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30분에 마당에서 키우는 검은 개가 꼬리로 문을 치는 소리에 일어났다. 너무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게르 안이 너무 어두워서 찬수형 노트북으로 여행기도 읽고 오락을 했다. 모두 9시에 일어나 갈 준비를 하고 아침으로는 쿠키가 나와 차와 함께 배부르게 먹었다. 10시가 되어서야 출발했는데 아르바케르 시내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 갔다. 찬수형과 재용이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동안 나와 형준이는 식료품과 필기구를 사러 갔다. 슈퍼에서는 1400투그릭짜리 딸기 주스를 3개 사고, 필기구는 따로 파는 곳이 없어서 나라랑 재래시장에 갔다. 재래시장은 컨테이너 안에서 물건을 놓고 팔았는데 나와 형준이는 노트와 필기구를 사고, 나라는 모자를 샀다. 찬수형과 재용이를 태우고 11시에 출발했다. 오늘은 비탈길과 냇물을 많이 건넜다.




  1시가 되니 맑은 강을 따라 가게 되었다. 야크가 많다고 했더니 에케메가 몽골어로는 ‘싸르닥’이라고 한단다. 1시 반에 경치가 좋은 풀밭에서 점심을 먹었다. 멀리 나무도 보이고, 냇가 옆에서 먹으니 사막을 벗어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만 싸르닥의 똥과 파리들이 간만의 평화를 방해할 뿐이었다. 2시 반에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니 마치 고향 뒷산에 온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4시에 Waterfall에 도착했다. 영어로는 Around Khujirt라고 한다. 현무암 지대인데 빗물이 떨어져서 만들어진 지역으로 마치 우리나라 제주도와 비슷했다. 몽골지형에서는 독특한 지형이지만 한국에서 온 우리는 폭포를 많이 봤기 때문에 곧장 카라코룸으로 향했다.




  6시 40분이 되어 어떤 거북이 형상 위에 비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맨 처음 우리는 무슨 비석인지 의아해 하고 있는데 에케메가 여기가 바로 한때 야율초재가 건의하고 오고타이가 건설한 세계의 중심, 검은 자갈밭이란 뜻을 가지고 있던 카라코룸이란 말인가? 어떤 성곽도 성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거북이 비석만이 이 장소가 카라코룸이라는 것을 알려줄 뿐이었다. 돌무더기 산의 정상에 오르니 맑은 강물가 울창한 수풀이 사막이나 초원과는 또 다른 몽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에 의해 물자공급이 중단되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후 만주족에 의해 파괴되고, 카라코룸의 자재로 ‘에르덴조 키드’라는 건축물이 만들어졌단다. 스탈린 시절  예전 몽골인들에 의해 저질러진 ‘타타르의 멍에’를 되갚기 위해서인지 철저히 초토화 되었다.




  카라코룸에서 카르호린으로 가는 언덕에 커다란 오보와 몽골제국의 영역이 나온 지도가 있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그런지 기념품 파는 사람이 많았다. 시내로 들어와서 한참을 가다보니 수로도 보이고 작지만 매우 번창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게르에서 1인당 1500투그릭을 내고 샤워를 했는데, 일주일 만에 하는 샤워라 뭉쳤던 근육이 풀어지고 나른해졌다. 저녁으로는 만두가 나와서 간장에 찍어먹고 김치도 쉬려고 해서 찌개를 끓여먹었다. 풀숲에 식탁이 있어서 간만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전기가 있는 곳이라 일부러 노트북으로 오락을 해서 배터리를 다 쓰고 충전을 시켰다. 초원이라 벌레가 많아 주인에게 말했더니 주인이 와서 향을 주었다. 여덟 개를 한번에 피워놓자 10분 정도 지나자 벌레들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전구가 밝았지만, 모기들이 많아서 건강 고스톱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얘기를 하며 8월의 첫날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