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여행기 1 ()

7월 26일(화)

 공항에서 밤을 새는 것은 몇 번의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정말로 고역이었다.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다가 깨기를 반복하면서 오전 6시까지 앉아서 잤다.

 오전 8시경 수원이 형이 탄 비행기가 도착을 했지만 수원이 형과는 9시 반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역시 러시아의 입국 수속은 까다롭다.

 반갑게 수원이형을 만났다. 형은 나에게 신용카드와 새로 산 디지털 카메라를 주면서 모스크바 여행정보를 묻는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바쿠로 향하는 비행기 수속을 밟아야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형과 금방 헤어졌다.

 비행기 좌석을 배정받기 위해 시베리아 항공 데스크로 갔다. 데스크 앞에는 여권을 체크하는 직원이 있는데 그 직원은 나의 여권을 보더니 아제르바이잔 비자가 없다고 하면서 문제가 있다고 한다.

 난 바쿠공항에서 입국비자가 가능하며 만약에 되지 않더라도 러시아 비자가 1개 더 있다고 설명을 하니 그제서야 통과를 시켜준다.

 아.. 제발 도착비자가 되어야 할 텐데.. 이렇게 불확실한 여행은 나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러시아 출국 심사대에서도 아제르바이잔 비자가 없는 것이 문제가 되었지만 나는 똑같은 설명을 해서 러시아 출국 심사대를 통과했다.

 11시 30분 바쿠행 비행기가 출발했다. 비행기 창밖으로는 러시아의 농촌과 집들이 보인z다. 러시아 논은 규칙적인 바둑판 형식의 논이다.

 시베리아 항공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기내 서비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기내식이 나와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

 2시간 반이 지나자 아름다운 카스피해가 보이고 저 멀리 바쿠가 보였다. 특히 바쿠 앞바다에 있는 nargi섬이 초승달 모양으로 보였다.

 처음 코카서스를 상상했을 때는 산악지역에 많은 나무들이 있는 것을 상상했는데 바쿠는 나무도 거의 없고 황량한 사막과 같다.

 이곳 기후는 북쪽으로 코카서스 산맥이 막혀있어 러시아 보다는 페르시아 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때문에 이곳은 사막과 같이 건조하고 덥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한 동양인 여행자가 보였다. 한국인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일본인 같다.

 드디어 입국심사대..

 확인을 해보니 도착비자가 된다고 한다. 비자 신청서를 작성하고 2장의 사진과 40$를 내니 간단하게 30일 비자가 나왔다. 정말 다행이다.

 바쿠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이며 170만 명이 살고 있다. 압솔론 반도 아래쪽에 위치한 항구로서 예부터 실크로드의 중계지이기도 했다.

 공항을 나와서 느낀 첫 느낌은 ‘정말로 덥다.’ 라는 것이다. 주변에는 나무가 거의 없는 편이고 곳곳에 석유 시추공이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도시 곳곳에 석유 시추공이 있는 것을 보아 석유 도시임을 알 수 있다. 바쿠는 8세기부터 석유를 사용했으며 중동 유전이 발견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석유가 많은 곳이었다. 특히 구소련 시절 석유 공급지로서 많은 발전을 했지만 지금은 도시안의 석유는 거의 고갈이 되었고 카스피해에 많은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공항에서 만나 나와 일행이 된 일본인 토시는 43살이고, 170국을 여행한 여행의 베테랑이다. 그는 18살 때부터 해외 여행을 시작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여행을 한다고 한다.

 나 역시 질 수는 없지.. 토시에게 작년에 아프간과 타지키스탄을 여행했던 경험을 이야기 해주니 곧바로 감탄사가 돌아온다. 이렇게 여행꾼들끼리 만나게 되었다.

 일단 환전을 했다. 이곳 돈의 단위는 마낫이고 1$에 4650마낫 정도 된다. 공항에서 시내는 20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우리에게 택시 삐끼가 와서 10달러에 도시까지 가라고 한다. 심지어 경찰까지도 이곳에는 버스가 없다고 하면서 택시를 타라고 한다.

 풋~ 세계 어느 공항이나 버스가 있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결국 버스정류장을 찾아 1000마나트(200원정도)에 시내까지 올 수 있었다.

 버스의 종점에서 내리긴 했지만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목적지를 물어보니 지하철을 타고 가면 수월하다고 한다. 그럼 지하철을 타야지..

 지하철표를 사러 가는데 경찰이 우리를 막더니 여권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여권을 꺼내려는 순간 토시가 날 막는다.

 그는 절대 경찰에게 여권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찰이 외국인에게 여권을 요구하고 소지품을 검사하고 돈 액수를 검사하며 결국에는 돈을 뜯는다는 것이 일본 여행사이트에 올라왔다는 것이다.

 휴.. 토시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썩은 경찰의 여권 제시 요구를 무시한 채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우리가 찾는 'Hotel Araz'에는 1번 버스가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버스(1000 마낫)를 탔다.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6시.. 1인당 숙박비가 30000 마낫(6.5달러)이다. 모스크바에 비해서는 정말로 싼 숙소 가격이지만 방안은 정말로 더웠다.

 샤워를 하고 선풍기를 틀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무슨 찜질방에 온 느낌이다.

 호텔에서 나와 해변으로 갔다. 바로 카스피해를 보기 위해서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바다이지만..) 어렸을 때 사회과 부도를 보면서 내가 살아있는 동안 ‘공산국가에 둘러쌓인 카스피해를 과연 볼 수 있을까?’ 라고 생각 했던 그곳..

 호텔에서 쭉 걸어 나오니 부두가 보였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경찰이 제지를 한다. 아직 아르메니아와 전쟁상태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찍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내가 갔던 곳이 군사시설인가 보다.

 해변을 둘러싼 Primorsky공원에 가니 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나들이를 나와 있었다. 이곳에서 카스피해를 바라봤다. 이곳의 정 반대쪽은 투르크매니스탄이겠지?

 공원 안에는 노천카페가 있는데 사람들이 짜이(홍차)를 즐기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 역시 자리에 앉아 짜이를 시키니 짜이 한주전자와 스니커즈 1개가 나온다.(6000마낫)

 다시 호텔에 돌아와 토시와 대화를 한 뒤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와 맥주한잔을 했다.(22000마낫)

 날씨가 무척 더워 잠을 설칠 것 같기는 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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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제르바이잔을 떠나기 전 나에게 신용카드와 카메라를 보급해준 수원이형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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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쿠 공항에서 시내로 오는 버스안에서 만난 현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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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쿠 버스 정류장.. 매우 지저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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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한가운데 서 있는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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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쿠의 건물은 유럽식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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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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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피스해를 바라보며 연인들이 데이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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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바쿠 시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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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쿠는 아제르바이잔의 중요 항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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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에는 공원이 쭉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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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자아이가 식수대에서 황급히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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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더운 날씨이지만 공원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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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들끼리 공원에 나와 산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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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길가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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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무역선들이 바쿠항을 드나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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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m Soviet 건물.. 옛 공산당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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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 공원에 있는 노천카페.. 생맥주 가격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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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아서 차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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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배 한척이 카스피해를 가르며 입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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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들의 키스~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개방되어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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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카스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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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곳을 방문한 몇 안되는 한국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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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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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은 감자에 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