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이불이 따뜻해서 그런지 간만에 늦잠을 잤다. 8시 40분에 일어나 아침으로 쿠키를 먹고 10시에 출발했다. 차에 타자마자 오토코가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한다. 어제 우리가 거리를 두니 가족들이 한국말을 가르쳐준 듯 하다. 이런 걸 원한 게 아닌데.




  오늘은 에르덴조 키드 사원을 방문했다. 카라코룸의 성곽들로 만들어졌다는 그 사원이었다. 108개의 스투파가 담 위에서 흰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사원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보다 더 큰 마니차가 보이고, 카라코룸 오페라 세트장도 보였다. 사원은 1930년대 재건했는데 3달러라고 해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오니 에케메가 차를 정비하고 있었다.




  11시부터 2시 반까지 내리 달렸다. 오늘은 길이 잘 되어 있어서 얘기도 하고, MP3도 듣다보니 체체를렉에 도착했다. 페어필드라는 영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갔다. 대부분 음식이 2500투그릭이었는데 하나로는 양이 적어서 나는 로스트 비프와 스파이시 미트볼을 먹었다. 서양인이 운영하는 가게라서 그런지 시키지 않은 음식이 나오니 몽골 웨이트리스가 주저하고 있으니 영국인 사장이 직접 와서 바꿔주었다.




  밥을 먹고 차에 탔는데 에케메가 삐진 것 같다. 다른 기사들은 같이 식당에서 먹는데 우리들은 에케메와 같이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에케메만 있었다면 같이 챙겨주었겠지만, 우리 여행을 와서 에케메 가족모두를 매일같이 먹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우리가 체체를렉에 있는 게르에 전기가 없으면 페어필드 옆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려고 해서 분위기가 더욱 냉랭해졌다. 개인적으로는 편하게 해주고 싶지만, 오토코의 버릇이 나빠질 것 같아 2,3일 지켜보고 다시 분위기를 봐서 분위기 전환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게르 안에 전기 콘센트가 있어서 게르에서 자기로 하고, 낮에는 쉬다가 저녁에 나가서 서늘할 때 구경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5시가 넘어가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녁을 밖에서 사 먹으려던 계획을 접고 게르 안에서 김치 볶음밥을 먹고 찬수형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다가 다 같이 ‘왕의 남자’를 봤다. 평소에 못보던 한국 영화를 이렇게 외국에 나와서 보게 될 줄이야. 영화를 보고 찬수형 여행 사진을 보는데 에케메가 이불을 빌리러 들어와서 오토코 주라고 사탕을 주었다. 오늘은 너무 서먹서먹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사탕을 주고나니 마음의 짐이 조금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