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에 일어났는데 여전히 비가 오고 있어서 찬수형 노트북으로 오락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서 영화 생날선생을 봤다. 9시 반에 비가 그쳐 화장실에 다녀온 후 곧장 슈퍼마켓에 갔다. NZM주스를 샀는데 다른 도시에서 1400투그릭에 사던 것을 여기서는 860투그릭에 팔아 10개나 샀다. 재용이와 나는 먼저 나와서 길 건너 구경을 갔는데 검은 소 구경을 하던 중 어떤 서양여자가 사진을 찍고 있어서 몽골어로 사르닥이라고 부른다고 말해줬더니 내가 오너냐고 묻는다. 내가 당황해서 설명을 하려고하니 농담이라고 한다. 형준이가 같이 소고기햄을 사러 가자고 해서 컨테이너 시장에 갔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정말 한국사람 같았다.




  11시가 약간 넘어서야 체체를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2시 반에 어떤 언덕에 도착했는데 서양인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도 독수리를 보라고 내려준 듯 하다. 여치가 보여서 오토코 놀려주로고 쥐고 가다가 내가 물려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만 당했다.




  1시 반이 되어 어떤 식당에 도착했다. 1그릇에 1100투그릭이라고 해서 우리 2개, 에케메네 가족 2개를 시켰다. 분명히 베지터블 스프라고 했는데 양고기가 더 많았다. 너무 늦게 나와서 스프 나오기 전에 큰 멸치가 든 캔도 2개나 따서 빵에 싸 먹었다. 멀리 들판에서 양산을 쓴 여자들이 보였는데, 직감적으로 한국여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에 오고 있는 여자들 말소리가 낯설게 들리지 않았다. 에케메가 출발 직접 식당에서 직접 말린 치즈를 주었는데 모두 맛이 이상하다고 해서 내가 다 먹었다. 맛은 야크 요플레와 비슷했다.




  4시에 Taikhar Chuluu라는 강가 절벽에 도착했다. 출루 캐니언이라고도 부르는데 생각보다 웅장하진 않았지만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볼 수 있었다. 10여분을 더 가니 커다란 나무에 ‘하닥’이라고 하는 푸른 천이 수 없이 감겨 있고, 그 사이에 돈이 걸려 있었는데 마치 한국의 서낭당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라, 에케메와 사진을 찍고 다시 차를 탔다.




  6시에 Khorgo Uul volcano에 도착했다. 현무암 지대이고, 화산의 흔적이 남아있어 분화구도 볼 수 있었다. 분화구에는 수많은 오보가 보였는데 나랑 재용이랑 찬수형이 같이 분화구까지 내려가 돌을 오보 위에 쌓고 왔다. 돌은 크기가 커도 한 손으로 들 수 있었는데 구멍이 많이 나 있고 신기해서 작은 것 몇 개를 가져왔다.




  산에서 내려와 곧장 White lake로 향했다. 언덕에 오르니 끝없는 호수가 보였다. 마치 바다 같았는데 우리 게르가 생각보다 시설이 잘 되어있고 사람들도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라 이틀을 묵기로 했다. 저녁으로는 양배추 쌈과 김을 해서 먹었는데 간만에 한국식으로 제대로 먹으니 배도 든든하고 잠이 쏟아졌다. 호숫가로 잠깐 산책을 다녀왔는데 물이 생각보다 맑지 않았다. 내일 날 밝을 때 보면 좀 다르려나? 저녁에 스파게티를 해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주머니가 들어와 난로에 장작을 넣어준다. 형준이가 침대에 앉는 순간 갑자기 침대스프링을 받치고 있던 나무가 부러져버렸다. 그래서 재용이가 자신의 불운이 이제는 형준이에게 넘어갔다고 놀려댔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형준이가 차 안에서 지갑을 두 번이나 잃어버려서 찾느라 고생했고, 게르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머리 위를 받치고 있던 나무가 떨어져 머리를 맞을 뻔 했다. 밤이 되니 날씨가 엄청나게 추워졌다. 난롯가에 모여 앉아 방과 후 옥상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