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출발이어서 8시 반에 일어나 설거지도 하고 세수를 하러 호수에 갔다. 정말 아침엔 물이 너무 맑은데 저녁에 왜 그렇게 부유물이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9시가 약간 넘어 출발했는데 호수를 끼고 가는 길이어서 호수경치를 구경하면서 갔다. 호숫가라 그런지 아침 바람이 꽤 쌀쌀했다. 간만에 차를 타니 뻐근하기도 하고, 일찍 일어난 후유증으로 피곤함에 누워서 바깥 경치를 구경했다.




  1시 반에 어떤 언덕에서 차가 멈추었다. 30분 정도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 하나가 부러졌다고 점심을 먹으면서 기다리란다. 라면을 먹고도 한참 차가 출발하지 않아 에케메에게 물어보니 부품 배달이 와야 한단다. 3시가 되어서야 한 남자가 오토바이로 부품 배달을 해주었다. 고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모두 화를 내지는 않았다. 여행 시작하고 차가 많이 퍼질 줄 알았는데 여태까지 잘 달려왔기 때문이다. 3시 반이 되어서야 차가 다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부품을 교환했는데도 저녁때까지 시동이 3번이나 꺼져서 오늘 내로 모론에 도착 못하는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었다. 6시 반에 너무 배가 고파 김과 생라면으로 겨우 허기를 채우고 8시 반이 되어서야 모론 시내에 들어섰다. 오늘은 모두 피곤했기 때문에 게르가 아닌 시내에 있는 호텔에서 자기로 했다. 호텔이라고 하지만 침대 2개에 변기, 세면기가 있는 화장실이 전부이다. 하루에 1인당 3500투그릭이라고 했다. 우리는 짐을 방에 놓고 곧장 저녁을 먹으로 시내로 나갔다. 한국식음식점이 있긴 했지만 수동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재료가 조달 될 여건이 아니어서 김치찌개를 시켰는데도 불고기 김치찌개가 나오고 비빔밥을 먹을 때도 고추장이 조금 밖에 없다고 한 수저만 달랑 내주었다. 그래도 비빔밥은 양도 많고 계란도 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몽골 와서 처음으로 먹는 계란이다. 몽골은 닭고기 값도 비싸서 달걀도 한국보다 비싸다. 유통과정에서 상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 여태까지 오면서 슈퍼에서 계란을 한번도 볼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니 9시 반이어서 인터넷 카페를 갈까 하다가 너무 어두워져서 바에 가서 맥주를 마시면서 쉬고 내일 아침 슈퍼 가는 길에 카페에 들르기로 했다. 룸에 들어와서 곧장 샤워를 했는데 뜨거운 물 손잡이가 아예 없다. 찬물로 해보려 했지만 완전 얼음장이라 머리와 손, 발만 씻었다. 호텔 안 바에 갔는데 몽골 사람들이 너무 조용조용 얘기하고, 틀어주는 노랫소리도 작고, 전구 대신 촛불이 켜져 있어 한국의 왁자지껄한 술집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바를 나와 슈퍼를 찾아갔다. 보드카, 맥주, 과자,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노트북으로 투사부일체를 봤다. 간만에 전기 충전이 되는 곳이라 새벽까지 게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