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기 전까지 덥다고 얇게 입고 잤는데 역시 사막기후는 일교차가 컸다. 추위에 떨며 일어나보니 7시 20분.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새벽부터 뭔가가 움직여서 가보니 할머니께서 게르의 지붕을 만들고 계셨다. 땅에 철심을 박아놓고 동심원 두개를 그려 놨다. 작은 원은 게르의 창문이 될 부분이고, 작은 원에서 큰 원까지의 면적이 천장이 될 부분이다. 두 동심원 사이를 자투리 천을 꿰매서 만드는데 지붕을 만드는 바로 옆으로는 앙상한 게르의 기본 나무 골격이 서 있었다. 게르는 5개의 격자로 된 나무틀로 되어있고, 천장과 벽을 이어주는 긴 장대 83개로 되어 있었다. 게르 지붕을 떠받치는 큰 기둥이 2개 있으며 그 사이로 천장을 고정시킬 수 있게 무거운 물건을 메달아 놓았다. 보통 고기나, 돌, 모래주머니를 매단다. 나무 격자에는 어떤 동물의 가죽을 말려서 안팎으로 묶어 틀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으며 이런 구조가 이동할 때 부피를 최소화 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밤에 별을 보는 천장의 창문도 원래는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다른 천으로 덮는 방식인데 근래 들어 창문으로 바뀌어가는 추세이다.




  모두 일어나서 점심에 먹을 볶음밥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양고기 볶음밥을 가져왔다. 찬수형과 형준이는 느끼하다고 해서 나랑 재용이랑 먹다가 재용이도 배가 부르다고 해서 거기에 간장을 넣고 비벼 먹으니 간이 맞아서 다 먹을 수 있었다. 출발 전에 계산을 하는데 잔돈이 없다고 해서 4000투그릭을 더 냈다. 어제 염소고기도 얻어먹고 해서 그냥 더 주기로 했다.




  10시에 출발해서 10시 반에 부르간이라는 작은 동네에 갔다. 슈퍼에 들르기 위해서인데 사막 가기 전이라 찬수형을 위해 3000투그릭짜리 카우보이 모자도 사주고, 물과 음료수도 샀다. 밖에서 기다리는데 다들 나오지 않아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니 이쁜 점원이 있는 가게어서 캔맥주를 사고 있었다.




  11시에 물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바위에서 나온 물이 엄청나게 시원했다. 그 물이 수도관을 타고 쏟아지는 곳이 있어서 다 같이 등목을 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창문을 열어놓으니 잠이 쏟아졌다.




  2시에 깼는데 모래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2시 반에 총고린 엘스라는 곳에 도착해서 점심밥을 먹고 건강 고스톱을 했다. 모래사막 바로 옆이라 햇볕이 뜨거워 낮에는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찍 도착했지만, 낙타 타는 것도 쉬다가 햇볕이 누그러진 6시에 탔다. 말보다 덩치가 커서 안정감이 있긴 했지만 안장이 그냥 카펫 몇 장 깐 것이라 카펫을 부여잡고 가느라 말 탈 때처럼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모래언덕에 거의 도착했는데 가이드가 다시 돌아가자고 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모래 폭풍이 몰아친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아주 멀리서 검은 모래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도 되돌아가는 도중에 모래폭풍을 만났는데 바람이 강해서 모자를 꽉 잡고 눈앞을 가리고 가이드 뒤를 따라갔다. 40분밖에 못 타서 20분 더 타야한다고 말했더니 20분만에는 어디 다녀올 수 없다고 한 시간 페이를 지불하라고 해서 모래언덕까지 걸어갔다 오기로 했다. 우리가 모래폭풍을 보고 돌아설 때 모래언덕 정상에 세 사람이 서 있었는데 무사히 돌아 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게르까지 오는데도 바람에 작은 돌이 날려 따가웠다. 저녁시간이라 햇볕도 강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갔는데 사막에서의 기후변화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바뀌는지 몰랐다.




  2시간쯤 지나 8시가 되자 비도 그치고 바람도 약해졌다. 우리는 걸어서 모래 언덕의 능선으로 올라갔다. 모래가 정말 부드러웠다. 일몰 때까지 사진도 찍고 모래도 담아 모래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올라갈 때는 힘들게 두 손, 두 발 다 사용해서 기어 올라갔지만, 내려올 때는 1분도 안 걸렸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모래썰매를 탈 포대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다음에 사막에 갈 기회가 생기면 모래썰매 탈 것을 반드시 챙겨가야겠다.




  사막을 다녀온 뒤라 물로 입 안을 헹구고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나라, 에케메가 들어와 맥주를 주었는데 나가지 않고 계속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어떤 몽골 여자가 들어와서 우리가 의아해하고 있으니 에케메가 자신의 사촌 여동생이란다. 이름은 미카인데 옆 게르 가이드를 하고 오다가 여기에서 에케메 부부를 만났단다. 옆 게르에 사람이 많아서 우리 게르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내 소개를 하는데 ‘굿 가이’라고 해서 의아해하고 있는데, 아까 오토코랑 놀아주는 모습을 보았단다. 잠시 후, UB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선생님이 우리 게르에 놀러 오셔서 얘기를 하다가 잠 잘 시간이 되어 게르로 돌아가셨다. 초가 두 개나 있어도 게르 안은 어두워서 다른 활동은 하지 못한다. 누워서 얘기를 하는 도중 미카가 들어와서 촛불을 끄는 바람에 우리는 조용히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