하며 1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그루지아 대사관으로 갔지만 대사관에서는 직접 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발급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허탕의 연속이다.

 일단 숙소를 잡아야 할 것 같아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 외곽에 있는 G&A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그곳은 여행사를 겸업하고 있어서 코카서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대도 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모스크바 물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미토리를 없고 제일 싼 숙소가 33$나 한다.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다.

 일단 행선지를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서 알려준 여행사로 가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막시스트역에 도착해서 대사관에서 준 명함에 의지한 채 겨우 여행사를 찾을 수 있었다.

 여행사에서는 아제르바이잔 비자를 100$에 해줄 수 있지만 3일 뒤인 월요일에 가능하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 비자를 받을 수 없는지 물어봤지만 상황이 변해서 받을 수 없을거라고 한다.

 내가 알기로는 공항에서 40$에 도착비자를 받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좀 더 알아보고 아제르바이잔 비자를 신청하는 것이 나을 듯해서 여행사를 나왔다. 아무래도 오늘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우해 한국인 숙소에서 자는게 좋을 듯하다.

 일단 인터넷을 해야 하는데 모스크바에서 인터넷 카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유일하게 론니플래닛에 나와 있는 인터넷 카페를 지하철을 타고 찾아갔다. 오늘 참 지하철을 많이 타네..

 덕분에 모스크바에서 지하철을 타고 환승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알게 되었다.

 인터넷은 1시간에 60루블.. 좀 비싸긴 했찌만 그것을 잴 여유가 없었다. 일단 소매치기 당한 신용카드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카드를 정지시켰다. 다행히 소매치기가 카드에까지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리고 러시아 여행 관련 카페에 들어가 한국 민박집을 찾았다. 다행히 모스크바에 오랫동안 거주하시는 교민이 운영하는 '톨스토이 민박'을 찾을 수 있었고 전화로 연락이 되었다.

 민박집 아주머니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걱정이 되신 듯 지금은 자리가 없지만 일단 와보라고 한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말라콥스키역에 도착해서 약속된 장소인 말라콥스키 동상 앞에서 전화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리 찾아봐도 공중전화를 찾을 수 없었다. 인심 좋은 러시아 사람에게 핸드폰을 잠시 빌려 달라고 하니까 친절하게 번호를 눌러준다.

 전화를 하고 조금 지나가 한 아주머니가 날 데리러 왔다.

 톨스토이 민박은 하루 40$로써 식사 2끼를 포함한다. 아까 저렴한 속소인 G&A 게스트하우스가 33$인 것을 볼 때 비싸지 않는 가격이다.

 톨스토이 미박은 1관, 2관으로 나누어져 이는데 친절한 아줌마는 식사를 대접해 주면서 2관은 자리가 없으니 1관에서 묵으라고 하신다.

 식사를 하면서 주인아줌마와 이곳에서 일하는 유학생 형과 친해질 수 있었고 러시아에 관해 많이 물어볼 수 있었다.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결코 가난하지는 않다. 시내 어디를 가나 극장과 공연장이 있고, 예술인이 가장 우대를 받는 풍요로운 곳이다.

 모스크바 시내에만 해도 수백개의 공연장이 있다고 하니 이들이 결코 가난한 것이 아니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에 러시아에서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한다. 그건 삼성 LG의 공이 크다.

 특히 98년 러시에에 국가부도(모라토리엄)사태가 왔을 때 일본을 비롯한 거의 모든 외국기업이 철수를 했지만 유일하게 삼성, 엘지만이 러시아에 남았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스폰서가 모두 떠나서 위기에 처한 볼쇼이 극장을 구해주었고, 엘지는 러시아 곳곳에 희망을 위한 콘서트를 개최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다.

 때문에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 기업에 대해 호의적이고 이것이 국가이미지에도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톨스토이 1관으로 옮겨서 한국에 있는 상걸이와 수원이형에게 연락을 했다. 일단 이곳 물가를 봤을때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 여행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판들이 들어서 4일 뒤 모스크바로 오는 수원이형 편으로 신용카드를 전달 받기로 했다.

 아제르바이잔 비자 관계로 바쿠(아제르바이잔 수도) 국제공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도착비자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아까 여행사에서 터무니 없이 비싼 값에 비자를 팔아먹으로고 했던 것이다.

 비자를 얻어서 육로로 아제르바이잔으로 가면 비자피 100$ + 이동경비 70$이상이 예상되고 비행기로 타고 가면 비행기삯 120$+도착비자피 40$ 가 예상된다.

 당연히 비행기를 타고 입국하는게 이득인 듯 하다.

 일단 수원이 형이 오는 26일을 아제르바이잔으로 떠나는 날로 잡았다.

 톨스토이  민박 1관에는 3명의 대학생들이 있었다. 이들과 통성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맥주 한잔을 했다.

 주로 내가 여행이야기를 했다. 이제 나도 대학생들에 비해서는 어른이 되었고,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입장으로 변했다는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오늘 러시아와의 첫 만남은 좋지 못했다. 소매치기를 당하고 하루 종일 헤메기는 했지만 덕분에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모스크바 길을 혼자서도 잘 찾게 되는 내공을 지니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비싼 모스크바에서 수원이 형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당분간 모험보다는 휴식과 모스크바 구경에 신경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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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에서 바라본 구름의 모습.. 하얀 융단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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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에서 모스크바 시내를 이어주는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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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 지하철..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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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전쟁에 대비해 만든 모스크바 지하철은 깊은곳에 위치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