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여행기 2 (예레반과 에쉬미아드진 둘러보기 05.8.7)

8월 7일(일)

 오늘의 미션은 예레반 시내를 걸어서 여행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바쿠, 트빌리시, 예레반 주요 세도시를 모두 걸어서 보게 되는군..

 걷는 여행은 더운 날씨에 좀 힘든 감도 있지만 그 도시의 분위기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오페라 하우스를 기준으로 남쪽으로 2킬로 코스를 먼저 걸어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와 남쪽으로 걸었다. 어제의 이미지와는 달리 예레반은 상당히 발전된 도시이다. 특히 많은 노천카페들이 있어 도시의 풍광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무엇보다 카페의 음료 가격이 적당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카페에 앉아 맥주한잔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별로 활기가 없다. 그렇게 분위기를 느끼며 가장 먼저 간 곳은 그루지아 대사관이다.

 아르메니아는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국경이 폐쇄 되어 있고 이란과 그루지아 국경만 열려 있다. 때문에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아를 거쳐 아르메니아로 왔고, 또한 러시아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그루지아를 거쳐야 한다.

 그루지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으려고 보니, 경비원이 오늘은 일요일이라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내일 다시 와야겠군..

 대사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을 가면 멋진 분수가 있는 넓은 광장이 나타나고 정부 주요기관과 국립 박물관을 비롯해 멋진 호텔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광장 한켠에는 식수대가 있어 마른 목을 마음껏 축일 수 있다.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역사박물관에 들어가려 하니까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11시에 문을 여니 아직 20분정도 남았다.

 박물관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내려가니 Vernisage market가 있다. 주말에만 서는 일종의 벼룩시장으로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장을 펼치고 있었다. 기념품을 비롯해서 각종 생활용품을 팔고 있다.

 벼룩시장을 지나니 Khandjian poghots 공원이 있다. 예레반은 많은 공원이 있어서 시내 전체가 쾌적한 분위기이다.

 공원을 쭉 지나니 호수가 나오고 멋진 Zoravar Andranik 동상이 나온다. 동상을 지나니 Surp Grigor Lusavorich 성당(이름도 길다.)이 보인다.

 1708년에 지어진 성당으로 규모가 꽤 크다. 마침 일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보러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아침 식사를 하러 남쪽으로 300m 정도 걸어가 Food 마켓으로 갔다. 이곳은 예레반에서 가장 큰 Food 마켓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과 비슷 하다고보면 된다. 가지각색의 과일과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이 근처 식당에서 시원한 콜라와 곁들여 식사를 했다.

 워킹 투어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었다. 이왕 이렇게 나온 김에 아르메니아 교회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애쉬미아드진(Echmiadzan)으로 가기로 했다.

 론니플래닛을 보다 보니 아르메니아는 가장 먼저 기독교를 받아들인 나라이다. 때문에 무척 오래된 기독교 역사를 가지고 있고 곳곳에 기독교 유적이 산재해 있다.

 애쉬미아드진은 아르메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기원전 340년부터 184년까지 아르메니아의 수도였다. 아르메니아 교회의 가장 중요한 도시로 아르메니아 정교도 교회의 수장이 거주하고 있다. 예레반의 버스역에서 서쪽 20km 지점에 애쉬미드진이 위치한다.

 애쉬미아드진으로 가는 버스를 찾으려 론니 지도를 보니 이곳에서 한참 북쪽에 있다. 버스를 타고 애쉬미아드진으로 출발하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보려고 했지만 이곳 버스체계를 알수가 있어야지.. 결국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가다보니 대형 삼성 광고판이 있다. 역시 이곳에도 삼성이 진출해 있군.. 아직 우리나라는 코카서스 3국에 대사를 파견하지 않은 상태이다.

 북쪽으로 쭉 올라가다보니 아까 문을 열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던 역사박물관이 있다. 당연히 이번에는 들어가야지.(입장료 800드럼)

 박물관 안에는 기원전 3000년 전부터의 유물들이 있으며 영어로 표기가 되어 있지 않지만 아르메니아의 고대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곳에는 기독교 관련 유물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의 가장 좋은 점은 화장실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것.. 사실 이곳 아르메니아를 비롯한 코카서스 3국은 화장실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박물관을 나와 북쪽으로 500미터를 더 걸어 애쉬미아드진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200드럼)

 버스 안은 날씨 탓인지 무척 더웠다. 나이든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자 주변 사람들이 흐믓하게 나를 쳐다본다. 덕분에 사람들이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려줘서 잘 찾을 수 있었다.

 30분 동안 버스가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정말로 목이 말랐다. 아침부터 얼마나 많은 물을 마셨는지.. 오늘 하루 동안 마신 물의 양이 꽤 된다.

 애쉬미아르진에 도착해서 곧장 콜라 한통 사서 몸속에 수분을 보충하고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공원에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아르메니아 교회의 상징인 618년에 건설된 흐립시메 교회가 있다.

