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불이 두껍다고 얇게 입고 잤다가 새벽에 난로불도 다 되는 바람에 추워서 깼다. 형준이도 추웠는지 먼저 일어나서 불을 지피고 있었다. 호수에서 설거지도 하고, 간 김에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았다. 아침이라 글너지 물이 매우 차가웠다.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오셔서 오늘 말을 탈건지 물었다. 아주머니가 가이드를 데려왔는데 우리 또래의 여자였다. 원래 하루 5시간에 1인당 8000투그릭인데 협상을 해서 5000투그릭으로 하고 가이드비는 10000투그릭으로 하기로 했다.




  12시가 되어 말을 탈 수 있었는데 가이드 말 비용 5000투그릭이 든다고 해서 협상을 할까 하다가 여기저기서 많이 깎았으니 그냥 빨리 타기로 했다. 출발하자마자 찬수형 말이 언덕을 오르다가 다리가 접질려 넘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내 말은 처음에 앞서 가다가 자꾸 뒤쳐져서 가이드가 끌어줬다. 다른 사람들이 말 엉덩이를 세게 때리라고 했는데 불쌍해서 못 때리고 있으니 형준이가 뒤에서 몰아줬다. 앞서가던 가이드가 입술이 아닌 목으로 휘파람 소리를 냈는데 우리가 신기해서 물어보니 ‘스크레’라는 거란다. 중간에 가이드 친구 집에서 수태차와 야크치즈를 얻어먹고 산을 한바퀴 돌아 마을로 왔다. 원래 산을 돌아오면서 큰강이 있는데 지금은 말라 있어서 안타까웠다.




  게르로 돌아와서 말에서 내리니 무릎과 종아리 안쪽이 아팠다. 반바지를 입어서 밧줄에 닿는 종아리 안쪽이 쓸린 것이다. 오자마자 라면을 먹으려고 하는데 주인아저씨가 기름통에 어떤 액체를 담아와 우리에게 몽골리안 소주라며 마셔보라고 했다. 아저씨 말을 들어보니 아이락을 증류시켜 나온 술이란다. 한 입씩 마셔보니 생각보다 쓰지 않고 마실만 했다. 저녁에 아저씨도 와서 같이 마시자고 했더니 아저씨는 벌써 낮에 한잔 마시고 잠자다가 오는 중이라며 우리끼리 마시란다. 아저씨가 상업적으로 우릴 대하지 않고 친한 사람들 대하듯 해줘서 게르를 정말 잘 골랐다고 입을 모았다. 라면을 먹고 잠시 쉬다가 게르 남쪽에 있는 마을의 슈퍼마켓에 다녀오기로 했다. 생각보다 마을이 멀어서 장을 보고 오는데 1시간 반이나 걸렸다. 선착장 근처에서 손을 씻었는데 통증이 느껴져서 자세히 보니 손가락 옆이 찢어져 있었다.




  장을 보고 돌아와 보니 기념품 파는 아주머니 3명이 앉아 있었는데 우리는 구경을 하다가 울란바타르 가서 사기로 하고 게르에 들어왔다. 날씨가 추워서 장작을 지피려고 했는데 잘 안되어서 보드카를 부었더니 금방 불이 붙었다. 그걸 보고나니 보드카를 괜히 마셨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주인아주머니가 낚시대를 가지고 와서 내일 낚시 할꺼냐고 물었다. 낚시대 1개에 대여료 5000투그릭이고 가이드 1명이 5000투그릭이라고 했다. 낚시대가 하나 밖에 없다고 하는데 우리 4명이 모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낚시대 1대에 가이드까지 붙이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그냥 내일은 푹 쉬겠다고 말하고 대신 내일 저녁에 가능하면 생선으로 만든 몽골 전통 음식을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해가 지고 나와 찬수형은 아까 아저씨가 주신 증류주를 마시고, 형준이와 재용이는 보드카를 마셨다. 간만에 난로 근처에 초를 켜 놓고 늦게까지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에 넣은 나무토막이 너머 커서 난로 안에 다 들어가지 않아 약간 태우고 넣으려고 했는데 도끼가 있나 찾아보러 나무토막 있는 곳에 다녀오다가 실내화 한쪽이 끊어져버렸다. 내일까지만 버텨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홉스굴에서는 실내화가 물에 들어갔다 오기에도 좋고 편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