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 모기가 극성이어서 그랬는지 온몸 여기저기가 붉게 부어있었다. 에케메가 9시에 출발하자고 해서 준비를 다 해놨더니 기사들 아침식사를 하느라고 30분이나 늦었다. 오늘도 고비에서 모래바람이 매섭게 불어와서 목이 계속 따가웠다.




  가면서 어제 먹었던 열매를 1000투그릭 어치 다서 먹었다. 그런데 모두들 조금 먹더니 먹기 싫다고 해서 내가 다 먹었는데 나중에 보니 손가락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2시가 넘자 에르데넷에 가는 아스팔트 도로에 올랐다. 얼마 만에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건지 계산은 되지 않았지만, 몸이 반응을 하는지 곧장 편안해졌다.




  2시반 시내에 들어가서 에케메가 ‘한국 식당’이라는 식당 앞에 세워주었다. 형준이는 꼬리곰탕을 시키고 나머지 사람들은 소고기찜을 시켰다. 형준이의 꼬리곰탕 국물을 마셔봤는데 맛도 진하고, 큰 고기가 3개나 들어있었다. 우리가 시킨 소고기찜도 나왔는데 1인분이 너무 많아서 처음에 1개만 가져왔을 때 그게 3인분인줄 알았다. 결국 1인분이 그냥 남아 싸 달라서 해서 저녁 때 반찬으로 먹기로 했다. 4900투그릭으로 소고기 등심을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다니! 한국에서 자주 못 먹는 소고기 등심을 몽골에서 실컷 맛 보는구나~!




  밥을 먹고 장을 보는데 이 도시는 매우 현대적이로 깨끗한 이미지였다. 외국사람들이 자주 안 오는 시장이었는지 여기저기 우리를 힐긋힐긋 쳐다보고, 물건 사려고 가격을 물어보면 부끄러워하며 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4시 반이 되어 나라 여동생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는데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놀고 있었다. 20여분이 지나자 에케메 가족이 인사를 하고 나와 다시 숙소를 향해 달렸다.




  7시가 거의 다 되었는데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언덕 너머 무지개가 보였다. 몽골에 와서 솔롱고를 보게 될 줄이야. 숙소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굵어져서 저녁 준비를 하다가 비가 그쳐서 아마스바야르카얀트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청나라 옹정제 시대 지어진 사찰인데 만주족의 건축양식이라는 게 티가 날 정도로 몽골의 건축물과는 차이점이 많았다. 밖에서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린 승려가 와서 건물 내부도 보여주었다. 론니에는 입장료가 있다고 했는데 나올 때까지 돈을 내는 곳은 없었다. 게르에 와서 저녁을 먹고 보드카를 마셨다. 이제 여행 마지막 날이구나! 이제 게르에서 자는 마지막 밤이 되었다. 내일이 여행 마지막 날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린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