 일요일이라 예배를 보는 것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꽤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예배를 한다.

 교회와 주변 공원을 관람한 후 다시 예레반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마침 버스 옆자리에 앉은 이란인 여행자가 영어로 나에게 말을 건다. 그는 5일 일정으로 아르메니아를 여행 왔다고 하면서 이란은 부자나라이고 아르메니아는 가난한 나라라고 한다.

 특히 아르메니아에 대해 계속 비하를 하는데 듣기가 좀 거북했다. 일단 우리의 대화를 알아듣는 아르메니아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었고, 또한 여행 온 곳에 대해 무시 하는 것은 올바른 여행의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아르메니아가 앞으로 많은 발전을 할 것이고, 이곳 사람들도 나름대로 친절하다고 말했지만 이미 우월감에 젖은 이란인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

 그는 나의 월급에 관심이 있어 한다. 무심코 내가 받는 월급(비밀^^)을 말해주니 매우 놀라워한다. 이런 내가 실수했군.. 순간 나 역시 이란을 선진국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그가 이란에 대해 계속 자랑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 기업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삼성, 대우, LG, 현대에 대해 알고 있고 특히 그와 그의 아내는 삼성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나와 헤어지면서까지 아르메니아 같은 곳을 여행하지 말고 이란을 여행하라며 아르메니아를 깔본다. 좀 기분이 개운치 않다.

 지금 시각은 오후 3시.. 날씨도 덥고 화장실도 갈 겸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조금 쉬었다고 이번에는 아침과 반대로 북쪽 루트를 걸어서 돌아보기로 했다.

 오늘 하루 동안 예레반 시내와 애쉬미아르진까지 다 둘러보는군.. 숙소에서 나오는 도중 3일전 헤어졌던 아일랜드 청년 콜론과 크놀과 마주쳤다. 이곳에서 만나니 정말 반갑군.. 우리는 서로에게 웃으며 또 보자고 인사를 했다.

 북쪽을 걸으면서 시내를 관람하고 예레반에서 유명한 도서관인 Matenadaran으로 갔지만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다.

 대신 샛길을 이용하여 Mother Armenia동상까지 갔다. 동상은 높은 언덕위에 위치해 있고, 아르메니아의 상징답게 크기가 매우 컸다. 여기서 예레반시의 전체를 볼 수가 있었다.

 동상을 뒤로하고 Haghtanak 공원을 걸으니 많은 가족 나들이객이 있고, 간단한 놀이기구도 있다.

 난 놀이기구보다 이곳 오락실이 더 흥미가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오락실에서 봤던 오토바이 게임 행온2와 자동차 오락을 비롯해서 스트리트파이트 2와 용호의 권.... 아직도 시대의 흐름에 사라지지 않고 이곳 예레반에 남아 있다.^^

 너무나 목이 마른 나머지 콜라 2병을 사먹었다. 이곳 코카서스의 음료수의 특징은 바로 탄산음료 종류만 판다는 것.. 다른 음료를 사먹고 싶어도 비치되어 있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가격이 비싸다. 덕분에 이곳 사람들은 유난히 금니가 많다. 이마 탄산음료 때문에 이가 버티질 못했으리라..

 공원의 모퉁이에서 예레반 시내를 바라보니 저 멀리 거대한 산의 실루엣이 보였다. 바로 아르메니아인들에게는 어머니의 산이라 불리는 아라랏트 산(5165m) 예레반에서 50킬로 정도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터키 영토이기 때문에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예레반에서 바라만 봐야 한다. 바로 옆에는 Little 아라랏트 산(3925m)도 보인다.

 공원의 끝에는 아르메니아가 공산화가 된지 50주년을 기념하는 큰 탑이 보인다. 이곳에서 Cascade라고 불리는 웅장한 계단이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서 바라보는 시내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아직 대통령궁과 몇몇 건물이 남아있지만 너무나 더워서 오늘의 미션은 여기서 마치기로 했다. 길가에 있는 온도 측정 전광판을 보니 33도를 가르치고 있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여행기를 정리하고 인터넷 카페에 가서 인터넷을 한 후 어제 저녁을 먹었던 카페로 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숙소에 돌아오니 밤 10시..

 단지 2일이지만 이곳 주인 할머니와 많이 친해졌다. 특히 주인 할머니는 나에게 아르메니아의 역사에 대해 많이 알려주고 싶어 하신다.

 아르메니아는 생각보다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픈 역사 역시 가지고 있다. 특히 1915년 터키인들에게 100만~200만 명이 학살된 사건은 할머니 역시 가슴 아파한다.

 많은 인텔리전트들이 있는 아르메니아지만 지금은 적성국들에게 둘러쌓여 발전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특히 그들이 믿는 미국마저도 최근 아제르바이잔~그루지아~터기를 관통하는 송유관이 건설되고 나서 아르메니아에 소홀한 편이다.

