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반에 일어나 갈 준비를 했다. 너무 잘 대접을 받은 터라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한국-몽골 회화책을, 형준이는 부채를 게르 주인 아주머니께 선물로 드렸다. 아주머니는 우리가 아들 같다며 다음에 몽골에 오면 꼭 들르라고 하면서 가는 길에 사탕을 먹으라고 쥐어주셨다.




  차를 타고 모론 시내에 도착하니 11시 반이었다. 텔레콤 몽골리아에서 에어로 몽골리아에 전화했더니 날짜를 당기려면 직접 와야 한다고 해서 UB가서 입국날짜를 정하기로 했다. 찬수형은 인터넷을 하고 우리는 곧장 식당으로 갔다. 지난번에 왔던 식당이라 모두 메뉴가 어떤지 아는터라 모두 비빔밥을 시켜 먹었다. 이번에는 밑반찬도 5가지가 나오고, 고추장도 더 달라고 했더니 더 내주었다. 그렇지만 음료수 값이 비싸 다 먹고 나와서 사 먹기로 했다. 식당을 나오니 에케메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주이가 아이스크림을 사와 다같이 나눠먹고 다시 출발했다. 잠깐 주유소에 들렀는데 엔진오일이 오늘부터 8000투르릭에서 9000투그릭으로 올랐단다.




  오늘부터는 울란바타르를 향해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한 날인데 사막 있을 때보다 날씨가 더 더운 것처럼 느껴졌다. 계속 땀이 차서 차 안에서 긴 팔, 긴 바지를 다 짧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한참 달리다보니 길가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열매를 팔고 있었는데 페트병 반통에 800투그릭이었다. 물건값 잘 깍는 형준이도 아이들한텐 약한지 1000투그릭을 주었다.




  7시가 되어서야 Khutag-Ondor입구에 있는 다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입구에서 통행세 500투그릭을 내고 숙소로 이동했는데 여기는 마을이 아니라, 강가의 캠핑장 같았다. 게르가 3개 있었는데, 에케메가 열악한 시설의 게르에서 자라고 해서 왜냐고 물었더니 UB에서 온 다른 팀들이 자야한단다. 형준이가 게르가 더럽다고 바꿔달라고 해서 중간게르로 옮겼는데 밤늦게까지 다른 팀은 오지도 않았다.




  나와 찬수형은 상점을 찾아 아까 다리 있는 곳까지 갔더니 작은 점포 하나가 있었다. 몽골에 와서 처음으로 돼지들도 보았는데 바로 그 옆에 점포가 있었다. 러시아 맥주 하나와 700투그릭짜리 사과쥬스, 체리 초코렛 2개를 샀다. 주인아주머니와 얘기를 하다보니 우리보고 어디에서 왔냐고 해서 한국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방으로 가서 한국-몽골어 단어사전을 가져와서 자기도 지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되어서 한류열풍이 이 몽골 초원의 농촌까지 불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게르에 돌아오니 모기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서 에케메에게 갔더니 소똥 마른 것을 상자에 담아주었다. 게르 난로 위에 소똥 마른 것을 놓고 가스불을 붙이니 연기가 엄청나게 피어올랐다. 처음엔 모기를 쫓기 위해서 피웠는데, 나중에는 우리가 그 독한 연기 때문에 뛰쳐나왔다. 모두 강가에 가서 씻었는데 물이 탁해서 놀기에는 적당치 않았다. 찬수형과 재용이가 옆에 한국인 텐트에 가서 고추장을 얻어오고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맥주만 마시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형준이가 느낌이 안 좋다며 잠이 안 온다고 했다. 강가에다 바람도 많이 불고 적막해서 그런지 나도 괜히 잠이 안와서 설치다 형준이랑 얘기하다 아침이 거의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