 답답한 상황이지만 지금의 아르메니아는 예전처럼 지배를 받는 처지는 아니다. 바로 그들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주인 할머니는 책과 사진들을 보여주시면서 소련시절 이곳 생활에 대해서도 말해 주신다. 특히 공산주의 시절에도 이곳 사람들의 대부분은 교회에 다녔다는 사실은 공산주의는 종교를 배척하는 걸로 알았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다.

 오늘 많이 돌아 다녀서 피곤했지만 할머니는 과외 선생님 처럼 나를 붙들고 이것저것 설명을 하신다. 졸리지만 참아야지..

 어렸을 때 강제로 과외를 하던 기분이 난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의 많은 것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내일은 그루지아 비자를 받고, 아름다운 호수인 세반 호수로 떠날 예정이다.

gaa 343.jpg

  예레반 거리.. 시내에는 많은 나무가 심어져 있다.

gaa 344.jpg

  오래된 건물.. 구소련 시설 만들어진 건물이다.

gaa 345.jpg

  영화관..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gaa 346.jpg

  영화관 주변의 분수

gaa 348.jpg

  시청 앞.. 예레반 시민들의 휴식처이다.

gaa 349.jpg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건조한 이곳에서는

gaa 352.jpg

  시청 주변의 건물.. 예레반에서 유명한 호텔이다.

gaa 353.jpg

  주말에만 열리는 벼룩시장 한 상인이 지도를 팔고 있다.

gaa 354.jpg

  거리 곳곳에 벼룩시장이 열린다.

gaa 355.jpg

  갖가지 골동품들이 팔리고 있다.

gaa 356.jpg

  오전이라 그런지 손님이 없는 한산한 모습

gaa 357.jpg

  심지어는 구식총까지 팔고 있다.

gaa 359.jpg

  예레반 시내를 달리는 버스

gaa 361.jpg

  Khandjian poghots 공원

gaa 362.jpg

  공원 안에 있는 호수..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gaa 363.jpg

  Surp Grigor Lusavorich 성당.. 규모가 크다.

gaa 364.jpg

  성당에서 바라본 지하철 역 모습

gaa 365.jpg

  Zoravar Andranik 동상..

gaa 367.jpg

  Food 마켓

gaa 368.jpg

  많은 과일들이 팔리고 있다.

gaa 370.jpg

  내 디카에 호기심 많은 아줌마

gaa 371.jpg

  역사 박물관에 전시된 카펫

gaa 372.jpg

  오래된 마차도 보인다.

gaa 375.jpg

  여기에도 어김없이 삼성 간판이 있다.

gaa 376.jpg

  버스에서 바라본 모습.. 기름이 떨어져 차를 미는 가족들.. 어디가나 볼 수 있는 장면

gaa 377.jpg

  에쉬미아르진 공원

gaa 378.jpg

  저 멀리 흐립시메 교회가 보인다. 아르메니아 교회 총 본산

gaa 379.jpg

  일요일이라 예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gaa 383.jpg

  미사를 진행하는 신부님

gaa 384.jpg

  흐립시메 교회 정문

gaa 385.jpg

  교회 주변에는 역대 주교들의 무덤이 있다.

gaa 386.jpg

  흐립시메 교회 전경

gaa 388.jpg

  주변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나왔다.

gaa 389.jpg

  예레반 시내.. 저 멀리 소비에트 탑이 보인다.

gaa 392.jpg

  저 멀리 소비에트 탑이 보인다. 1999년 공산정부 수립 50주년 기념으로 만든 탑니다.

gaa 393.jpg

  예레반에서 유명한 도서관인 Matenadaran.. 공사가 진행중이다.

gaa 397.jpg

  언덕에서 바라본 예레반 시내 전경

gaa 398.jpg

  저 멀리 TV 탑이 보인다.

gaa 399.jpg

  Mother Armenia동상 주위에 있는 장갑차와 탱크

gaa 400.jpg

Mother Armenia동상

gaa 401.jpg

  탑앞에서 한 컷

gaa 402.jpg

  예레반은 건조한 기후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도시를 잘 꾸며 놓았다.

gaa 404.jpg

  언덕 주변에 있는 Haghtanak 놀이 공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gaa 405.jpg

  1980년대 우리나라 오락실에서 볼 수 있었던 오토바이 게임 행온2

gaa 406.jpg

  이곳에서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gaa 409.jpg

  저 멀리 실루엣으로 보이는 아르메니아 인들의 정신 고향인 아라랏산.. 지금은 터키땅이다.

gaa 410.jpg

  오페라 하우스를 주변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gaa 412.jpg

  공산화 50주년 기념탑

gaa 415.jpg

  탑 아래에는 시내까지 Cascade가 연결되어 있다.

gaa 416.jpg

  계단마다 아름다운 분수대가 있다.

gaa 417.jpg

  Cascade.. 3000만 달러를 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gaa 418.jpg

2일동안 나에게 아르메니아에 대해 많은걸 알려주려고 하신 숙소 주인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